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지도를 하며 느낀 것
잘 먹는 것은 잘 사는 것이다!
고학년 담임을 맡고 좋았던 점 중의 하나.
급식을 알아서 잘 먹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 꿈은 개학 이튿날부터 급식 일을 가지고 한 아이와 실랑이를 벌인 뒤로 바로 깨졌다.
그 후 다른 아이들에게도 급식에 대해서는 거의 터치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하지, 몇몇은 급기야 밥이랑 고기만 받는 거다. 내가 발견할 때마다 다시 받게 하는 일도 반복되었다. 알아서 할 거라는 기대는 완전한 실수.
이거 안 되겠다 싶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내일부터 모두 예외없이 모든 음식을 다 받을 것!
(알러지 있는 것은 제외, 김치는 씻어서라도 맛보기)
그리고 한 입씩이라도 꼭 먹을 것. 편식이 아주 심한 특정 몇 명은 밥 먹고 선생님한테 검사를 받고 갈 것! (ㅠㅠ1학년이냐고..)
이 즈음 실과 시간에 식생활 교육을 했는데, 자신의 식생활을 돌아보고 체크하는 활동이 있었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면 예쁜 육각형 모양이 나오는데, 채소나 과일을 아예 안먹는 아이들은 찌그러진 사각형이 나왔다.
이 수업에서도 배웠겠다, 어린이에게 채소를 한 끼에 두 종류 이상 먹기를 권장한다고 나와있는데, 김치도 나물도 안 먹는 너희는 한 끼에 채소를 단 한가지도 안 먹는거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라며 아주 단단히 선포를 한 것.
‘잘 먹는 것’은 곧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판을 싹 비우는 아이들 치고 성격 나쁜 아이가 잘 없다.
다양한 식감과 향과 맛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히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잘 먹으면 건강해지고 성격도 좋아진다’고 설명해주었다.
선포를 내린지 일주일, 너무 신기한 변화가 있었다. 편식이 심하던 아이 한 명이 오늘 급식판을 싹 비웠다. 막상 먹어보니 괜찮다는 말도 함께.
그리고 정말 논외로 생각하고 기대치 않았던 아이 한 명이 갑자기 더덕을 먹어보겠다고 하며, 그동안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을 하나씩 경험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칭찬 받으려고 일부러 나한테 검사 받으러 오는 아이도 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사서 고생이다 싶지만, 당분간은 이 체제를 유지해야겠다.
그래도 급식문제로 아이들과 나의 사이가 나빠지거나, 억지로 먹인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아서 그게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