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차 초등교사의 학급운영 이야기
나는 대단한 능력 없이 매해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다. 그치만 아이들과 만나는 날들이 대체로 즐겁다.
특별하고 대단하진 않지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길래 즐거운 것일지,
하나하나 시간순으로 떠올려보려고 한다.
1. 아이들과의 만남 전, 내가 꼭 하는 것.
①교사의 자신감은 '수업'에서 나온다. (교재연구)
스스로 교재연구하는 시간을 꼭 갖는다.
(자료를 단순히 다운받아 클릭하는 것, 교재연구가 맞을까..?)
방학 중에 교육과정을 훑어보고 연계성을 파악, 내용을 유목화 한다.
지도서를 먼저 쭉 읽어보고, 관련 책을 읽어본다. 유튜브 영상도 찾아본다.
단원의 배움이 어떤 순서로 흘러가는지, 순서를 바꾸고 싶거나 내용을 합치고 다른 것을 추가하고 싶은 것을 구상해본다.
사실 이 과정을 혼자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준비하고, 파트를 나누는 것이 좋다.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 준비할 땐, 한 학기 성취기준을 3개의 주제에 재배치한다. 교육과정 재구성 이야기는 추후에 따로.)
②'중심'이 있는 교사 -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교사의 가치관)
내가 강조하며 중요하게 여길 부분,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할 부분에 대해 중심을 잡는다.
(예를 들어, 시험을 잘 보는 것을 강조할 것인지, 모둠활동 시 결과물만 잘 나오면 장땡인지..
경쟁 위주의 체육 시간을 짤 것인지,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도 귀찮으니 살짝 지나갈 것인지..)
교사인 내가 갈팡질팡하면 아이들도 혼란스럽다. 고학년은 중심이 없는 교사를 금세 알아차리고 우습게 본다.
만약 교사로서의 나 말고, 진짜 '나'의 가치관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걸 세우는 것이 먼저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며, 어떤 삶을 가치 있는 삶으로 여기는가?'
예) 나는 '후회되지 않는 오늘'을 살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싶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 한다. 아이들의 눈을 자주 마주치며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 등..
③작년 우리반 교실 속 삶을 들여다보며, '잘된 점/ 반성할 점'으로 나누고, 세부적으로는 '잘 되어서 그대로 할 점/ 잘 되었으나 보완할 점'과 '삭제할 점/ 변경해서 활용할 점' 등으로 정리해본다.
예) 매일 아침 책 읽어주기를 한 것이 좋았다. (아이들과 친해짐. 우리 반이 함께 공유하는 이야기가 생겨서 좋음. 지각하던 아이들이 일찍옴.)
글똥누기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 한 줄 씩만 적게 하고 나는 싸인만 해주어야겠다.
④2월 동학년선생님들과의 만남 - 함께 정하는 우리 학년의 '가치'
-동학년 선생님들과 미리 만나서 올 한해 우리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점 가치를 정한다.
(평소 동학년 선생님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알 수 있고, 우리 학년이 가져갈 큰 뼈대가 잡힌다.)
예를 들어, 코로나 시기에는 반드시 '생태·생명감수성'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싶었다.
이외에도 '공동체의식' '자기주도성' '미적 감수성' '기초기본학습' 등 총 4가지 정도를 중점 가치로 정한다.
저,중,고학년의 발달 단계에 맞게, 현재 이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길러주어야 할지를 논의한다.
교사 개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이는 결국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하는 삶에 대한 태도와 연결이 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심도있게 주고받다보면 올 한 해 우리 학년이 가야 할 방향성이 어느정도 보인다.
⑤주제운영 속 숨쉴 틈☆ (주제 재구성을 하는 학교의 경우)
-내가 있는 00초등학교는 1년 내내 학년 전체가 함께 가는 주제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주제통합 교육과정이 가진 장점과 효과에 대해서는 백번이고 동의하지만, 그 속에 교사 개개인의 숨쉴 틈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다양하다. 아이들도, 학부모도, 그리고 교사들도. 마음을 맞춰 교육과정을 잘 꾸렸다 하더라도 교사 개인이 학급 안에서 꼭 하는 것들, 혹은 그 해 아이들 상황에 맞춰서 시간적여유가 필요한 일들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 학년은 1학기 주제를 3개로 정해서 한 주제 후 다음 주제로 넘어갈 때 2주의 텀을 두었다. 리프레시의 시간도 갖고, 재정비와 교사가 꼭 해오던 루틴도 지킬 수 있다.(주제수업과는 무관한 학급회의라던가, 교실놀이라던가, 집단 상담 등...)
2. 아이들과의 첫 만남 (3월)
1) 교실 꾸미기 - '우리 교실은 어떤 교실이었으면 좋겠는가'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며 교실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았다.
차갑고, 긴장되는 곳?
우리 교실은 이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틀려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틀리면 서로 격려해주고, 노력해서 해냈을 때의 기쁨을 느끼는 곳,
그래서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고 용기를 얻는 곳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마음을 담아 교실 앞면에 늘 붙여놓는 슬로건이 있다.
