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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규 Jan 01. 2024

03. 새꽃과 재고꽃

새로 들어온 꽃이 좋아요

새꽃과 재고꽃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즈음 꽃집이 아닌 꽃시장에 직접 가서 생화를 사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이처럼 직접 꽃시장에 방문하여 꽃을 구매하려는 이유는 간단해요.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싸지는 꽃집의 꽃다발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생화를 구매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소비자는 저렴하게 꽃을 구매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노동력과 시간을 소모하게 돼요. 꽃시장으로 방문하는 시간, 꽃시장에서 꽃을 구매하기 위해서 쓰는 시간, 구매한 꽃을 들고 이동하는 모든 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꽃시장에서 사는 생화가 단순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이처럼 꽃시장에서 구매를 하는 꽃에는 다양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모든 걸 합치면 결국 꽃집에서 구매하는 꽃다발이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돼요.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러한 시간적 가치를 망각하고 본인이 지불한 보이지 않는 비용을 무시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매번 “꽃집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네!”라는 생각만 할 뿐인 거죠.


 꽃시장에서 직접 꽃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또 다른 단점이 분명히 존재해요. 꽃집에서 꽃다발을 구매하게 되면 다양한 꽃과 소재를 이용하여 아름다운 구색을 갖출 수 있는데, 꽃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색을 갖추려면 여러 단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즉, 소비자는 어떠한 가치를 더 크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거죠. 꽃시장에서 한 종류의 꽃을 한 단 단위로 구매해서 선물을 할지 아니면 꽃집에서 다양한 꽃과 소재를 이용한 꽃다발을 구매하여 활용할지를 말이죠. 이것은 소비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간단히 보려고 하는 꽃을 원한다면, 그러한 의도가 충만하다면 꽃시장이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 원하는 꽃만 구매하는 것을 추천드리는 편이에요. 이는 다양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싱싱한 꽃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꽃시장 방문 시 : 시간 비용 발생, 노동력(운반), 컨디셔닝 필요, 생화 가격 등

꽃집 방문 시 : 시간 절약, 노동력 절약, 컨디셔닝 불필요, 생화 가격 및 서비스 비용 발생 등


*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꽃시장에 방문하여 직접 보고 꽃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꽃집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게 됩니다.

* 단순히 꽃의 원가만을 따지는 것은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무시하는 행동이 되고, 시간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꽃시장에서 판매되는 생화들이 무조건 싱싱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꽃시장에서도 잘못 구매하게 되면 생화가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죽어버릴 수 있기 때문 이거든요. 이는 단순히 운에 의한 이벤트가 될 수 있지만, 수많은 욕심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꽃시장이 양심적인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은 암암리에 퍼져있는 사실이죠. 또한 화훼 농장이 단순히 양심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정말 순수한 생각이에요. 하여튼 꽃시장 상인의 입장에서는 새꽃을 나중에 팔고 재고꽃을 먼저 팔려고 해요. 이를 일반적인 관리에서 선입선출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생화 특성상 수명이 너무 짧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을 추구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고 솔직히 달성이 불가능한 원칙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당연히 재고꽃을 처리하려는 목적은 재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와 손실을 줄이기 위한 것이겠죠. 하지만 소비자는 재고꽃보다는 새꽃을 원한다는 게 문제예요. 이 또한 당연한 소비자 심리이기 때문에 꽃시장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형성이 돼요. 아무리 양심적인 매장이라고 하더라도, 재고꽃을 밀어 넣듯이 판매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소비자는 이를 간파하기 위하여 노력해요.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에너지 소모가 될 수 있는 것들인데 몇 십 년간 사라지지 않는 건 참 아쉽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절화수명 보증 프로그램을 꼭 만들어서 저희 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리스크를 100% 부담하지 않도록 조율을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추가로 도매시장의 상인들은 일반인들 보다는 사업자들에게 더 좋은 꽃을 주려 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일반인이라면 꽃시장에서 좋은 꽃을 구매할 확률을 적어진 다는 것을 말하고 싶네요)


 물론 꽃을 저렴하게 구매하여 활용하고 큰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면 매우 이상적이겠죠.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에는 큰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은 매우 적어요.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긴 절화 수명”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에요. 재고꽃을 구매해서 집에 꽂아두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리스크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재고꽃은 보통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시들게 될 거고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 일반인들은 ”꽃시장은 이기적이고 사기꾼들의 집합이야 “라는 생각을 단순히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솔직히 필자는 이러한 인식이 박히는 것을 방관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개선시키기는 불가능하니 무력감을 느낀답니다.


 재고꽃과 새꽃을 구분하는 팁은 이전 에피소에서도 말했듯이 간단하지 않아요. 제 아무리 친하고 신뢰가 쌓였다고 하더라도 간혹 하위 체인(소비자, 사업자 등)에게 재고꽃을 소화해 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는 어떤 하위 체인에 속하는지에 따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꽃을 어디에 활용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오랫동안 활용할 거면, 웬만하면 제값을 들여 새꽃을 사야 해요. 아니면 꽃을 하루 정도만 활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가격이 저렴한 재고꽃을 활용하여 개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수익을 높이는 거죠. 이렇게 보면 매우 간단하고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게 흠이죠.


 이번 글을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2024년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꽃과 관련된 다양한 글들을 써 내려가 볼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모두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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