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청사진보다는 두루마리에 가깝다
입사 두 달이 지나면 반복되는 일들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시점이다. 사업에 라이프 사이클이 있듯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일정한 사이클을 따르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길을 걷는 순간에는 그다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녁에 아내와 산책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요즘 일은 어때? 익숙해지면서 지루하지는 않니?”
“아니, 그렇진 않아….”
하지만 말꼬리가 살짝 흐려지는 것을 보고, 이제 일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말해줄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지금은 다행히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니 기쁘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왔나?'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 그럴 때가 되면 그게 바로 너에게 새로운 기회가 다가온다는 신호일 수도 있단다. 중요한 건 네가 그 시기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야."
사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단다. 나는 입사 초기,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있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었어. 처음 배치받은 곳은 이랜드의 물류부였고, 거기서 60명의 아르바이트를 관리하는 일을 맡았지. 신입사원으로서 그런 책임을 맡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컸단다. 그때 아르바이트들을 대상으로 내가 받은 신입사원 교육을 압축해서 제공했는데, 그들이 크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어.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그룹 교육부로 이동하게 되었단다.
그 후에는 내가 교육했던 신입사원 108명과 함께 유통 물류부서장으로 배치받았고, 나중에는 그룹 물류본부장 자리까지 맡게 되었단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이런 경로를 계획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내 자리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연결되었던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인생이 청사진이 아닌 두루마리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하나하나 계획된 대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그 결과들이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던 거지. 그리고 나중에는 그룹의 CHRO까지 맡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단다. 사실 입사 후 한동안 나는 해외 법인장으로 일하는 꿈을 꾸었었거든.
성경에 “내일일을 염려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말은 미래를 계획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오늘에 충실하라는 것이야. 내일은 오늘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지.
마키아벨리가 말했어. “한가지 변화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위한 문을 열어 놓는다.” 그런데 실은 오늘 내가 충실하고 변화하면 내일의 나를 위한 새로운 문이 열리기도 한단다. 더 이상 어제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야. 그것이 성장이고, 성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이기도해. 확실히 인생은 두루마리 같이 펼쳐지는 것 같아.
"너도 마찬가지야. 위에서 말한 것처럼 너의 모든 모습은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걸 기억하렴. 그렇다고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오늘 너의 자리에서 최선과 최고를 다하면, 그 순간들이 네 미래를 열어줄 거란다."
이 말을 하고 2주가 지났을 때, 딸에게 하나의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맡았던 일보다 더 비중 있고 책임이 큰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야근이 많아질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내왔지만, 기대감이 느껴졌고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이제는 그 기회를 멋지게 활용할 차례다. 딸이 두루마리 인생을 멋지게 풀어가며 더욱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적용 질문
1.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일에서 최선을 다해 이뤄낼 것과 배울 것은 무엇인가?
2. 당신은 지금까지 맡은 일에서 성과를 내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