지리적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전 세계 주식시장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미국 회사들의 순수익은 꾸준히 늘어났고, 따라서 미국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해왔습니다. 주가는 결국 회사의 실적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있는 미국에서는 자급자족이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자국 기업만으로도 충분한 투자 기회와 성장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이기도합니다. 매년 워런 버핏이 투자자에게 보내는 서한에서도 그는 미국만큼 투자의 기회가 많은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포함, 비(非) 미국 주식 시장은 투자할 가치가 없는 걸까요?
아래는 JP Morgan이 발표한 미국 주식시장과 비미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실적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회색은 미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우수한 성과를 냈음을 나타내며, 보라색은 비미국 주식시장(MSCI EAFE, 미국 캐나다 제외 21개의 선진국)이 더 우수한 성과를 냈음을 나타냅니다.
보다시피 2000년 후반부터 미국 주식시장은 오랜 기간 동안 비미국 주식시장보다 압도적인 성장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반드시 미국 주식시장이 언제나 승자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0년 초반 닷컴버블로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비미국 주식시장은 성장했죠. 아주 최근인 2022-23년에도 미국 주식시장이 훨씬 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경제에 변화가 생기면 전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두 시장의 퍼포먼스에는 상대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래프의 요점은 "미국 주식시장과 비미국 주식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입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주요 목적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ETF와 비미국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ETF를 함께 보유하는 것은, 현재는 미국 주식시장이 비미국 주식시장을 초과하는 성과를 내고 있더라도, 미래에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구성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조금 철학적으로 얘기하자면, 미국에만 밝은 미래가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구성하는 포트폴리오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저는 미국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펀드 외에도 비미국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펀드에 제 은퇴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펀드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식시장을 추종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 자산의 일부는 한국 주식시장에도 투자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방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수월합니다. 펀드 수수료가 매우 낮고, 제 전체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도 주기적으로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연금 저축 펀드 안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비미국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ETF가 없습니다.
그나마 제가 본 게 삼성자산운용의 선진국 MSCI인덱스에 포함된 모든 나라에 투자하는 ETF인 Kodex 선진국 MSCI World 인데, 총 보수비용 0.371%가 제 기준에는 좀 비싸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한국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수수료보단 낮지만요. 그리고 이 ETF를 사면 미국 주식시장에도 내 돈이 투자되기 때문에, 따로 S&P500 ETF를 매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선진국 MSCI 인덱스에 아직 한국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지리적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ETF상품들이 한국에서도 출시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