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회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
한국어는 대한민국 국민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쓰는 언어입니다. 돈을 다루는 사람들은 회계로 소통을 합니다. 이 맥락으로 워렌 버펫이 “회계는 비즈니스의 언어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자유롭게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돈과 경영에 관련된 전공을 하는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필수적으로 회계수업을 듣습니다. 경영학과 학생들은 대학교 전교생의 소수이지만, 모든 대학생들은 졸업하고 나면 필연적으로 돈과 엮입니다. 의대, 치대, 법대생은 언젠가 개업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예술계통 분야의 학생들도 돈을 관리해서 생활비를 내야 합니다. 심지어 신학생도 성직자가 되면 재정관리를 해야 합니다. 결국 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선 우리는 약간이나마 돈의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대학교과정 기초회계원리를 이수하면 많은 것을 배웁니다. 현금 회계, 발생주의 회계, 분개장, 차변, 대변, 수정분개, 마감분개, 역분개 등등. 알면 물론 좋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회계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이 모든 것을 급하게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다 스트레스로 병납니다. 다만 이전 편들에서 필자가 다뤘던 회계방정식,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고정비용, 변동비용들의 개념만 어느 정도 알아도 내 재산관리에 필요한 지식의 토대는 세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의 관계를 안다면 어떻게 부가 쌓이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세 가지 경우로 이 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1) 순수익이 발생할 때, (2) 순손실이 발생할 때 1, (3) 순손실이 발생할 때 2.
1. "순수익"이 발생할 때:
맨 왼쪽 그림: 대차대조표는 특정 날에 찍은 한 개인의 재무상태 사진입니다. “2023/7/1 대차대조표” 그림은 2023년 7월 1일 기준 개인의 자산, 부채, 자본을 보여주는 대차대조표입니다. 복습으로, 총자산은 언제나 총부채와 총자본의 합과 같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눈여겨보는 부분은 연두색의 자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타고난 소비쟁이를 위한 기초 회계 상식 첫 번째’ 참조). 빨간색 부채와 연두색 자본의 면적을 비교해 봅시다. 이 개인은 7월 1일 기준 부채의 면적이 자본의 면적보다 큽니다. 어림잡아 부채: 자본 비율이 2:1 정도 같아 보입니다. 이렇게 부채의 의존도가 자본의 의존도 보다 높을 때 우리는 “레버리지 (leverage)가 높다”라는 말을 씁니다.
중간 그림: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개인이 돈을 벌고 또 돈을 지출합니다. 이 한 달 동안 일어난 수익과 지출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손익계산서입니다. 그림에서는 수입이 지출의 면적보다 크기 때문에 점선으로 표시한 만큼의 순수익이 생겨났습니다. 손익계산서에 대한 좀 더 많은 내용은 ‘타고난 소비쟁이를 위한 기초 회계 상식 두 번째'를 참조하세요.
맨 오른쪽 그림: 용돈 기입장이나 가계부를 기록해 본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통상 우리는 한 달 기준으로 월말정산을 하고 백지상태에서 그다음 달의 용돈 기입장이나 가계부 기록을 시작합니다. 위의 그림처럼 월말정산을 해보니 순이익이 났다고 생각해 봅시다.
순이익은 0원보다 큰데 이걸 어떻게 다음 달을 위해 “백지상태”로 만들까요? 방법은 7월 한 달 순이익을 대차대조표에 있는 자본으로 옮겨주는 것입니다. [자산 = 부채+자본] 이기 때문에 순이익이 생긴 경우 자본과 자산이 함께 같은 양으로 늘어납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림을 보면 노란색 자산과 연두색 자본이 점선으로 된 순이익 면적만큼 늘어나 있습니다.
우리의 실생활을 여기에 대입해 봅니다. 순수익이 남으면 우리는 저금을 하거나 (현금자산) 주식을 삽니다 (금융자산).
다시 한번 빨간색 부채와 연두색 자본의 면적을 비교해 봅니다. 한 달간 순수익이 생겼기 때문에 7월 31일 기준 자본은 7월 1일 기준 자본보다 늘어났습니다. 면적이 이제 빨간색과 연두색이 얼추 비슷해집니다. 어림잡아 1.3:1 비율 정도? 이럴 때 우린 ‘7월 초에 비해 레버리지가 줄어들었다’라고 말합니다.
꾸준히 매달 순수익이 생긴다면 자본과 자산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리고 늘어난 자산으로 부채를 갚으면 빚이 줄어들겠지요. 부채가 하나도 없으면 결국 노란색 면적 (총자산)이 연두색 면적 (총자본)과 같아집니다. 이럴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이 순수하게 다 나의 것이 됩니다.
2. "순손실"이 발생할 때 첫 번째 시나리오: 현금으로 과소비
맨 왼쪽 그림: 시작은 "순수익이 발생할 때" 예시의 경우와 같습니다.
중간 그림: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개인이 돈을 벌고 또 돈을 지출한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손익계산서입니다. 그림에서는 지출이 수입의 면적보다 크기 때문에 점선으로 표시한 만큼의 순손실이 생겨났습니다.
맨 오른쪽 그림: 백지상태로 8월의 용돈 기입장 혹은 가계부를 시작하기 위해 순손실을 대차대조표로 옮겨줍니다. 순손실이 생긴 경우 자본이 줄어듭니다. 자산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림을 보면 노란색 자산과 연두색 자본이 점선으로 된 순손실 면적만큼 줄어나 있습니다.
우리의 실생활을 여기에 대입해 봅니다. 받는 월급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면 우린 이미 저축해 둔 현금 자산을 써야 합니다.
빨간색 부채와 연두색 자본의 면적을 비교해 봅니다. 자본이 쪼그라들면서, 빨간색과 연두색 면적이 어림잡아 4:1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우린 ‘7월 초에 비해 레버리지가 증가했다’라고 말합니다.
3. "순손실"이 발생할 때 두 번째 시나리오: 신용카드와 대출을 이용해 과소비
맨 왼쪽 그림: "순손실이 발생할 때 첫 번째 시나리오" 예시의 경우와 같습니다.
중간 그림: "순손실이 발생할 때 첫 번째 시나리오" 예시의 경우와 같습니다.
맨 오른쪽 그림: 순손실이 생긴 경우 자본이 줄어듭니다.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해 과소비를 했기에 부채가 늘어납니다. 대출에 의한 과지출때문에 빨간색 면적이 연두색 면적보다 압도적으로 커졌습니다. 있던 현금으로 과지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은 그대로입니다 (자산− = 부채 ↑+ 자본↓).
꾸준히 순손실이 생긴다면 자본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자본은 0,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빚의 압박은 더욱 커지고, 결국 개인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필자가 대학생이었을 때나 현재에도, 아쉽게도 경영학과 전공이 아닌 경우 기초회계 및 금융 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과목들과 성향이 맞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숫자를 싫어했던 필자 주변의 몇몇 친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학생 때 금융교육을 좀 받았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라고. 필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기초금융체력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본인의 자녀들이 이 세상에 나가기 전에 옆에서 이 기초체력을 키우게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돈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선 기초적인 회계 상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돈'은 무엇일까요? 다음에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바탕으로 이 주제를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