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문득 시리즈
때때로 아무 생각 없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을 때면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한 번씩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나는 느낀다. 참으로 아름답다.
완벽한 대칭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그저 반대쪽을 베어 물어주고 싶은 사과일 뿐인데
어찌 이토록 세련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
단순한 사과가 아닌 학습된 기억일 것이다.
학습된 브랜딩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애플은 감성이지, 애플은 디자인이지! 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애플은 이러한 컨셉을 브랜드 이미지로 삼았으며 우리는 학습되었다.
애플은 삼성으로, 삼성은 애플을 닮아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꾸준히 심미학적 상징이라고 가슴 한편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사과는 하나의 경외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학습한 것의 첫 이미지를 강하게 인식하며 그 경험을 토대로 다음의 것을 판단한다. “오래된 관습이나 틀을 부수는 것” 우리는 그것을 ‘혁신’이라고 부른다. 고착화된 폴더폰 시장에서 우리의 편견을 보란 듯 깨부순 사과는 혁신과 신선함을 선사해 주었다.
또 어떤 제품으로 우리를 놀래켜줄까라는 기대감과
관련 업계에서 근무하는 나에게는 이것보다 더 나은 서비스가 있을까라는 존경심과 넘지 못할 벽을 마주 보는 듯한 경외감이 절로 드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바닥을 보니 베어 먹어 떨어진 사과의 조각이 보였다.
환경 보호를 인질 삼아 충전기를 미포함시킨 최악이자 최고의 마케팅 행보가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애증의 상징이 이런 것인가 싶다.
아씨, 문득 모니터를 보았더니 나의 점심시간은 끝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