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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성 Apr 02. 2024

밥 이야기 아홉 번째 - 오징어순대

쫄깃쫄깃 맛있는 오징어순대

 순대 좋아하시나요? 오늘은 밥 이야기 아홉 번째로 오징어순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밥 이야기이지만 본 매거진은 '나는 이렇게 아이를 키운다' 입니다. 아이와 같이 생활하는 것들을 담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정체성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마트에 가면 냉동이 아닌 생물 오징어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에 늘 생산되던 오징어가 어느 순간 씨가 말라 버렸는데요. 생물 오징어 특유의 맛과 향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반조리된 오징어를 먹으면 양은 너무 적고 맛도 자극적이라 자주 못 먹게 됩니다. 고민 끝에 냉동 오징어를 사봅니다. 냉동 오징어도 잘 해동하면 생물 오정이와 맛과 향이 똑같습니다. 원양어선에서 급랭한 오징어는 나름 매력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도 잘 먹고, 아내도 너무 좋아하는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오징어순대 만드는 거 생각보다 쉽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게요.



 

 우선 오징어순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징어순대는 어디에서 유래된 음식일까요? 저는 속초에 놀러 가면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대 등 처음 들어보는 순대들을 많이 봤었는데요. 아래와 같은 슬픈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 어렵던 시절 귀한 돼지 창자를 구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오징어로 순대를 만들었던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오징어순대는, 오징어 내장을 빼고 속을 채워 넣은 다음 찜통에 쪄서 만드는 순대이다.
이 오징어순대는 한국전쟁 때에 함경도에서 강원도 속초로 내려온 실향민들이 정착해 아바이 마을을 만들었는데, 여기 민들이 돼지 창자를 구할 수가 없어서 오징어로 순대를 만들어 먹던 것이 속초 아바이순대, 즉 오징어순대의 기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출처 : 순대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찹쌀순대, 병천순대, 아바이순대, 백암순대, 암뽕순대, 오징어순대, 명태순대) (https://comfycap.com/293)

 



  그럼 본격적으로 맛있는 오징어순대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우선 냉동 오징어를 해동하고, 재료 손질 후 속재료를 만든 다음 넣고 찌면 됩니다.


 우선 오징어를 해동해 보겠습니다. 오징어가 냉동이 되면 내장까지 모두 얼게 됩니다. 오징어를 해동해 보시면 알겠지만 기타 육류에 비해 해동이 빠른 편입니다. 해동 방법에 대해 잠깐 정리해 볼까요?

 냉동된 식품(고기, 어류 등)을 맛과 식감, 향을 유지하며 해동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장고에서 자연 해동하는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죠. 차선으로 해동하는 방법은 찬물 샤워입니다. 찻물에 담가놓고 흐믈흐믈 해동될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중간중간 찬물을 갈아주는 것은 필수고요. 그다음으로 해동하는 방법은 상온에 그대로 놓는 겁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급할 때 외는 비추천입니다. 외부는 빨리 녹고, 내부는 언 상태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 자칫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최악은 전자레인지 해동 모드를 사용해서 해동하는 경우입니다. 찬밥을 데워먹는 용도 아니면 정말 추천하지 않습니다.

해동 우선순위 : 냉장고에서 해동 > 찬물 해동 > 상온 해동 > 전자레인지 해동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냉동 오징어를 해동하기 위해선 큰 볼이 필요합니다. 오징어를 담고 물을 채워 넣습니다. 처음 해동하게 되면 물이 탁해지는데 이건 오징어 겉에 붙은 이물질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물을 갈고 다시 새로운 물을 반복해서 갈아주면 더 이상 물이 탁해지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고 오징어 다리가 흐믈흐믈 해질 때까지 해동합니다. 보통 오징어 다리가 흐믈흐믈 해지면 내장까지도 거의 녹은 상태가 됩니다. 몇 번 흔들어서 헹구면 완벽하게 해동이 된 상태입니다.


