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리 Dec 31. 2023

교사의 언어

봄에서 겨울까지, 1년간 스며듦의 힘

[에필로그] 교사로서 내가 가진 강점?


패기 넘치던 신규교사 시절을 지나 중견교사에 접어들면

‘교사로서 내가 가진 강점이 무엇일까’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게 된다.

 다행히 학생들은 주로 나를 좋아해주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학부모들도 나에게 호의적이다.


왜 그럴까?

어느날 학부모 몇 분과 전화상담을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저도 선생님처럼 그렇게 말 해줘야 하는데..

잘 안돼요.."

"선생님이 정말 칭찬을 잘 해주시더라고요.

칭찬하는 법도 좀 배워야겠어요.."

아이들은 나에게 쓴 편지에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은 저희의 마음을 참 잘 이해해주세요."

"선생님은 저희를 진심으로 사랑하시고,

더 잘 할 수 있게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생각해보니 내가 가진 교사로서의 강점은 아이들과 '소통(대화)'을 잘 한다는 점이었다.


대화가 잘 된 덕분에 내가 하고자 하는 학급 경영도 잘 이루어지고, 생활 지도도 잘 이루어진 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해 ‘교사의 언어’에 초점을 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시각에서 쓴 ‘교사의 언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고민인 교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Part 1] 말의 힘


부모와 교사 혹은 주변 어른들이 해주는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특히 초등 교사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거의 하루 5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길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수업일수가 200일이라고 했을 때 5x200=1000

대략 1000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담임이 수업하지 않는 교과 시간도 있지만,

아침맞이와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포함하면 대략 이정도 될 것 같다.)



결코 짧지 않은 이 시간동안, 교실에는

하루에도 몇 번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교실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는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지,


해서는 안될 말과 아이를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말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1) 교실에서 하는 대화



1. '화'를 대하는 방법


첫째, 화가 나서 화를 내지 않는다.

다만 훈육으로서의 화난 척만 가끔 한다.


훈육과 화의 다른 점은 훈육은 나의 감정이 담겨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가 나는 순간, 화가 나는 내 자신을 바라본다.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찰나의 시간이 생기고,

 이미 내 화는 어느정도 가라 앉는다.

그러면 그제서야 내가 해야할 말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


둘째, 화가 나도 그 감정을 되도록 극대화하지 않고, 대신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너 이거 아니야. 그만 멈춰야 되는 상황이야.'​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의 '사람 됨'에서 나온다고 했다.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지는 그 사람의 사람 됨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 자신을 자주 갈고 닦으려 노력한다.

교사의 화를 대하는 방법은

매일 만나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스며든다.



2. 정말 어쩔 수 없이 주는 '경고'

계속해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경고'를 준다.


우리 반에서 경고를 받는 예는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예의에 심하게 어긋난 행동,

심한 장난을 계속해서 반복할 경우


몇몇 아이들은 경고를 받아도 금방 잊어버리고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경고는 총 3번까지다.


경고 3번이 되면 남아서 선생님과 함께 '면담'을 한다. (혼나는 시간이라기 보다는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무섭게 혼나는게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이 시간을 두려워한다. 그치만 미리 약속했기 때문에 경고 3번까지 되었을 땐 모두 다 수긍하며 이 면담에 성의있게 참여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경고를 주기 전, 이렇게 말하는 거다.


"계속 이런식으로 한다면 경고를 줘야될 지도 몰라."


"오늘 수업태도가 많이 안 좋다.

경고를 받을 지도 모르겠는데."


이 말에서 느껴지듯

'경고'는 '선생님은 정말 주기 싫은데

도저히 안될 때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 슬슬 화가 올라올 때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아.. 이렇게 즐거운 날에

너희들한테 화 내고 싶지 않은데.."

아이들은 이 말만 들어도 충분히 알아듣는다.


'아, 이 행동 멈춰야겠구나.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행동을 내가 하고 있구나.'


물론 예외인 친구들이 분명 있긴 하다.

그 얘기는 뒤에서 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경고를 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경고를 받아도

전혀 억울해하거나 불만하지 않고

 '선생님이 어쩔 수 없어서 경고를 주셨구나.'

생각한다.


이 생각엔 사실 함께 담겨있는 것이 있다.

‘선생님은 날 미워하시지 않는구나.’


자신을 지적한 선생님에게 아이들이 마음을 닫는 가장 큰 이유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면

아이들은 비로소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

3. 되도록 '지시적용어' 쓰지 않기


나는 절대로 아이들을 '야!' 라고 부르지 않는다.

꼭 아이들의 이름을 부른다.

-지시적 용어: 00아, 이거 안 됐잖아. 다시해. (X)

-오, 열심히 했다. 근데 여기가 조금 부족하네.

다시 해볼까? (O)


이렇게 물어도 웬만해선

'아니요.안할래요.' 하지 않는다.


