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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May 08. 2024

햇살과 비바람의 전주영화제

2024, 05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했다

첫째 날은 날씨가 좋았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비바람이 아주 많이...... 쳤다


미끄러질까 봐 무서웠다











당신이 어렸을 때 상상한 세계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첫 영화는 페드로 코스타 + 빔 벤더스

* 페드로 코스타 - 불의 딸들 3.0

페드로 코스타 기대를 많이 했다...... 전부터 보고 싶었던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자막이 한글, 영어 모두 너무 작아서 ??? 하다가 끝났다 그래서 집중이 너무 안 됐고 분할...... 그걸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세 명의 화면이 분할된 채 셋이 노래를 하는데 

집중이 안 되는 상황에서 더더욱 집중이 안 됐다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 빔 벤더스 - 룸 666

1982년 칸 영화제에서 만난 감독들에게 "영화는 죽은 언어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빔 벤더스

정말 유명한 감독들이 많이 나오고 좋은 대답도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너무 많은 답을 해서

볼 때는 좋았으나

기억이 잘 안 난다


기억에 남은 것은:

고다르) 영화가 죽는 건 상관없다 나도 죽는데 내 예술이야 뭐......


??




그리고 이어서 40 년이 지나고 비슷한 포맷으로 만들어진 (감독은 다르다)

룸 999도 봤는데...... 우선 느낀 것은 처음에 빔 벤더스가 떠올린 그 포맷이 대단하다는 것? 

감독만 달라졌을 뿐인데 느낌이 많이 달랐고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인데 만듦새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대답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빔 벤더스) 그러니까 여러분은 선택해야 한다 디지털화의 피해자가 될지, 당신 예술의 주인공으로 남을지

이런 대답이 있었다는 게 기억이 난다













쓸쓸할까 봐 친구들을 데려갔다 

저번에 무주영화제 혼자 갔을 때 충격적으로 외로웠던 기억이 떠올라서 겁이 났었다

아마 무주는 산골짜기에 영화관 덜렁 있으니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생각보다 전주는 외롭지 않았다 


그냥 내가 외로움을 무서워한다는 사실만 깨달았다 














그리고 날짜를 보니까 벌써 다음 날 티켓인데

내가 전주에서 본 영화 중에서는 제일 좋았던 <쿨리는 울지 않는다>


흑백 영화이고 러닝타임도 무난하고...... 좋았던 점들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 주는 영화라는 것

이 감독이 시야각이 무지 넓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는 것, 정치사회적으로도

그렇게 많이 여러 가지가 보이는데도 

기어코 잘라낸 90분의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


첫 장편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패기가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완성도 또한 너무 좋게 느껴져서 

기다렸다 사인을 받고 말았다 (내 목소리가 무지 작았으나 친절하게 알아들어 주셨다)












GV에서 누가 제목 관련해서 감독님에게 '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질문했는데

감독이 그건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태도조차도 좋았다 인상적이었다 


새삼 그 영화에서 아무도 울지 않았던 게 기억난다

과거에 매여 있는 사람, 미래가 두려운 사람 그 둘이 최종적인 주인공인 느낌인데

결국 둘이 화해한다 


쿨리는 늘보원숭이라는데 엄청 귀엽고 눈동자가 아름답다 

아마 정말 그렇게 아름다운 동물일 수도 있고

감독이 그렇게 찍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조카가 처음에는 그 원숭이를 싫어하는 듯 행동하는데

"쿨리가 있어야 이모가 덜 슬프시잖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이모는 "이제 슬프지 않다"고 대답한다 


붙잡을 것들이 모두 과거에 있는 사람은 슬픈가 보다 

그리고 그걸 놓아주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문득 이 감독은 과거의 어떤 것을 놓으려고 애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0 필름 100 포스터 사러 가던 길

햇살이 뜨거웠다


하지만 포스터는 예뻤다

하지만 너무 컸다














계속 몸이 안 좋았다 마음도 

여러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많이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은희가 디저트를 하나 남겨 두고 갔다

무작정 먹었는데 달콤했고 맛있었고 힘이 났다 



은희가 모루 거북이도 주었다

소중히 여길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











카페 한채 

귀여운 푸딩을 보고 은희랑 같이 가야겠다고 정했던 곳이다

맛있고 귀여웠고 사람이 무지 많았다 우리 조금 뒤에 온 사람들은 주문이 마감되어 그대로 나가야 했다 














죄송하지만 노잼이었어요

짜증도 났습니다 












주인공...... 특히 키 큰 주인공(이름 까먹음)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이것 역시 첫 장편이라고 들었는데 굉장히 만족했다 

마지막에 개가 죽어서 묻어 주는 장면에서 찔끔 울었다 치트키이긴 하나 사람은 가끔 속아 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었다

공격적이나 섬세하고 의리 있고 예술적이며 요리를 좋아하고


초반에 주인공이 "나는 동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은 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마지막에 그는 친구가 연 동네 식당에서 일한다

그런데 일련의 그 과정들이 결코 그를 패배자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무슨 깨달음을 얻었거나 그렇게 묘사하지도 않는다


괜한 자존심을 꺾은 것인 건 분명할 수 있겠으나 

모르겠다 성장인 걸까? 그것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았다 











카프카 서점

처음에는 물결서사인가 그곳을 가려고 했으나 휴무일이었고 더 알아봐서 이곳을 찾았다

거의 오픈시간에 맞춰 갔는데 순식간에 사람이 엄청 많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꽤 있었다

캐럴라인 냅이라든지

존 스타인벡의 연필에 대한 일화(......) 등


만족스러웠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필사 항아리에서 접힌 쪽지를 하나 가져갈 수 있었다

나는 이걸 뽑아서

수첩 사이에 잘 넣고 왔다 













은희만 표를 잡았던 <우리가 눈을 뜨고 잘 때> 수작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서울소바나 먹었다

맛있었다














카프카 서점 벽에 붙어 있던 종이

반듯하게 외국어를 쓸 수 있는 아야카 씨는

이 응원들을 확인하셨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매일 고민 중입니다

어려울 일일 텐데 현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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