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숨셔 4」, 2025
수년간의 잠수를 깨고 컴백한 염따의 「살아숨셔 4」입니다. 사실 목 빠지게 기다려왔다면 거짓말인데요. 저는 멜로디컬한 랩을 아주 좋아하진 않는지라 싱잉랩을 주로 하는 염따의 디스코그래피,
또 SNS에선 '기행'에 가까웠던 그의 행적들을 일일이 빨로업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힙합씬에는 저 같은 사람에게 던지는 염따의 밈이 있죠?
살아숨셔는 들어봤냐?
농담 같지만 이젠 '염따'라는 아티스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설하고, 염따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이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바로 솔직함입니다.
단순히 내 감정을 토해내듯 읊는 것이 아닌, 유치한 농담을 하고 돌아서자 축 처진 등에 보이는 유약한 속마음 같은 거죠. 이번 작품 「살아숨셔 4」 역시 진솔하게 써낸 가사와 음악적 연구가 만나 좋은 작품성을 이룬다는 평가와 함께 그의 화려한 컴백을 증명하는 듯싶은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게도 큰 여운을 남긴, 수작 이상의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오랜 무명을 거쳐 마침내 성공해 낸 아티스트와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외면받게 된 한 명의 인간.
특유의 얼탱없지만 곱씹히는 워드플레이와 훅 들어오는 서정성, 맥시멀한 사운드는 곧 인간 염현수의 복합적인 내면을 더 풍부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염따의 「살아숨셔 4」는 '네 번째 편지를 보낸다'라는 가사를 시작으로 자신의 과거와 전성기, 나락에 빠지게 했던 논란들까지 빼놓지 않으며 담담한 회고를 시작합니다. 그가 썰 푸는 전체적인 요소들을 요약하자면,
비루한 과거와 아버지와의 이별 이후 다짐한 성공,
달라지는 건 없었어 시간은 아빠를 데려가고
조금씩 '아티스트'로서 반응을 얻을 때의 설렘
나의 조용하고 캄캄했던 마음이 조금 시끌벅적해지는 걸 느꼈지
거장 '더콰이엇'과 인연을 맺게 되었을 때의 기쁨
믿을 수가 없어 네가 다가왔던 날 나는 뽀뽀하고 싶… What the?!
모든 일이 탄탄대로 흘러가던 순간의 도취감
여자들이랑 놀기가 쉬워지고 부동산을 사니 일하기가 싫어
몇 발자국 딛고 나야 멋쩍어지는 자신의 오만함
미안하다 둘 다에게 난 또 센 척을 했어
논란이 논란을 낳다 끝내 추락해 버린 자신
난 절대로 안 부러져 내 마음은 무적인 줄 알았어
이내 남은, 너무도 추한 스스로를 두고 그는 자조하죠.
화장실 갈 때 불 안 켜 거울 속 내가 싫어서
「살아숨셔 4」속 그가 나열하는 좋고 나쁜 기억들은 두 가지 종류의 '숨'을 담고 있는데요. 저는 그것이 살고 싶기에, 살아 있기에 내뱉었던 숨이라고 생각합니다.
곡 중에는 은둔한 채 음악을 그만두려 했다는 암시도 나온다
'어떻게 살아가지' 하던 무명 시절과 자신이 자초한 논란, 은둔의 날들.
'이런 게 사는 거지' 라며 우울을 삭히던 불안한 전성기는
유치한 농담들과 함께 그의 주 무기인 '음악'으로 다가오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채 많은 이들이 말하던, '솔직함'이라는 염따의 강점이자 재산이 됨 셈이죠.
외로 사운드, 트랙 배치, 주제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실리카겔의 'T'를 샘플링한 <IE러니>에서 터지는 깊은 카타르시스나,
우탱클랜의 명곡 'C.R.E.A.M'을 비튼 <ㄷ.R.E.A.M>
연배와 프레시함이 공존하는 충격적 사운드의 <순정 2025>.
평생 날아다닐 것만 같았지만 '그네'처럼 추락과 비상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인생을 노래한 <sWing>.
차마 온전히 부르지 못하고 목이 메어 끊어지는 단어, '엄마'라는 의미의 마지막 트랙 <마>는 절 질질 짜게 했죠.
인생의 위기 속 언제나 염따의 와일드카드였던 '살아숨셔 시리즈'는 이번 복귀와 함께 다시 한번 그의 음악적인 역량을 증명한 앨범이 되어줍니다.
지지부진하게 설명하자니 너무 길었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앨범을 통해 전달되는 그의 가장 깊은 진심이자 메시지입니다. 더 이상 말로 설명하지 않고 염따는 살아 숨 쉬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는 여러 사건들과 기억들을 뒤섞어 언급하며 '자신이 살아 숨 쉬었던 듯한' 순간들을 나열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그의 속내는 조금 더 앳됩니다.
이 노래를 듣고 웃어줘 네가 먼저 좋다 해줘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어느 때보다 지금이,
돈과 향락보다 가사를 쓰고 녹음을 하며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는 지금이
진정 살아 숨 쉬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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