-에이. 이건 솔직히 좀 대충했지? 다시 해보자. (O)

오글거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소한 한마디들이 모여

나와 그 아이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지시적 용어가 반복되면 아이는 어느순간

나에게 마음을 굳게 닫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굳게 닫힌 마음은 생각보다 다시 열기 힘들지도 모른다.



4. 정말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따끔하게'



예를 들어

화가 나면 자기도 모르게 주먹이 나가는 아이,

욱하면 욕부터 튀어나오는 아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아이


같은 경우에는


아주 따끔하게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는걸

이야기해준다.


​단,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초점을 두고 훈육하되,

이로 인해 자신이 아주 몹쓸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님을 꼭 전달해주어야 한다.


그 행동이 일어난 순간,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만!'  (행동을 멈추게 함.)

'너 이게 무슨 행동이야!' (잠시 눈빛과 침묵)

혹은 ‘지금 뭐하는 거야!’

'여기에 서 있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시간을 줌)


​되도록 짧고, 힘있게 전달해야 하며

눈빛과 침묵이 키 포인트이다.


잠시 뒤, 아이와 이렇게 대화를 한다.

"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이가 그만 하라고 해도 자꾸 놀려서 제가 때렸어요."


"일단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안 되는 거야.

알겠니?"


“네..”


"혹시 화가 나면 너도 모르게 주먹이 먼저 나가니?"


"네. 화가 나면 참을 수가 없어요. "


"선생님 생각엔 00이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지 몰라서

주먹이 먼저 나가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

노력하면 고칠 수 있는데, 혹시 너도 고치고 싶니?"


"네. 고치고 싶어요."



따끔한 훈육으로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시키고,

반성할 시간을 준 뒤


자기도 모르게 주먹이 나갔던 상황을 공감해주고, 그건 너의 잘못이라기 보다 대처할 줄 몰라서 버릇이 생긴 탓이라는 말을 해준다.


그리고 바뀔 수 있다는 말도.



"여태껏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한번에 고쳐지기는 엄청 어려울거야.


그치만 화가 날 때마다 심호흡을 한번 해보고,

눈빛과 말로 표현하는걸 연습해보자.


그래도 해결이 안될 땐 주먹으로 해결하지 말고

선생님을 꼭 찾아오기."



잘못된 행동을 한번에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알려준다. 그리고 충분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으며,


그 노력은 반드시 좋은 결과로 보답한다는 것도 이야기한다.



이 아이를 꾸준히 관찰하여 교사가 적절히 개입 해주어야 하는 상황에 개입한다. 아이의 대처에서 노력이 보인다면 충분히 그 노력에 대해 칭찬해주며 아이를 격려한다.




5. 잔소리는 금물


 

되도록 짧게 말하고, 자주 반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배움공책을 써야하는 상황인데

아직 공책을 안 꺼낸 아이가 있다면,

-00아, 뭐해. 아직도 공책 안꺼냈어?

넌 매번 왜 그러니? 빨리 꺼내!   (X)


-00아. 지금 뭐 해야 되지? (O)


혹은 이미 한번 말을 한 상황이라면,


-00아. 똑같은 말 더 안하게 해줘.(O)


10번 말하고 싶어도 참고 1번에 응축해서 말한다.


아이들은 놀랍게도 10번 말할 때보다 잘 알아듣고 바로 행동하려고 한다.

10번 말하고 싶은데 1번 말하기. 맞다.

속에서는 천불이 끓을 때도 많다.


하지만 교사의 말이 ‘잔소리’로 들리는 순간

정작 중요하게 전달되어야 할 것들이 닿지 못하게 될 수 있다.



6. 절대로 ‘비교하지 않기’



내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친구와 비교당했던 때가 가장 괴롭고 자존감이 낮아졌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절대 하지말아야 할 것 중 1위는

바로  '비교'다.


-“00아, 옆에 **좀 봐라. 얼마나 잘 하니.”(X)

-“00아, 지금 잘 따라오고 있지?(0)


굳이 다른 친구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

그냥 그 아이에게 전달할 것만 간결하게 전달한다.


칭찬하고 싶으면 잘 하는 아이를 칭찬하면 될 뿐이다.


이렇게 내가 하는 말 중

은연 중에 비교가 섞여 있지는 않는지 주의한다.





7. 그 아이가 되어 생각해보기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방법이다.


‘내가 그 아이라면, 지금 내 마음은 어떨까?’


아이와 대화하기 전,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그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해본다.

오랜만에 학교에 왔을 때, 엄청 긴장했겠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주면 기분이 좋았겠다.

친구들에게 비난을 받아서 많이 주눅들고 속상했겠다. 등



때때로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더욱 교사가 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8. 모든 것은 꾸준한 관찰과 관심으로부터


위에서 말한 모든 것들은 교사의 꾸준한 관찰과 아이들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사랑)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

꾸준한 관찰과 관심, 아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 말들은 신기하게도 아이들에게 가서 잘 닿는다.


​​​​​​​​​​​​​​​​


다음 글에서는 1년 속에서 시기별로 내가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 학부모에게 어떻게 말하는 지 등을 다뤄보겠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3월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