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장의 첫 번째 봄, 튤립
튤립, 너를 마주 순간부터 봄이다
여러분은 언제 봄이 다가왔다고 느끼시나요? 저는 꽃시장에서 튤립을 마주했을 때 "아, 이제 봄이 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꽃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튤립을 알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 정도로 대중적인 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혹시 꽃의 이름이 왜 튤립인지 아시나요? 튤립은 살짝 피어났을 때의 화형이 자체가 터번(이슬람교도나 튀르키예인이 머리에 둘러 쓰는 수건)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즉, 터키어 터번(Turban)에서 튤립(tulip)이란 이름이 파생된 거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튤립의 고향을 네덜란드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튤립은 튀르키예(터키) 출신이랍니다. 그러니 튤립이 잘못된 고향에서 왔다는 오해를 받아 섭섭함을 느끼지 않도록 꼭 기억해 주세요.
꽃시장에서 대부분의 꽃들이 그러하듯 트루 블루(True blue) 색감을 가진 꽃은 굉장히 드물어요. 이는 튤립에게도 예외가 아니랍니다. 꽃시장에 들러 파란색의 튤립을 찾는 손님들이 간혹 있는데 이들을 위한 트루 블루 튤립을 찾아 드릴 수가 없다는 현실은 항상 저를 괴롭혔답니다. 하지만 상인들은 하얀색 튤립이 푸른색 염색물을 빨아먹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인위적인 푸른색 튤립을 만들어 냈답니다. 이 영롱한 색감의 튤립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로 다가가게 되었죠. 이 아이디어 덕분에 기적 같은 푸른색 튤립을 선물로 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저 또한 기분이 좋았어요. 근데 이 염색 튤립은 상인의 숙련도에 따라 색감 디테일이 상이해질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예를 들면 너무 진하게 염색물을 올린 바람에 튤립이 지저분해 보이는 경우가 있음)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튤립의 색감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어요.
다양한 색상을 갖고 있는 튤립은 색깔마다 다른 의미를 내포하지만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별한 심벌이 있어요. 첫 번째는 “사랑”입니다. 많은 꽃들이 사랑이라는 심벌을 갖고 있지만 튤립은 그 보다 더 진한 사랑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기 좋은 꽃이 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시작”입니다. 튤립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하여 이 꽃을 선물 받으면 새 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돼요. 그래서 주변에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가정을 꾸려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튤립을 선물하라고 추천을 합니다. 세 번째는 “자선”입니다. 튤립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 꽃을 잘 활용한다면 사랑이 필요한 구호 단체의 상징을 대신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물망초 같은 꽃은 특정 단체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튤립 또한 이러한 사례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세요.
과거의 튤립은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던 나머지 사회적 파동을 일으킬 만큼 인기가 많았어요. 실제로 튤립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다이아몬드 보다 가치가 높아지게 되었던 특정 시점이 존재했습니다. 이때 탄생한 영어 단어가 있는데 “Tulip mania”이에요. 즉, 튤립에 미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근래에 화제가 되었던 사례를 빗대어 말하면 비트코인에 미치는 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히 꽃은 수요와 공급으로 인해 가격이 심하게 변동됩니다. 과거에 저렴하기만 했던 안개꽃을 요즘 구매하려면 몇 배 이상을 지출해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꽃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안개꽃의 한 단 가격이 요즘 유행하는 브랜드 치킨을 사고도 만 원 이상이 남을 정도인 경우도 많답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치킨을 사 먹는 게 이득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미적 가치가 높은 튤립은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항굴지성”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중력을 거절하는 꽃이에요. 실제로 튤립을 수확하고 난 뒤 경매장이나 꽃시장으로 유통하는 동안에도 이 특징이 발현되게 됩니다. 그래서 꽃시장에서 튤립의 줄기가 구부러져 있는 채로 판매되고 있는 것입니다(꽃시장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인들은 튤립을 진열할 때 구부러진 방향을 의도적으로 아래쪽에 놓아둔답니다) 그래서 줄기의 구부러짐은 경작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튤립의 특징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러한 항굴지성을 이해하고 있는 플로리스트들은 작품이나 꽃다발을 만들 때 줄기가 구부러질 방향을 의식하고 자리를 배치한답니다. 튤립의 두 번째 특징은 “향일성”입니다. 간단히 말해 태양을 향하려는 특징입니다. 이는 자연에서 대부분의 식물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향일성이 자연의 식물들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꽃시장에서 구매한 꽃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튤립은 밤과 낮을 거치면서 이리저리 태양을 따라 춤을 추는 꽃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궁금하시면 창가에 둔 튤립을 타임랩스로 촬영하여 관상해 보시면 됩니다.
Flower Tips
구매법 : 꽃시장에서 건강한 튤립을 구매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꽃과 잎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겁니다. 갓 입고된 튤립은 마르지 않은 깨끗한 꽃과 잎을 가지고 있어요. 만약 꽃의 끝 부분이나 잎이 마르거나 갈변해 있다면 꽃의 수명이 어느 정도 지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튤립이 단단한 몽우리 상태인 것을 구매하시면 좋습니다. 이는 갓 수확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대 일주일의 절화 수명을 보증하게 돼요. 당연스럽게도 이러한 컨디션의 튤립은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될 거예요. 그러니 상황에 맞게 새 꽃(비쌈)과 재고 꽃(저렴함)을 비교하여 현명한 구매를 하시면 됩니다.
관리법 : 튤립의 관리법은 기본적인 꽃 관리법을 따르면 됩니다. 사선 자르기, 깨끗한 물 공급하기, 매일 또는 격일로 물 갈아주기, 플라워 푸드 첨가, 직사광선 금지와 같은 다양한 관리법을 지켜주시면 돼요.
꽃말 및 상징 : 튤립은 다양한 꽃말과 상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잘 쓰이는 꽃말은 사랑이나 매혹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들은 “사랑, 새 시작의 응원, 자선”입니다. 이들은 튤립의 특징과 문화 등을 고려한 것이니 좀 더 의미 있게 활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by park min kyu (bluebirdt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