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신혼살림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겠다는 결심
내가 어릴 때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에 요를 깔고 잤다. 겨울에 요를 깔고 자면 바닥에서 뜨끈뜨끈한 열이 올라와서 등이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아, 나는 "요"라는 단어밖에 모르는데, 유튜브에 이 단어를 검색하니 안 나온다. 내가 단어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건가? 하고 네이버에 찾아보니 "요 매트", "이불매트", "토퍼" 이렇게 나온다. 세상에, 세월에 따라 단어가 바뀌는구나. 나도 아직 젊은데.
나는 요를 깔고 자본지는 오래됐다. 지금은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데 여기 집들은 온돌 같은 바닥난방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에는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침대를 사용해야 한다. 겨울이 되면 발바닥이 너무 시리다. 내 목표가 언젠가 우리집 난방을 온돌로 바꾸는 것이다.
문득 '한국에서는 침대가 꼭 필요할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되면 매트리스에 온수매트나 전기장판을 깔고 자는데, 그냥 온돌바닥에 요를 깔고 자면 등이 자동으로 뜨겁지 않으려나?'라는 나만의 가설도 세웠다. 동시에 '요즘 신혼집 살림 장만하는 게 비싸다던데 몇 백만 원하는 침대대신 그냥 저렴한 요를 깔고 자면 얼마간은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온돌이 있다는 전제하에 무조건 요대신 침대를 사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봐 줘.'하고 부탁했다. 방바닥이 따뜻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침대에서 자니 그럴만한 이유가 또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남편이 명쾌한 대답을 못해줬다.
침대부터 시작하여 남편이랑 신혼집에 꼭 사야 할 가구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식탁이 필요할까?' '흠, 그것보다 좀 더 싼 접이식 좌식 테이블 어때? 방석 깔고 앉으면 되지.'
'소파는?' '소파는 보통 등받이로 쓰는 거 아닌가. 빈백 어때.'
물론 침대가 있으면 좋고 식탁이 있으면 좋고 소파가 있으면 좋다. 단지 아직까지는 얘네들이 없어서 큰일 나는 경우를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남편이 말한다. '그냥,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다 장만하려면 힘든 거 같어.'
12월에는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 있다. 그래서 요즘 결혼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 거 같다. 비싼 가구와 비싼 가전제품이 결혼생활 행복지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있으면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가수 아이유가 자는 침대가 1억 원 짜리라는데, 그렇게 좋은 침대라도 내 옆에 누워있는 배우자가 미우면 차가운 방바닥이 더 편할 거다.
결혼을 하기 전에 정말로 준비해야 할 혼수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겠다는 결심'인거 같다. 내 배우자가 내 편이면 컵라면을 먹어도 산해진미고 내 배우자가 내 적이면 5성급 호텔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는 게 결혼생활이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지만 내 편이 생기는 결혼은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