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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 Jan 21. 2024

수업자존감 먹고 살기

11년차 초등교사의 수업에 대한 생각


수업 자존감 먹고 살기


 교사는 수업 자존감을 먹고 산다. 수업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에 따라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올라간다.

수업 자존감은 단순히 '수업 스킬'을 잘 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재미난 활동, 게임, 컴퓨터 자료 등을 이용한 분절된 수업으로는 수업 자존감을 먹고 살 수가 없다는 뜻이다.


 신규교사 시절, 나는 PPT를 이용한 수업을 많이 했다. 신규시절엔 아이들에게 하는 발문 하나 하나도 신경이 쓰이고, 40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 화면이 나에게 정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교사 커뮤니티에서 다운로드 받기도 내가 직접 만들기도 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느꼈다. 수업을 이끌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닌 '컴퓨터 화면'임을.

아이들은 물론이고 나조차 컴퓨터 화면에 이끌려가며 수업을 하고 있었던 거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 화면이 나오지 않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컴퓨터 없이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교사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주제중심 교육과정 재구성


 주제중심 교육과정 재구성을 접한 이후 나는 더이상 PPT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 자료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수업을 이끄는 것은 엄연히 '나'다.  

 주제중심 교육과정 재구성은 혁신학교에서 하고 있는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교과서대로 하는 수업이 아니라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다시 구성하는 거다.

 

주제중심 교육과정을 언급한 이유는 주제중심 교육과정이야말로 '수업의 본질'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이다.




수업의 본질


What?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Why? 이것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

How?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수업의 본질은 '교과서'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반드시 고민해야한다.

교과서대로 수업하며 교과서 속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분절된 것을 경험한 적이 많다.


우리는 수업을 통해 분절된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삶'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삶'을 배워야한다.

정확히는 '삶'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배워야 한다.

교과서 속에서만 존재하는 내용이 아닌, 진짜 아이들과 닿아있는 그것이어야 한다.




-이것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초등교육의 성취기준에서 이것을 왜 가르쳐야 한다고 정했을지,  어떤 면에서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2022개정교육과정에선 핵심아이디어


혹은 주제 중심교육과정으로 운영할 '주제'를 정한다면,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어서, 왜 그 주제를 통해 가르치려고 하는지를 충분히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학년 2학기 과학 2단원. 생물과 환경에서는 '생태계'를 공부한다.

생태계를 왜 가르쳐야 할까? 이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를 고민한다.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동물,식물,미생물을 포함해 흙, 바람, 공기, 햇빛까지 서로 영향을 주며 살아감)에 대해 공부하고 나면 '이 세상에 어느 하나 그냥 만들어 진 것은 없다' 는 걸 알게 된다.


자연에 적응하며 달라진 생물들, 서로 천적 관계인 생물로 인한 생태계 평형.

그리고 생태계에서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은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 인간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어떤 시스템으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어서 매우 의미가 있다.



왜 가르쳐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나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에 대해 구체적인 수업 계획을 세운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는 언어로 표현되기 전부터 나타나며,
감정과 직관, 이미지와 몸의 느낌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생각의 탄생』, 루트번스타인 저.

 


 교사는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어떻게 가르칠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에 있는 글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라는 필터를 통해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바꿔서 전달해야 한다.


전달해야 하는 내용 ------>   교사  ---->   단순, 직관, 추상, 비유  ------>  아이들



예를 들어]

과학 수업때 사용하는 과학 노트(줄 없는 공책)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도식화한다.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개체를 마인드맵으로 그려서 한 눈에 들어오게 분류한다.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에 대해 배울 때엔

대표적인 예를 그림으로 표현하여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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