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소비쟁이를 위한 기초 회계 상식 두 번째
이전글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 (순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을 늘려야 하고, 저축을 늘리기 위해서는 나의 수입대비 지출이 적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개념을 어릴 때 용돈으로 배웠습니다. 용돈을 아껴 쓰면 저축을 할 수 있고 용돈을 받는 대로 다 쓰면 부모님이 다시 용돈을 주실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당연히 저축은 못하지요.
나의 수익과 비용을 보기 쉽게 정리한 재무제표를 소득계산서 (혹은 손익계산서)라고 합니다. 가계부 혹은 용돈 기입장에 기록된 내용이 소득계산서의 바탕이 됩니다.
수익 – 비용 = 순수익 (또는 순손실)
수익: 특정 주체의 영업 활동으로부터 특정 기간 동안 얻은 총금액을 나타낸다. 개인의 노동으로 받는 급여, 금융자산을 소유하고 있음으로 생기는 수익 등이 있다.
비용: 자산의 유출 또는 부채의 발생을 조합한 총금액을 나타낸다. 월세, 신용카드 사용이 그 예시이다. 월세는 현금자산의 유출이 있고 신용카드 사용은 부채를 발생시킨다.
순수익: 수익 > 비용: 수익이 비용보다 많을 경우 순수익이 발생한다. 순수익은 총자본을 증가시킨다.
순손실: 수익 < 비용: 수익이 비용보다 적을 경우 순손실이 발생한다. 순손실은 총자본을 감소시킨다.
수익이 커지고 비용이 작아질수록 순수익은 늘어납니다. 그래서 우린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직장에 이직하고 싶어 하고 이자와 월세를 창출하는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돈을 더 많이 주는 새 회사에 출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직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소유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축을 하려면 비용을 줄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돈을 아껴 써야 합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먼저 내 소비를 정리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정리를 위해선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나의 지난 한 달 소비를 전부 다 기록해 보는 것입니다. 돈을 쓰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내가 나를 알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이 기록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마치 헬스트레이너가 자신이 가르치는 회원에게 매일 식단을 적어보라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체크카드, 신용카드, 통장계좌를 전부 확인해서 일일이 날짜와 함께 다 적습니다. 아래 차트가 예시입니다. 아랫표에서 노란색으로 칠해진 (1) 날짜, (2) 지출 내용, (3) 금액부터 완성합니다. 손으로 적어도 좋고 컴퓨터로 정리해도 좋습니다. 만약 지난달에 매일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 번씩 사 먹었다면 31개의 테이크아웃 커피가격을 31줄로 기록해야 합니다. 아래 예는 2023/07/01 발생한 지출만 썼는데도 벌써 9줄을 차지합니다. 자신의 한 달 동안의 소비를 일일이 적으면 소비쟁이는 상당히 긴 목록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길어도 다 써야 합니다. 내 손으로 직접 기록하고 눈으로 봐야 마음에 와닿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각각의 지출 항목이 고정비용인지 변동비용인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선 고정비용과 변동비용 뜻을 알아봅시다.
고정비용: 내가 일을 하던 일을 하지 않던 매달 일정한 금액으로 고정되는 비용을 말한다. 한마디로 숨 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월세, 실비보험료, 자동차 보험료, 대출 이자, 통신비, 헬스장회원비 등이 고정비용에 해당할 수 있다. 내가 일이 없어도 월세는 내야 한다.
변동비용: 내가 사용함에 따라 변화하는 비용을 말한다. 한잔의 커피를 사 먹을 때마다 커피에 쓰는 지출이 늘어난다. 에어컨을 오래 켤수록 전기 값이 늘어난다. 버스를 많이 탈수록 버스 값이 늘어난다. 택시를 많이 탈수록 택시비가 늘어난다. 외식을 많이 할수록 외식비가 늘어난다.
위의 정의를 바탕으로 아랫표에서 연두색으로 칠해진 (4) 번과 (5) 번 항목을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 50만 원 월세, 5만 원 통신비, 2만 원 실비보험은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4)에 한 번 더 씁니다. 나머지는 변동비용이므로 (5)에 기입합니다.
세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변동비용을 (1) 필수로 지출해야 하는 변동비용과 (2) 줄일 수 있는 변동비용으로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아랫표에서 보라색으로 칠해진 것이 예시입니다. 출근을 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니 이건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하지만 아메리카노 커피 4,500원은 필수로 지출해야 할 항목은 아닙니다. 밖에서 안 사 마시거나 좀 더 저렴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예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서울 도심 안에서 택시를 이용해 출근한다면 이는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할 항목이 아닙니다. 출근교통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수적인 지출을 정할 때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대하지 않길 바랍니다.
네 번째로 모든 금액을 합산합니다. 아랫표에서 살구색으로 칠해진 줄이 그 예입니다.
다섯 번째로 (3) – (7) 항목의 합계를 보며 본인의 소비를 분석합니다. 나의 돈이 어떻게 새나가는지 알아야 어떻게 줄일 수도 있을지 계획할 수 있습니다. 예시에선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고정비용이 지출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총 640,500원의 지출에서 570,000원은 고정비용이다.
대부분의 변동비용은 내가 줄일 수 있는 지출이다. 총 70,500원의 변동비용에서 필수변동비용은 2,500원뿐이다. 나머지 68,000원은 줄일 수 있는 변동비용이다.
여섯 번째로 나의 분석을 바탕으로 지출을 어떻게 줄일지 계획을 세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월세가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므로 회사에서 멀지만 현재 월세보다 더 저렴한 곳을 찾아볼 수 있다. 부모님이 같은 도시에 거주하신다면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출퇴근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좀 더 저렴한 통신비 플랜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하루 두 번 커피를 사 먹는 대신에 한 번은 집에서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회사에 가거나 회사 탕비실을 이용한다.
구내식당이 있음 구내식당을 좀 더 자주 이용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도시락을 싸서 회사에 간다.
신상 옷을 사기 전에 이 옷이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한다.
타고난 소비쟁이가 갑자기 확 허리띠를 졸라매면 나중에 요요현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불필요한 변동비용을 극단적으로 한 번에 줄이기보다는 천천히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매달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테이크아웃커피 빈도수를 줄이거나 택시를 조금 덜 이용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고정비용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면 나의 월 순수익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월세가 고정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자가용이 있다면 자동차 보험료와 할부금도 월세만큼 큰 비용을 차지합니다.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2-30대라면 내가 이 차가 반드시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하고 월세가 비싸다면 꼭 내가 지금 사는 지역에 살아야 하는지, 부모님의 집에서 통근할 수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축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이 글이 나 자신의 소비를 분석하고 어떻게 소비를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용돈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자녀에게 부모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으니까요.
다음번에는 '타고난 소비쟁이를 위한 기초 회계 상식'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관계를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