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17명의 자원봉사 선생님과 한국어를 배우는 유학생들
포천의 날씨는 확실히 추웠다. 눈 덮인 산과 들은 서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줬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오전에 한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큰 감동과 희망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미얀마, 말레이시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과 자원봉사 선생님 다섯 분이 오늘 강연에 참석했다. 이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배우며 유학의 꿈을 키웠고, 이제는 한국에서 각자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공부 중인 이들은 오늘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내어 먼 길을 달려왔다.
한 명의 교사와 학생으로 시작된 비영리 단체
이번에 참석한 학생들은 240명의 한국어 학습자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비영리 단체는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며, 현재는 17명의 자원봉사 교사와 함께 운영되고 있다. 단 한 명의 선생님과 학생으로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가 이제는 글로벌한 비영리 단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 단체의 시작은 한 미얀마 청년의 간절함에서 비롯되었다.
“선생님, 우리를 도와주세요!”
그의 요청에 한 교사가 반응했고, 그 청년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를 시작했다. 팔로워 3만 명 덕에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50명의 학생이 모집되었다. 비록 무료 수업이라 노쇼도 있었지만, 순수한 의도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강연 요청을 받고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결국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연에 앞서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을 받아 얼굴과 이름을 외우며 그들을 상상했다. 강연장에서 이름을 부르자 놀라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며 작은 노력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깨달았다.
도전과 열정이 만들어낸 기회
오늘 만난 학생들 중 일부는 한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유학 중이다. 온라인으로 배운 한국어 실력 덕분이었다. 특히 코로나 기간 K-드라마와 K-POP이 한국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00님은 정말 공부를 잘했나 봐요. 한국 정부 장학금을 받을 정도면 대단하네요.”
“아니에요. 도전한 거예요. 다섯 번이나 도전해서 통과한 친구도 있어요.”
그들의 열정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나는 그들과 사명, 강점, 그리고 평생 집중할 ‘The Big One Thing’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은 1시간으로 예정되었지만, 학생들의 열띤 질문이 이어지며 100분을 넘겼다.
역사가 보여주는 희망
이 젊은이들을 보며 140년 전, 조선을 찾아와 연세대학교를 세운 언더우드 선교사가 떠올랐다. 그는 당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 언더우드의 시
그가 시작한 노력이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오늘 만난 이들 또한 지금은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과 도전은 분명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그런 사람들을 통해 만들어져 왔다. 이들은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선물
강연이 끝난 후, 여러 학생들이 감사 카드를 건넸다.
“선생님의 강의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사람은 바로 나였다. 17명의 헌신적인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이들을 보며, 나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서울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