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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Jun 05. 2024

L부장의 커리어 후반기 고민

커리어 벽에 부딪혔다는 생각을 극복하는 법1

1. L부장이 멘토링 요청해왔다

그는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 입지를 구축해왔고 영향력을 끼쳐온 사람으로 자기를 소개했다. (들어보니 실제로 그랬다) 내향적 성격에 입사 초기부터 본인 의지와는 달리 라인에서 일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스태프로 포지셔닝 되었다고 했다. 


2. 최근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회사에서 그에게 새로운 직책을 맡겼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아니어서 남의 옷을 입고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은 곧바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내게 이 일이 맡겨진 것은 어떤 의미인지, 그만두라는 시그널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느 시점이 좋을지,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만약 당신이 L부장이거나 혹 누군가 이 문제로 조언을 구한다면 어떻게 말해 줄 것인가? 


3. 나는 L에게 2가지 방향을 제안했다. 

핵심은 5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다. 


1안) 현 직장에서 당신이 해왔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달라고 제안하라. 당신은 전문성도 있고, 그 일을 통해 기여할 것이 있지 않나? 회사에서도 당신을 잃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2안) 만약 1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사에게 당신의 고민을 말하고 사직을 의논하라. 대신 일정 시간을 확보하고, 그 기간에 미래를 준비하면 된다. 위 둘 중의 하나다. 어중간한 것이 제일 나쁘다. 


4. 일주일 후 L에게 피드백이 왔다. 

상사에게 본인 입장을 밝혔고, 1안으로 결정되었다고 했다. 상사도 L에게 강점이 아닌 일을 시킨 것이 회사에 손해임을 알았던 것이다. 물론 L은 새로 맡겨진 일을 계속하면 성과도 나지 않고 계속 고민할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었다. 


5. 사실 나는 그가 회사에 1안을 제안함과 동시에 다음 행보를 대비하여 그 길을 앞서간 사람들의 사례를 알려주고 만남을 주선했었다. 

내가 파악한 L은 강점이 분명했고 약간의 현장 적응 과정만 거치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할 것 같았다. 내가 소개해준 분이 또 다른 사람을 연결했는데 그 후로 L은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가장 유익했던 점은 이번 과정을 통해 L은 1안의 일이 곧 2안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하는 일이 다른 의미로 와 닿았다. 사실, 이런 것이 진정한 의미의 워크 – 라이프 밸런스다. 내가 현재 하는 일이 나의 인생Life계획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6. 심리학에서는 End-of-History Illusion’ 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람은 과거에 기반을 두고 생각하기에 자신이 많이 변한 것은 인정하지만 미래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전 세대를 조사해보니 뜻밖에도 젊을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미래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L처럼 몇 가지 중요한 정보와 성공 사례를 몰라서 그런 경우도 많다. 


7. L을 보면서 얼마전의 나를 돌아보았다. 

이랜드 인사총괄 임원을 사직하고 재단 이사장을 할 때 모 기업에서 대표 제안이 왔었다. 해당 업계 1위 기업이고 창업자도 내가 존경하는 분이었다. 더구나 그 비즈니스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제안을 받고 집에 가서 아주 잠깐 고민했다. 내가 사직했던 이유, 5년후와 내 인생 큰 그림을 고려했을 때 하루 빨리 나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대신, 내 일을 하면서 그 기업을 돕는 쪽으로 협의했다. 내 비전과 시간의 자유도를 생각했을 때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8. 그후 L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인을 통해 그의 변화 소식을 들었는데, 첫째로는 그가 매우 밝아졌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하고 미래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향후 회사를 나올때쯤이면 더 업그레이드되어 있을 것이고, 나 역시 그가 역량을 발휘하도록 기업들을 연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용질문

1. 당신은 지금 인생의 어느 시점에 와 있는가? 현재 직장과 직업은 당신의 인생 설계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2. 미래 설계를 위해 지금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부캐를 하라는 말은 아님, 미래를 생각하면 현재의 일이 다르게 해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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