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게이머 시장의 성장이 가파르다. 남성 게이머 시장 성장 속도의 약 2배에 달하며,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이미 전체 게이머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등에서는 남성 게이머 이상의 1인당 지출을 보이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하지만 여성 게이머 시장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2023년 나코 파트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게이머의 과반 이상이 게임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여성 게이머 시장은 양적 성장에 비해 내실이 아직 충분히 성장하진 못한 상태다.
여성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여성 게이머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에서 무엇을 추구하는가? 어떤 장르를 선호하며, 어떤 디자인, 또 문법을 원하는가? 여성향 스토리 게임은 어떻게 여성들을 끌어들이고 있는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성장을 주도한 장르는 시뮬레이션이었다. 시뮬레이션은 다운로드 증가율에서 2021년과 2022년 모두 Top 3에 자리했는데, 특히 캐주얼 시뮬레이션이 높은 성장을 보였다. (data+ai+IDC, 2022/2023년 게임 스포트라이트 리포트 기준)
특히 여성 게이머들은 남성 게이머 대비 퍼즐, 시뮬레이션, 카드 장르 등을 많이 플레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주얼 게임의 전반적인 성장세 속에서도, 특히 여성 게이머들이 이와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왜 여성들은 모바일, 캐주얼, 시뮬레이션에 열광하는가? 구글의 2022 모바일 게임 백서 ‘연결을 통한 자신감의 형성: 상호교차성은 어떻게 미국의 여성 모바일 게이머에게 영향을 미치는가(Building Confidence Through Connection: How intersectionality impacts women mobile players in the US)’는 그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선, 기존의 콘솔/PC 중심 게이밍 환경이 남성 중심적이었다는 것이다. 걸스 메이크 게임즈(Girls Make Games)의 공동 창립자 라일라 샤비르는 이에 대해, “게이머로 간주되려면 반드시 콘솔을 보유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며, 이런 커뮤니티의 문화가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게이머’로 여기지 못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한다.
반면 모바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 진입장벽이 낮고, 철저히 개인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게이머들에게 안전함(Safety)을 느끼게 한다. 기존의 선입견이나 공격적 문화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정체성을 탐색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여성들이 모바일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는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70%의 여성 게이머들이 모바일 게임을 통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소수인종, 성소수자 등 상호교차성을 가진 여성의 경우 43%가 모바일 게임 속에서 일상생활보다 더 포용적인 분위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모바일 공간은 여성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인정받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이는 스토리 게임, 시뮬레이션, RPG 등 특정 장르의 게임이 여성 게이머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글 백서에 따르면, 여성 게이머들의 70%는 일상생활보다 모바일 게임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캐주얼 게이머 알렉스는 모바일 게임 속 캐릭터를 플레이하며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던 외모 품평이나 비방을 경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여성 게이머들은 모바일 게임을 통해 다양한 선택을 간접 경험하고 자존감을 높인다. 일상생활 이상의 안전함을 느끼고, 자주적인 선택을 하며, 또 다양한 정체성을 체화한다. 이런 여성 게이머들의 플레이 패턴에 가장 잘 맞는 게임 장르가 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 게임이다.
스토리게임은 캐주얼한 형태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써,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게임이 전개되며 선택지에 따라 다른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 게임은 특히 여성 게이머에게 일상에서 하기 어려운 경험과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여성게이머들로 하여금 삶을 주도하는 자신감을 부여한다. 가볍게 즐기기 좋단 점도 중요하다. 2021~2022년 들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캐주얼 게임과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성을 함께 가진 셈이다.
실제 스토리 게임은 스토리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약 n달러의 매출 규모를 올리고 있는데, 이는 전체 게임 시장 대비 n% 수준이다. 전체 파이로 보자면 그리 크지 않지만, 스토리게임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 게임 제작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유저 입장에서도 진입장벽이 높지 않으며, 캐주얼하게 즐기고 보상을 얻을 수 있어 최근 모바일 게임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최근 AAA 게임의 평균 제작비는 약 1억 달러 이상으로, 이는 초대형 개발사에게도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수준이다. 반면 스토리게임은 지나치게 복잡한 시스템을 지양하여 비교적 작은 규모로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단순히 제작비가 적을 뿐이라면 유저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없을 것이다. 스토리게임은 대신 캐릭터의 매력, 스토리의 참신성과 미려한 일러스트를 통해 유저를 끌어들이는데, 이는 빠르게 세계관에 몰입하고 캐주얼하게 게임을 즐기길 원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훨씬 좋은 보상이다. 이 보상은 특히 여성 게이머들이 매력을 느끼는 대표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그 성장세다. 여성 게이밍 시장은 연간 10% 이상 성장하며 남성 게이밍 시장에 비해 2배 가까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스토리 게임의 성장은 그 이상이다. 한국 같은 경우 여성향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2017년 이후 스토리타코와 같은 여성향 스토리 게임 전문 기업이 등장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8년 n원 수준이었던 스토리타코의 매출 규모는 2022년에는 n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렇다면 어떤 여성향 스토리 게임이 성공할까? 무엇보다도 ‘여성을 위해 디자인된’ 게임이어야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게임 시장에서는 그리 당연하지 않은 얘기기도 하다. 여성 게이머의 약 30%만이 ‘여성 게이머들을 위해 충분히 잘 디자인된 게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여전히 게임 시장의 문법이 남성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여성 게이머들을 위한 시장이 그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했단 의미다.
그럼 어떤 게임이 여성 게이머들을 위해 디자인된 게임인가?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을 통해 일상생활과 달리 자신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탐색하고, 주도적인 선택권을 갖기를 바란다. 니코 파트너스와 구글의 <Think with Google> 보고서는, 여성 게이머가 선호하는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옵션을 갖추는 것이 여성 게이머를 사로잡는 핵심적인 요소임을 지적한다.
이런 스토리게임은 기본적인 플레이는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 시청이나 인앱 결제를 통해 추가 기능을 해금하는 프리 투 플레이(F2P) 형태로 출시된다. 이중 광고 수익 매출은 보통 시장조사기관의 소비자 지출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스토리 게임의 흥행과 지속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스토리 게임에서 광고 매출의 규모는 약 n% 수준에 이른다.
스토리게임 설계에 있어, 광고에 대한 게이머들의 불만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게이머들은 보통 단순한 비디오 광고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며, 보상을 지급하는 보상형 비디오 광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한편 플레이 가능한 형태의 게임 광고에 대해서는 비교적 중립적이나, 점차 부정적인 의견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