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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Aug 28. 2023

재산 목록 정리를 위한 회계 방정식과 대차대조표

타고난 소비쟁이를 위한 기초 회계 상식 첫 번째

자산 = 자본 + 부채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성향이나 자신의 습관을 설명할 때 “저건 (이건) 그냥 타고난 거야” 란 말을 사용합니다. 돈을 쓰는 습관도 타고난 면이 없지 않습니다. 필자의 친구 남매를 보면 한 배에서 태어났는데도 남동생은 돈 쓰는 것을 좋아하고 누나는 저축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어로 ‘타고난 저축가’ (natural saver), ‘타고난 소비쟁이’ (natural spender)란 말이 있습니다. 타고난 저축가들은 말 그대로 본성적으로 돈을 아끼고 자신의 재정을 책임 있게 관리합니다. 그에 반해 타고난 소비쟁이들은 돈을 쓰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 있습니다. 영미권에서는 타고난 소비쟁이의 돈은 그들의 주머니에 구멍을 내어 버린다고 말합니다 (Money would burn a hole in his pocket). 


필자는 타고난 소비쟁이에 가깝습니다. 20대 시절 회사에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할 때 외식과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참고로 저는 회계사였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옛말이 맞습니다.


서른 살의 무게 때문일까요, 만 나이로도 빼도 박도 못하는 서른 살 솔로가 되었을 때, ‘평생 혼자 살다 할머니가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덜컥 들었습니다. 평생 솔로도 반갑지 않지만 매달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솔로 할머니가 되면 그건 더더욱 비참할 것 같았습니다. ‘혼자 살아도 기왕이면 부자 할머니로 살자’라고 마음먹고 그때부터 정신을 좀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타고난 소비쟁이가 저축을 하려면 우선 두 가지 정리가 필요합니다. 첫째, 내 재산 목록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둘째, 나의 지출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정리를 위해서는 기초적인 회계상식을 알아야 합니다. 이 편에서는 재산 목록 정리에 필요한 회계 상식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재산 목록 정리를 위한 재무상태 회계 방정식과 대차대조표

샤넬 클래식 미디엄 플랩백을 산다고 상상해 봅시다. 조사 결과 해당 제품의 가격은 1,450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 샤넬백을 사기 위해 1,000만 원을 신용카드 할부로 지출하고 450만 원을 현찰로 결제합니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1,450만 원 가치의 샤넬백을 소유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내 것이라고 느끼는 것은 그중 450만 원의 가치만큼이라는 것을. 나머지 1,000만 원은 결국 갚아야 할 빚입니다. 결론적으로 옷장 안에 있는 1,450만 원짜리 샤넬백은 1,000만 원의 부채와 450만 원의 나의 자본의 합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샤넬백이 상상이 안된다면 BMW M3를 할부로 산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처럼 우리의 모든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회계학에선 재무상태 회계 방정식으로 나타냅니다.


재무상태 회계 방정식은 회계학에서의 가장 근본적인 개념으로 특정 주체의 자산, 부채, 자본 간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보통 회계는 회사들만 쓴다고 생각하지만 개인도 얼마든지 이 개념을 개인의 재정관리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회계 방정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산 = 부채 + 자본

자산: 특정 주체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미래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자원을 말한다. 이 자산은 과거에 일어난 거래때문에 생겨났다. 자산은 유동 (단기) 자산과 비유동 (장기)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분류는 1년 이상의 시간적 범위에 따라 단기와 장기를 구분 짓는다. 

유동 자산: 이미 현금화되어 있거나 1년 안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는 자산이다. 현금, 적금, 1년 안에 팔 생각이 있는 주식/채권, 지인들이 나에게 갚아야 할 돈 등이 유동자산의 예시다. 

비유동 자산: 1년을 초과하여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이다. 부동산과 장기투자용 주식/채권이 그 예다. 집에 금괴가 있다면 금괴도 비유동 자산에 포함할 수 있다.


부채: 특정 주체가 외부 당사자에게 갚아야 하는 금전적 의무나 부채로, 자산과 마찬가지로 유동(단기) 부채와 비유동(장기) 부채로 나뉜다.