 두 번째로 오징어 손질입니다. 오징어순대 주재료는 오징어 몸통입니다. 오징어 몸통을 그대로 살리고 속재료를 넣어줘야 그럴듯한 오징어순대가 됩니다. 손질은 쉽습니다. 몸통을 잡고 다리 부분을 주욱 당기면 쏘옥 빠집니다. 오징어 몸통 안에 있는 뼈(흰색 투명한)도 제거하고 이물질이 남아 있다고 생각되면 숟가락으로 긁어주면 됩니다. 물로 헹궈주고 채반에 넣어두면 오징어 몸통 손질 끝입니다. 다리 손질은 조금 번거롭지만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몸통 안에서 딸려온 내장은 칼이나 가위로 잘라 버립니다. 눈도 잘라 버립니다. 조심하세요. 먹물이 사방으로 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손질한 후 뒤집어 까서 이빨도 잘라냅니다. 그런 다음 밀가루를 조금 뿌려 박박 씻어줍니다. 오징어 빨판에 남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함인데요 이 과정을 생략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오징어를 손질해 봤습니다.


 이제 오징어 안에 들어갈 재료 손질입니다.

 재료 : 당근, 파, 표고버섯, 찹쌀, 계란, 밀가루, 당면(필요시), 기타 집에 남아 있는 반찬
          , 굴소스, 간장, 소금, 후추, 고추장, 식초, 참기름, 깨, 올리고당

 속재료 만들기입니다.

 당면을 물에 불려 놓고 잘게 썰어줍니다. 당면이 싫시면 안 넣어도 됩니다. 당근, 파, 표고버섯 등도 잘게 썰어줍니다. 집에 남아 있는 반찬 아무거나 넣어도 좋습니다. 단 수분이 많지 않아야 합니다. 양파는 넣지 않습니다. 양파가 수분이 많기 때문에 재료들이 잘 뭉치지 않습니다. 순대가 다 익고 순대를 자를 때 뭉쳐지지 않은 재료가 있으면 순대가 이쁘지 않습니다. 찹쌀은 미리 밥을 해서 넣습니다. 일반 밥도 괜찮습니다. 찹쌀을 넣는 이유는 재료들을 풀칠하기 위해서입니다. 재료들을 꽉 잡아줘서 순대를 잘라도 모양이 이쁘게 유지됩니다. 이렇게 잘게 썬 재료들을 볼에 넣고 양념을 해줄 차례입니다. 굴소스, 간장, 소금, 후추 등을 넣어 치대 줍니다. 간은 조금 세게 잡아도 됩니다. 오징어를 찌면 생각보다 담백해서 속재료가 간간하면 간이 딱 맞습니다. 초고추장은 고추장, 식초, 참기름, 깨, 올리고당을 섞어 맛을 보며 가감하면 됩니다.


 오징어 속을 채워보겠습니다. 

 오징어 다리는 미리 쪄서 잘게 다진 후 오징어 몸통에 속재료로 넣어도 되지만 저는 별도로 먹는 걸 선호해서 순대랑 같이 찌겠습니다. 오징어 몸통을 열어 속재료를 꾹꾹 눌러 넣어줍니다. 70% 정도 채운다는 느낌으로 넣습니다. 많이 넣으면 터지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속 재료는 생각보다 많이 들어갑니다. 모자라지 않게 속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 넣으면 나무 꼬지를 끼워줍니다. 이렇게 오징어순대 재료가 끝났습니다.


 오징어를 찌겠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오징어를 찌지 않습니다. 물을 데우고 찜기를 이용해서 찌거나, 끓는 물에 오징어를 넣고 데치면 오징어의 맛과 향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찌느냐? 준비된 재료를 스텐 냄비에 넣고 그대로 찝니다. 물을 넣지 않는 게 포인트입니다. 무수분 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징어는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물 보충을 하지 않아도 오징어가 잘 익습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찌면 완성입니다. 뚜껑을 열면 아실 겁니다. 짙은 주황색을 띤 오징어가 엄청난 향을 내뿜고 있습니다. 향과 맛이 그대로 살린 오징어순대입니다.

 돼지가 귀하던 시절 오징어로 순대를 만들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오징어가 귀한 시절이 되었네요. 생물로 먹지 못하지만 냉동으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는 오징어순대. 속초까지 가지 않아도 맛 좋은 오징어순대를 간단히 즐길 수 있습니다.




 오징어순대를 먹으면서 아이에게 이야기해 줍니다. 오징어순대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순대에 창자가 왜 쓰이는지. 오징어는 왜 갑자기 귀해졌는지. 한국전쟁은 무엇이고 아바이는 또 무엇인지. 음식 하나에 여러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자연과학이 있고 역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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