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있다. 다만, 그 길을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
지난 토요일 오후, 서강대학교에서 HR 전문가를 꿈꾸는 모임 HEROs의 초청으로 강연을 다녀왔다. HEROs는 올해로 10년째 이어지는 학생 주도형 HR 연구 모임이다.
방학 중에는 실제 기업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졸업생과의 정기적인 네트워킹도 활발히 이어가는 등 ‘진짜 성장’을 향한 열망이 느껴지는 모임이었다.
(1) AI 시대의 HR, 그리고 대학생의 준비에 대하여
HR 전공의 지도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즘 AI가 등장하면서, HR을 가르치는 교수들 입장에서도 방향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HR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 보였다.
이것은 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멘토라이브러리 클래스에도 AI와 데이터를 HR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이 있다.
최근에는 전사 대상의 인트로 과정부터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를 원하는 중간관리자 중심의 심화 과정까지 기업 단위의 요청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실용형 학습이 대학에도 적용된다면 학생들의 사회 진출에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2) 이론보다 중요한 건, 현장의 언어를 배우는 일
이번에 내가 받은 주제는 **‘채용과 HRBP’**였다.
학생들은 내가 LinkedIn, HR Insight, 월간인사관리에 실었던 글을 거의 다 읽고 무려 15개의 질문을 준비해왔다. 사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에게 HR을 어떻게 풀어낼지 처음에는 방향이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채용’이라는 HR의 한 꼭지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면 HR 실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학생들이 물었다.
“학생으로서 HR을 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AI 시대에서 HRBP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실, 그들은 이미 잘 준비되고 있었다. 산학 인턴십을 하고, 선배를 찾아가며, 현장을 가까이하려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만, 학생에게 더 중요한 것은 고객과 현장에 밀착해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과 태도를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이미 직업 현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습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말했다.
“어떤 과목을 배우든, 현장과 고객을 가까이하세요. 직접 찾아가고, 땀을 흘리며 배우는 프로젝트를 경험해보세요.”
요즘은 1인 기업, 퍼스널 브랜딩처럼 ‘자신만의 기여’를 강조하는 시대다.
하지만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이 곧바로 그런 준비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신입사원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
기업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사회적 문제까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3) 길은 있다. 다만, 그 길을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
대학이 조금 더 트렌드와 실무를 연결하는 학습 모델을 만들고 (물론, 이 과정에서 기업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도 있다) 기업들이 프로젝트형 일 경험을 열어준다면,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길은 있다. 다만, 그 길을 잇는 다리를 함께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대와 산업의 간극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공존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함께 찾아가는 2025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