유동 부채: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부채이다. 신용카드 값, 대출이자, 지인들에게 갚아야 할 돈 등이 그 예다.

비유동 부채: 1년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부채이다. 예로는 대학 학자금, 주택담보대출금, 자동차 할부 대출금이 있다. 


자본: 자본은 나의 부의 뿌리이다. 우리가 '순자산'이라고 부르는 게 이 자본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잔여이익을 나타낸다. 총자본 (순자산) = 총자산 – 총부채

자산과 자본의 차이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있어도 아직 갚아야 할 대출금이 8억 원이라면 이 사람의 자본은 2억 원이다. 10억원의 아파트는 자산이고 8억원은 부채다. 그래서 자본이 2억 원이다.

사람들이 흔히 “자산이 얼마나 되세요?”라고 물어보는 질문은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의 자본 (순자산)이 얼마인가를 알고 싶어서 묻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백만장자’들은 자본을 백만 불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산 부채 자본]이기 때문에 자산은 부채만으로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10억 원의 돈을 빌려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자산이 10억 원이 생깁니다. 우리는 이 사람이 10억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어도 부자가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조리 대출로 샀기 때문이지요. 회계 방정식을 사용하면 이 사람의 자본은 0원입니다. 0원을 가진 사람이 부자 일순 없습니다. 


자본은 마이너스가 될 수가 있습니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으면 방정식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홈푸어’, ‘카푸어’ 라 말하는 사람들은 자본이 마이너스인 사람들입니다. 소위 ‘빚더미’에 앉아있는 상태입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우리의 자본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재무상태 회계 방정식을 보기 쉽게 정리한 재무제표를 대차대조표라고 합니다. 영어로 ‘Balance Sheet’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회계 방정식이 항상 균형 (balance)을 이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대차대조표를 만들 땐 우선 왼쪽에 모든 자산을 기재하고 그 합을 계산합니다. 현금, 적금, 지인들에게 받을 돈, 주식/채권, 나중에 돌려받을 보증금, 자동차 (현재 중고 시세로 계산), 부동산 등과 같은 중요한 항목만 포함하여 작성하면 됩니다. 소유하고 있는 명품은 판매 의향이 없다면 대차대조표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나의 주머니에 현금을 넣어 줄 수 없는 물건은 자산이 아닙니다. 


순서는 유동 자산 → 비유동 자산 순서로 씁니다. 오른쪽 위편에 모든 부채를 기재합니다. 자산과 마찬가지로 유동 부채 → 비유동 부채 순서로 써내려 갑니다.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빼서 총자본을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총자산이 1000만 원이고 신용카드로 인해 총부채가 100만 원이라면 나의 총자본은 900만 원입니다. 마지막으로 총자산이 총부채와 총자본의 합계와 같은 지 확인하면 대차대조표 작성은 끝입니다. (예: 총자산 1000만 원 = 총부채 100만 원 + 총자본 900만 원).


왜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야 할까?

위와 같이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면 현시점의 나의 재정상태를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나의 대차대조표는 나의 재정 성적표입니다. 주기적으로 작성하면 나의 재산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할 부분은 현재 나의 총자본입니다. 마이너스 자본은 현재 내 부의 뿌리가 전혀 없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므로 대차대조표에 명시된 총자본이 마이너스라면, 아주 신중하게 이 자본을 어떻게 플러스로 만들지 생각해야 합니다.   


회계학에서 자본은 늘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나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자산을 조달받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가 없이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받는 용돈이, 부모님에게서 받는 유산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과 유산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부모님의 선택입니다. 


두 번째는 저축을 하는 것입니다. 저축을 하면 나의 현금 자산이 늘어나고 회계 방정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나의 자본이 늘어납니다 (자산↑ = 부채 − + 자본↑). 저축은 내가 내 의지대로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돈을 모은다’라고 할 때 저축을 먼저 떠올리는 것입니다.


이직은 어렵고 들어오는 월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축을 늘리려면 우선적으로 나의 지출을 정리해봐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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