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뭐.. 왜그러니?
내 자신이 원하는 바와 느끼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싶을 때 나는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렇게 나에대한 도식을 확장해나간다. 그렇게 다채로운 경험을 한다거나 감정의 기복이 큰 편이 아닌데도 내가 가끔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경험의 폭이 더 넓은 사람들은 내게 진짜 이런.. 면이? 라고 생각하는 빈도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내 인생에서 해결되지 않는 역설 중 하나는 내가 바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쁘게 되면 어느 순간 체력이, 몸이, 정신력이 바닥나는 지점이 온다.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자부할 수 있으나 잘 살고 있다가, 잘 해결하고 있다가 정말 문득 모든 것이 지겹게 느껴진다.
그럴 때 나는 달리기를 하거나, 요가를 하거나, 무엇이든간에 운동을 주로 한다. 나 요즘 힘들다고 말하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그럴 시간이나 힘이 있다면, 달리기나 걷기를 추천한다. 운동이 뇌의 건강과 환기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경험적 증거에 의해서다.
그래도 안된다 싶으면 잠을 잔다. 잠을 잘 시간이 없다 싶으면 아예 미쳐버린다. 락 음악을 짱짱하게 틀어놓고 머리를 휙휙 흔들면서 할 일을 처리하거나, 잘 견딘다 싶었더니 으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다시 앉는다. 물론 혼자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사회적으로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 할 것 같으므로.
거창하게 말해도 스스로가 그렇게 힘든 경험을 해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해도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내 주관적 경험 상에서 나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풍파를 맛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내가 들이는 노력을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바쁜 것을 잘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자신을 수용해주고 아껴주려고 노력하다보니 꽤나 많이 보완된 부분이지만, 아직도 나는 내가 사는 삶이 너무나 널널하고 틈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나만 이런 것은 아니다. 정말 바쁘다, 저 친구의 삶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누가봐도 입을 모아 말할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봐도 나? 별로 안바쁜데? 겸손한 답이 돌아오기 일쑤이다.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더, 더 바쁘기 때문이다!
1-10의 척도가 있다면, 8 정도로 거의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좋게 승화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부족해? 그럼 뭐가 부족한데? 할 수 있는 것부터 채워보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A구나, 그럼 당장 A를 시작하자, 라는 식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문제에 대한 대처 양식은 저마다 다르며, 나는 접근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안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마냥 그 문제가 가져다주는 감정적 고통에 압도당하고, 정작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멋진 종족 인간은 성장한다. 경험을 통해서 다음 번에 같은 일이 생기면 이렇게 해결하리라는 대비책을 학습한다. 학습을 통해 나는 해결중심적 대처방식을 습득했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다 위주로 반응하는 내 뉴런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수 없는 내적인 고민이 있다. 나는 항상 바쁘고 싶다. 바쁘기 싫은데 바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Stress-relaxing, 정말 쉬고 있는 동안에도 뭔가 하지 않고 있다는 그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조급해할수록 일을 그르치기 쉬우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면 이후의 결과는 내 손을 떠났다고 받아들여야 맞다는 주위의 조언과 스스로의 가치관에 동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머리로 아는것과 실제로 응용하는 것은 다르다고, 돌아보면 조급해하고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렇게 바쁘고 싶으면 회피하지 말고 한 번 크게 바빠라. 일을 벌려라.
모두에게 감정의 이면에 있는 원인과 의미는 다를 수 있다. 나 자신의 입장에서, 현재 내가 조급해한다는 것은 뭔가를 이루고 싶은데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판단했다. 더 쉽게 말하면, 말만 하지 말고 그럼 뭐라도 해보라는 의미이다.
나 요즘 하는게 없는데? 정말?
사회와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기 싫어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품이 들어가는 일인지 모른다. 일상에서 하고 있는 일은 많을 것이다. 전과 같은 수준의 업무를 하고 있진 않을 수도 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일상을 이루는 자잘한 일들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원할 뿐이다.
따라서 선택했다. 니가 그렇게 원한다면 뭐라도 해봐야겠지, 인정해줘야겠지. 대신 그렇게 해서 바빠진 다음에 고통이 찾아온다면 그건 즐기렴. 이게 이번 회기 자신과의 상담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두서 없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브런치를 미루게 되는 원인에는 내가 완벽한 글을 써내려가서 발행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했다. 재밌는 생각이다. 100만 구독자를 목표로 하는(목표로 할 수는 있겠지만) 크리에이터도 아닌데 굳이 또 뭘 그렇게 잘하겠다고, 어차피 자기 만족을 위한 표현의 공간이다. 신경쓸 일이 많다, 내게 아이디어가 없다 등등의 핑계 하에 자기 표현의 글을 멀리하지 않을 작정이다.
어쨌든 지금은 어째서인지 하나라도 더 해보고 싶고, 바쁘고 싶다는 스스로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상을 채워주어야겠다. 또, 최근 그닥 뇌를 써주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책을 다시금 읽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