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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성공의 열쇠, 직원 경험 관리 (1)

인재밀도를 통한 성장 경험

by 전준수

한 달 전, HR Tech(이항재대표)와 Thomson Reuters가 주최한 ‘제2회 직원경험관리 컨퍼런스’ 기조 강연을 했다. 그 내용 일부를 ‘M&A 성공의 열쇠, 직원 경험 관리’(부제: 성공적인 직원 경험을 위한 10가지 포인트)로 포스팅했다. 당시 후속편 3개를 예고했는데, 다소 시간이 지연됐다.


1️⃣ 인재밀도를 통한 성장 경험
2️⃣ 목표 달성을 통한 성취 경험
3️⃣ 기업문화를 통한 긍정 경험

오늘은 첫 번째 주제, ‘인재밀도를 통한 성장 경험’을 다룬다.


좋은 회사를 인수해도, 결국 사람 때문에 실패한다

좋은 회사를 인수해도 사람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사람 때문에 성공하기도 한다.

M&A의 성공을 가르는 첫 번째 요인은 조직의 ‘인재밀도(Talent Density)’다.
좋은 인재가 많을수록 조직은 강해지고, 성장의 속도도 달라진다.


(1) 최고의 동료와 일하는 경험

오픈AI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세계적 인재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를 영입했다.

그는 딥러닝 혁명의 주역이자, GPT 모델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다.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오픈AI의 모든 직원을 합친 것보다 수츠케버 한 명이 더 중요하다.”

그 한 사람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고, 결국 ChatGPT가 탄생했다.


직원 경험의 본질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있다.
최고의 동료와 함께할 때 몰입과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국내 기업 Y사도 마찬가지다.
8년 전 2천억 원이던 기업가치가 지금은 수조 원으로 성장했다.
그 변화의 중심엔 한 명의 CSO가 있었다. 그가 합류하자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인재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좋은 인재가 몰려드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그 회사 HRBP가 말한 ‘인재밀도의 힘’이다.


JAL을 살린 이나모리 가즈오,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도 같은 원리를 썼다.
신뢰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핵심 인재를 세움으로써 조직의 에너지를 되살린 것이다.


(2) 숨은 인재를 찾아내라

M&A 현장에서는 외부 영입 못지않게 내부의 숨은 인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이탈리아 법인장을 맡았을 때, 여성 액세서리 브랜드 코치넬레(Coccinelle) 를 경영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면세점 채널을 담당하던 30대 중반의 직원이 눈에 띄었다. 성과도 뛰어나고, 글로벌 네트워크도 좋았다. 무엇보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를 지켜봤고, 결국 나의 후임자가 그를 COO로 발탁했다. 그는 회사를 성장시킨 핵심 동력이 됐다.


스코틀랜드의 로캐론(Lochcarron) 도 비슷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머플러로 더 알려지게된 타탄체크 세계 1위 브랜드였지만 인수 당시 경영 상황은 어려웠다. 그때 나는 그룹 CHRO로 있으면서 매년 한 차례씩 현장을 방문해 핵심 인재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고 기록했다.

그중 한 디자인 디렉터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회사에서 3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이었다.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물류·품질관리까지 이해하는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브랜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공장을 함께 돌며 그녀가 직접 만든 샘플들을 소개받던 날, 브랜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진심이 회사를 바꿨다.
3년 후 그녀는 CEO로 선임됐고, 브랜드는 다시 견고하게 성장했다.


(3) 떠난 사람 영입도 직원 경험의 일부다

핵심 인재가 이미 회사를 떠났다면, 그들을 만나야 한다.
왜 떠났는지, 누가 진짜 핵심이었는지. 떠난 사람은 오히려 더 솔직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부 인재를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CHRO 시절, 그런 만남을 정기적으로 가졌다.
어떤 사람은 “이 조직이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다시 돌아올 기회가 있다면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중 몇 명은 실제로 재입사했다. 그들의 복귀는 조직 전체에 강력한 메시지를 줬다.

“그 사람이 돌아온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 회사는 괜찮은 곳이다. 떠난 인재도 진심으로 대우한다.”

이런 경험이 직원들의 몰입과 충성으로 이어지고, 인재밀도를 높이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마무리하며: 채용은 ‘보충’이 아니라 ‘설계’다

좋은 회사에는 좋은 인재가 모인다고 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다.

인재밀도를 높이려면 좋은 인재가 모이도록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짐 콜린스가 말했듯, 인재 인덱스를 관리해야 한다.

사업의 흐름을 읽고

포지션별 필요한 인재를 미리 정의하며

최소 6개월~1년 앞서 준비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인재밀도를 높이고, 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점점 좋아진다”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최고의 동료와 함께할 때 직원은 성장하고, 조직은 몰입한다. 좋은 인재가 몰리면 기존 직원들에게도 기대와 자신감을 준다.


결국 M&A의 성공 여부는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누구와 함께 일하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조직, 그곳이 진짜로 성장을 경험하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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