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맛과 스윙칩맛
한국에 포카칩이 있다면 미국에는 레이스(Lay's) 감자칩이 있다.
주말에 동네 슈퍼에 갔더니 매장 입구에 레이스 감자칩을 종류별로 진열해 놓고 두 봉지를 사면 한 봉지를 공짜로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매대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매대를 집중해서 훑어보는 내 눈을 사로잡은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허니버터맛 레이스!
"어라, 허니버터맛이 원래 미국 맛이었어?"라고 의아해하며 포장 뒷면을 보니,
"Enjoy these honey butter flavored chips inspired by tastes of Korea"
"한국의 맛에 영감을 받은 허니버터 레이스 칩을 즐겨보세요"라고 쓰여있었다!
심지어 당첨되면 한국으로 휴가도 보내준다는 응모권 QR코드도 붙어있었다.
솔직히 포테토칩 원조는 한국은 아니지 않은가. 역수입된 것 같은 재밌는 현상에 또 무슨 맛이 있나 보니 "Sweet & Spicy Honey", "맵고 단"맛 레이스 감자칩도 허니버터맛 옆에 있었다. 이건 포장에는 한국의 맛이라고 쓰여 있진 않았지만, 왠지 아는 맛일 것 같은 느낌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나는 우선 맵단맛 과자 봉지를 뜯어봤는데, 비주얼을 보는 순간 "왜 이렇게 감자칩이 하얗지?"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약간 속은 기분으로 감자칩 하나를 먹었는데, 내 혀가 추억의 맛을 소환해 냈다.
이건 스윙칩 볶음고추장맛이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맵고 달다. 사실, 미국에 살면서 아시안 마켓에서 스윙칩을 본 적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이 과자를 먹은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윙칩이 생각이 날 정도면 레이스가 선방했다.
허니버터맛도 봉지를 뜯어보니 일반 레이스칩과 비주얼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근데 또 먹어보니 허니버터맛이 난다.
미국에서 파는 한국 과자들은 수입품이라서 그런지 가격이 금값이다. 아시안 마켓에서 허니버터칩 한 봉지가 3달러(한화 4천 원)를 호가한다. 3달러면 레이스 감자칩을 파티 사이즈로 살 수 있다.
이젠 허니버터맛과 스윙칩맛 감자칩을 미국 시골 마켓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다.
그래도 총평을 하자면, 허니버터칩에게 미안하지만, 난 스윙칩파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맛을 함께 먹으면, 절제하기 힘들다. 매운맛과 마일드한 맛이 서로 핑퐁처럼 잘 어우러진달까.
이제 마트에 갈 때마다 감자칩의 즐거운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데 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