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 오는 날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눅눅하고 찝찝한데다 어두워지는 하늘도 별로고
으슬으슬 추워지는 것은 더 싫기 때문이다.
그치만 어쩌다 한번씩 쏴아 하고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좋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차 안에서 비를 맞는데 빗소리도 시원하고
비오는 풍경도 좋았다.
그 덕에 좀 더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졌다.
이런 비가 내릴 때면 늘 떠오르는 날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비 오는 날 미친 척하고우산 없이 뛰어다녔던 날이다.
물 웅덩이에서 물장구를 치고 깔깔 거리며 비를 맞았다. 그때 느꼈던 엄청난 해방감과 자유로움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생각해보니 이 때 ‘자의식 해체’ 를 경험한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뒷일에 대한 생각 때문에 이런 무모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다.
‘어휴 그 젖은 옷들은 어쩔거야.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그래도 살다가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해방감을 느끼고픈 순간이 오면,
다시 한번 우산 없이 쏟아지는 비에 뛰어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