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돈을 모을 수 있다
자동이체 라이프 스타일
저는 가계부를 쓰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어디에 돈을 썼는지 공책, 앱, 혹은 엑셀에 기록하는 건 저에겐 귀찮고 버거운 일입니다. 일을 덜 하고 싶어서 자산을 늘리는 건데, 가계부는 저에게 일을 하나 더 주는 느낌이랄까요?
가계부를 잘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계부를 쓰지 말라고 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필요이상으로 일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거나, 가계부를 꾸준히 잘 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가계부를 썼던 유일한 순간이 신혼 때입니다. 결혼을 하면 생활이 많이 바뀌기 때문에, 이 때는 저희 부부의 한 달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위해 4개월 동안 우리가 쓴 모든 비용을 엑셀에 정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득계산서, 고정비용, 변동비용 클릭).
결혼, 출산 같이 내 라이프 스타일이 크게 바뀔 때 몇 달간 쓰는 가계부는 도움이 됩니다.
데이터가 쌓이니 대략 감이 잡혔고, 이때 필요 없는 고정비용들을 (예: 잘 보지 않는 OTT 구독료) 없애고 줄일 수 있는 고정비용 (예: 휴대폰 통신사)들을 줄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는 고정비용을 다시 확인합니다.
매달 얼마를 쓸지 알고 나니 가계부를 쓰는 목적이 사라졌습니다. 이후로 가계부를 적는 대신, 우리의 4개월간의 데이터를 통해 알아낸 고정 비용과 변동 비용을 과도하게 초과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는데 더 집중합니다.
제가 가계부를 안 쓰고 돈을 관리하는 방법은 선투자, 선저축, 후지출입니다.
1. 자동이체 투자
미국은 제가 지정해 놓은 만큼의 금액이 급여에서 자동으로 제 은퇴 계좌에 이체되고 투자됩니다. 선투자가 되고 실수령액을 받습니다.
금융전문가들은 세전월급의 15%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2. 자동이체 저축
실수령액을 받으면, 거기에서 또 제가 설정해 놓은 금액이 자동으로 저축계좌로 이체됩니다. 저는 저축 목적에 맞게 계좌를 분리해 놓기 때문에, 비상금과 여행 자금을 위한 돈을 각각 다른 계좌에 이체시킵니다.
3. 고정비용도 자동이체로
매달 고정비들은 자동이체로 설정해 두어서 급여일 즈음에 알아서 계좌에서 빠져나갑니다.
4. 죄책감 없는 지출
투자, 저축, 고정비용까지 나가고 남은 돈에 대해서는 죄책감 없이 지출합니다. 장도 보고, 밥 하기 귀찮으면 주말에 외식도 하고,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삽니다.
저는 냉장고에 음식이 많이 떨어졌을 때만 장을 보러 갑니다. 그리고 한 번에 대용량으로 사는 편입니다. 대량으로 구매하면 가격이 저렴해서요. 이렇게 사 온 음식이 거의 다 소진될 때까지 다시 장을 보지 않습니다 (장 보는 일이 귀찮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냉장고랑 냉동실이 항상 깔끔하게 유지되고, 그 안에 어떤 음식이 있는지 언제나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새 물건을 사면 그 용도와 겹치는 헌 물건을 처분합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없앨 정도로 새것이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제가 쓸데없이 눈만 높아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지는 않습니다. 만약 지갑을 열고 싶게 만드는 물건을 발견하고, 아직 이번 달에 쓸 돈이 남아있다면 주저 없이 삽니다.
저는 한 개의 카드로만 결제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주에 사용한 금액을 카드 앱에서 확인합니다. 각각의 아이템보다는 총합을 더 우선시합니다.
5. 가계부는 쓰지 않지만 매달 월말 재무제표는 업데이트
가계부는 쓰지 않지만 매 월말 우리 가정의 총자산, 부채, 순자산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재무제표를 업데이트합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과 부채를 나열하고 순자산을 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부부 월말재무제표, 통장을 안 합치고 부를 축적하는 법' 클릭).
얼마를 썼는지 아는 것보다, 내 현재 순자산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을 숫자로 확인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은퇴자금이 주식에 투자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마켓 상황에 따라 잔액이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하지만, 길게 놓고 보면 우상향하기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위에 나열한 방식으로 살다 보니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저축이 되고 점점 자산이 늘어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