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ti valley
어느덧 인도 여행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10월인 지금 곧 눈이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문이 닫힐 거라는 없는 장소 spiti valley.
검색하면 다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책과 지도를 의지하여 여행하던 라떼(?)의 스피티 밸리는 미지의 장소 그 자체였다. 다녀온 사람도 거의 없어 여행정보는 기대하기 어렵고 마날리 현지사람들에게 의지하여 볼펜과 색연필로 지도를 그려나갔다. 여행자들에게도 모험인 그 장소를 내 마지막 인도 여행지로 정했다. spiti valley는 히말라야 산맥의 한 줄기로 연중 강수량이 거의 없어 고지대에 사막을 형성하였다는 신비의 장소이다. 환경에 비해 아스팔트길은 잘 나있어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도 최적의 여행지이다. 하루에 20킬로를 걷는 것을 목표로 하면 마을에 도착하는데 그 마을에서 하루씩, 만약 내 마음을 매혹시키는 장소라면 며칠씩 더 묵어 갈 생각이다. 국토대장정 3회 차 크루로서 걷는 것은 무섭지 않았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가장 위험한 길 중에 하나라지만 이 미지의 장소를 걸어서 정복하리라 오기를 부려본다.
“송, 너 스피티밸리 가기로 결정한 거야?”
마날리에서 만나 친구가 된 큰 기업에 다니는 현준이 관심을 갖더니 같이 갈 기세다. 세계 경제와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현준이 그쪽 분야에 거의 무뇌였던 나에겐 매우 큰 사람이었다. 혼자 여행도 좋지만 예기치 못한 동행은 새로운 의욕과 열정이 끓게 한다. 상대의 권유로 관심 없었던 장소를 찾아가게 된다거나 동행자를 따라 들어간 상점을 내가 더 사랑하게 되는 등의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더 가미시켜 준다.
스피티 밸리에 가는 하루에 한 대 있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야 한다. 미리 발권조차 할 수 없는 선착순 좌석이라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한단다. 내일 입을 옷을 입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단단히 준비를 한 덕에 세시 반 알람소리로 가방 메고 곧장 길을 나설 수 있었다. 기특하게도 현준이 먼저 나와 내 버스 좌석까지 맡아두고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 타자마자 기절한 우리는 휴게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간신히 눈을 뜬다. 간단한 탈리(인도식 백반)와 스낵을 파는 판잣집(?)에서 우리가 선택한 식사는 Only 짜이. 인도 짜이는 무엇보다 뜨거워서 좋다. 창틀에 창문이 딱 들어마지 않아 자꾸만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에 오한이 든 내 몸을 뜨거운 짜이가 한 바퀴 도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꼬박 4시간을 더 달려야 스피티 밸리에 도착할 수 있다. 점점 추워지는 것 같은 날씨에 배낭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는 다시 출발. 창 밖을 보니 바퀴를 조금만 틀어도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절벽 위를 아슬아슬 가고 있다. 곡예에 가까운 운전 실력으로 아찔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 기사님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현준은 아까부터 머리가 깨질 것 같다며 좀 전에 먹은 짜이도 다 토해내고 맥을 못 차린다. 내 어깨에 힘없이 축 쳐져 기대 있는 현준이 매우 걱정스럽다. 열이 나지는 않은지 살피며 조마조마한데 버스가 섰다.
‘헉 고장인가? 현준 어쩌지.’
인도여행의 묘미는 여행을 하고 있는 그 순간은 경험해 보지 못한 매운맛이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인지 고행을 하는 것인지 몇 번이고 이곳에 내 발로 돈까지 주고 온 것을 후회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생각들로 많은 감정의 요동침과 '나'라는 사람의 밑바닥이 어디까지인지를 경험한 후의 모습은 흡사 다시 태어난 자유로움과 비슷할지니. 이 맛이 궁금하다면 인도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