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힘, 연필 박물관
(부제:젊은이들에게, 이어령교수)
"생각하는 사람은 지우개 달린 연필처럼 끝없이 쓰고 지우고 또 그 위에 새글씨를 쓴다. 평생 쓰고 지우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다." - 이어령
이른 아침, 강원도 묵호로 향했다. 아내가 오랫동안 원해왔던 짧은 여행을 위해 내가 자주 참석하던 CEO 클럽 모임을 빠지기로 했다. 대신 속기록을 받아볼 예정이다. 오늘만이 가능한 날이었다.
묵호에서 연필 박물관을 발견했다. 물과 바다, 그 검은 빛에서 유래된 이름의 묵호처럼, 이곳엔 연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숨 쉬고 있었다.
궁금증을 안고 찾아가 보니, 웬만한 크기의 4층 건물에 연필 관련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연필 깎이만 해도 철제, 플라스틱, 캐릭터, 자동, 수동 등 20여 종이 넘는 다채로운 종류가 있어 눈이 번쩍 뜨였다.
와우!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것을 모아왔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처음부터 박물관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취미로 연필 관련 아이템을 모으기 시작했겠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축적이 쌓여 지금의 박물관이 된 것이다. 그리고 묵호라는 지역과 결합하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다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축적이 여러 요소와 결합하여 오늘의 박물관을 만들어냈다.
나도 문득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하는 링크드인 글쓰기, 다양한 멘토링, 강연, 그리고 중소·중견기업 인재 경영을 돕는 일들 역시 이러한 축적의 힘과 제3의 요소들이 결합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이어령 교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 본다.
"젊은이들에게,
진리는 하나가 아니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입장도 하나가 아니다. 이렇게 곁눈의 시각을 강조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면을 꽉 채우는, 가장 효율적인 것이 연필의 육각형이다.
옛날에는 축구 골 네트를 네모나게 짰다. 어망처럼. 지금은 전부 육각형인데 그게 실이 제일 적게 든다. 평면을 메울 때는 육각형이 제일 효율적이고, 거리를 잴 때도 그게 제일 좋다. 동그란 것도 아니고 네모난 것도 아닌 그 균형, 가장 이상적인 걸 찾다 보니 육각형이 되었다."
여섯 개의 각, 육각형의 연필.
세모와 네모처럼 각이 진, 편협한 사고가 아닌 원과 사각의 사이에 있는 안정적인 육각형의 다양한 시각을 강조한 연필을 닮아야 한다.
사실, 그곳에서 연필이 모두 육각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네모난 것, 맨 아래 연필심만 납작한 것,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가 망치 모양인 것 등 다양했다.
그런데 사용해보고, 경험해보니 결국 육각형이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사용하며 피드백을 얻고, 그 결과물이 바로 육각형인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연필을 통해 배운 교훈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축적의 힘이란 결국 끊임없는 시도와 피드백을 통해 얻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 내게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제 양평역을 지나고 있다. 오늘도 내게는 인생의 교훈을 축적하는 하루가 된 것 같아 기쁨을 안고 서울로 향한다.
<적용 질문>
1. 지금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축적하고 있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
2. 내 인생에서 축적의 힘을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