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
어제 우리반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현장학습에 가기 전 ‘버스 좌석을 어떻게 앉으면 모두가 좋을까?’에 대해 학급 회의를 열었는데, 이런 의견들이 나온 것이다.
‘원하는 사람끼리 앉자. 기분 좋은 날에 싫은 친구와 앉으면 하루종일 기분을 망칠 수도 있다.’
(헉)
소외되는 친구가 생길 수 있으니 제비뽑기가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입김이 쎈 여학생들 위주로 다시 원하는 사람끼리 앉자는 의견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원하는 사람끼리 앉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나는 어찌 흘러갈 지 궁금해 원하는 사람을 정해보게 했다.
(일부러 내 의견은 개입시키지 않았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소외되는 친구들이 생겼고, 한명에게 원하는 친구 5명이 몰렸다. A는 B를 원하고, B는 C를 원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주목했던 포인트는 ‘이미 짝 지어진 아이들의 태도’였다. 본인들은 걱정이 없으니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다른 친구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아, 내가 겨우 12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 회의때 더 개입을 했어야 했나? 온갖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에도 고민과 걱정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일을 어떻게든 지혜롭게 넘겨야만 할 것이다.
교사인 나는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오랜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할 이야기를 정리했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선생님은 어제 너희의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 마음이 많이 안 좋았어.
분명 그 안엔 소외되는 친구들이 있었고, 어제 일로 상처를 받은 친구들이 있었어.
표현을 하지 않아서 너희가 몰랐을 뿐이야.
그리고 자신의 일이 아니라 다들 관심이 없었지..?
얘들아, 학교는 무얼 배우러 오는 곳일까?
학교는 ‘삶’을 배우러 오는 곳이야.
너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배우는 곳이지.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 친구를 소외시키고, 싫은 티 내며 배척하며 지내는 건 우리가 배워야 할 올바른 삶의 모습일까? 아니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와도 어떻게 최대한 잘 지낼 수 있을지, 그리고 편견을 가지지 않고 친구를 대하는 것.
그게 우리 반이 길러야 할 부분이야.
게다가 우리 반 친구중에 그렇게까지 싫은 친구가 있었니?
선생님이 십 몇년 동안 학생들을 만나봤지만 우리 반 만큼 괜찮은 아이들은 없었어. 물론 조금 장난꾸러기들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미움받고 배척당할 만한 이유가 절대 될 수는 없단다.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어른이 되어서 얼마나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될 텐데, 모두 이렇게 대할거니? 혹시 그게 너희가 원하는 모습이니?
(종이를 나누어주었다. )
1. 선생님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한대로 적어보고,
2. 이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고,
3. 앞으로 친구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적어보렴. “
사실 내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초롱초롱한 눈빛과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수긍하는 눈빛을 보고 예상했다. ‘아, 어느정도 잘 전달이 되었나보다.’
(물론 한 아이는 찔리는지 계속 딴짓을 하며 내 눈을 피했다. 이야기가 튕겨져 나가는게 느껴진 유일한 친구, 평소 냉소적이고 친구들에게 인색한 우리반 까칠이 여학생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적을 시간을 주었다.
사각사각..
어찌나 집중해서 열심히 적는지..
이미 그 모습만으로도,
사각대는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내 걱정과 속상했던 마음은 많이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적은 종이를 읽어 보았다. 다행히도 내가 의도한 바가 100% 전달이 되었음을 느꼈다. 이야기가 튕겨져 나간 듯 했던 그 아이조차도 느낀바가 상당했는지 한바닥을 빼곡히 채웠다.
’싫었던 친구도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아니고 괜찮은 것 같다.‘
’나는 이제 아무나랑 짝꿍이 되어도 다 괜찮다‘
’소외감을 느꼈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선생님의 말씀이 진짜 다 맞다는 생각이 든다‘<-ㅋㅋ
’친구들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고 대할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무엇보다 내가 가장 많이 배웠다.
‘위기는 곧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