못해도 괜찮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넌, 참 예뻐.
조금 오글 거리나? 근데 정말이다. 최선을 다 할때의 반짝반짝한 아이들의 모습은 참 예쁘다.
무언가 잘 되지 않을 때 조금 더 해보는 것, 최선을 다 해보는 것. 그것은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것 보다 귀한 경험이다. 그래서 1년 내내 해 주고 싶은 말을 교실 앞면에 붙여둔다.
아이들에게도, 교사인 나에게도.
2) 선생님과의 약속. 이 세 가지를 지킨다면 우리는 행복한 1년을 보낼 수 있어.
(1)끝까지 들어주기
(2)솔직하게 말하기
(3)용기있게 행동하기
칠판 옆 게시판에 붙여두고 늘 볼 수 있도록 한다.
3) 친구들끼리의 규칙.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규칙
교실과 복도에서 걸어다니기, 친구 따돌리지 않기, 욕설과 폭력대신 듣고 말로 설명하기 등...
(엉뚱한 규칙을 세우려고 한다면, 그건 맞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컷트!해야한다.)
4) 교실놀이로 어색한 분위기 깨기
-창과 방패, 만나서 반가워, 드라큘라놀이
-친구 이름 외우기 놀이(까꿍놀이)
-자기소개 (놀이 형식으로, 저학년은 인형을 가지고 해도 좋음)
5) 새학기 적응 관련 그림책 읽어주기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 , <선생님은 몬스터>, <나와 우리>, <Zero>
6) 공책 정리 연습 시키기 (따로 포스팅 예정)
각자 쓰게 할 때도 있고, 교사가 판서하는 것을 따라 적게 할 때도 있다.
7) 함께 부르는 동요(노래)
-주제 재구성 시에는 한 주제당 주제곡이 있다.
-그외에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동요를 자주 부른다.
단, 아무 동요나 부르지 않고 '엄선한 동요들'만 부른다.
*'엄선한 동요들'의 조건
-멜로디가 조화로운 곡(후크송 No~)
-아름다운 노랫말인 곡(신설된 창작동요제들 사이트를 탐색하며 열심히 발굴함)
-너무 유치하거나 뻔하지 않은 세련된 곡
-음높이가 너무 높거나 부르기 어렵지 않은 곡
*'엄선한 동요들' 리스트 공개
-꽃게우정
-미소지어봐
-달팽이의 꿈
-카멜레온의 자기소개
-달보드레 봄
-힘내!
Q) 가요는 안 부르나요?
가요는 '선생님이 가사를 들어보고 어린이들이 듣기에 괜찮으면 틀어줄게' 라고 말한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선정적인 가사를 마구 불러대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적어도 교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엄선한 가요들'리스트 공개
-바람의 멜로디
-봄이오는 길
-Dinosour
-가을은 참 예쁘다
-Hero (옥상달빛) 등
8) 우리교실에 없는 것
①보상제도 (토큰모으기, 상점벌점제도, 잘 한 사람에게만 주는 사탕 등) X
: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엔 직접 그린 선물을 준다. 더운 날엔 모두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다. 이게 전부다.
선생님이 누굴 더 좋아한다는 식의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고싶다.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 이렇게 착각(?)한다. '선생님은 나를 좋아하셔'
②경쟁위주의 놀이나 활동 ('누가 더 잘할까' 식의 게임X )
:누가 더 잘하는 지에 초점을 두지 않고, 함께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강조한다.
(어디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쉽게 다투기도, 아무런 다툼 없이 즐겁게 참여하기도 한다.
내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다툼을 유발하는 요소가 있지는 않는지를 꼭 점검해보아야 한다.)
엄은남 선생님의 <엄선생의 학급운영 레시피>을 읽어보면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하는 자세한 방법이 나온다.
9) 아침활동
1.매일 수업 전 책 읽어주기
<철 따라 들려주는 옛 이야기> -강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6670486
2.꾸준히 글똥누기(마음글쓰기)
->글똥누기에선 맞춤법,띄어쓰기 따로 지도 안함.맞춤법, 띄어쓰기 지도 하는 수업 때에만 교정해 줌.
영근샘의 <글똥누기> 참고!
3. 아침 독서
(아침 독서+글똥누기)
10) 학급회의
-방법 알려주고 학급회의 진행 (따로 포스팅 예정)
-사회자 2명 정하고 서기는 모두 다
-처음에만 교사가 안건을 정하고, 추후 학급회의 안건도 아이들에게 받음
11) 꾸준히 교실놀이 하기
(박수 보물찾기, 대장놀이, 드라큘라놀이 등)
->그 해 아이들에 따라 유난히 좋아하는 놀이가 있으므로 그걸 여러번 해도 좋음.
12) 쉬는 시간 꼭 확보해주기
-늦게 마치면 다음 수업 늦게 시작하더라도 더 쉬게 해 주기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굉장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