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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있는 심리 Oct 16. 2023

[너는 왜 그럴까] 편집증 환자는 왜 그럴까_프로이드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애스터

'유전', '미드소마'로 알려져 있는 감독 '아리 애스터', 최근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 2023)'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었다.


3시간의 관람 시간을 가지는 해당 영화를 감상한 많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내가 뭘 본 지 모르겠다."

 "정신병 걸릴 것 같다."

 "감독이 하고 싶은 거 다 때려 넣은 영화."


 이렇듯 혼란스러운 후기들은 영화 속 주인공 의 혼란스러운 행동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보는 왜 그럴까?





*본 후기는 어떠한 자료도 참고하지 않은 주관적 의견입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 가능해요.

*스포가 가득해요.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Q. 보는 편집증 환자인가요?
A.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히는 편집증 증상을 가지는 '조현병' 환자입니다.

 

 네이버에 해당 영화를 검색하면 소개 글 첫째 줄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편집증을 앓는 ‘보’와 그를 집착적으로 사랑하는 엄마 ‘모나’ 엄마"


 이 소개 글 때문인지 아니면 감독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의 많은 관람 후기에는 보를 편집증 환자로 일컫고 있다. 하지만 보는 편집증 환자보다 조현병에 가깝다.




 편집증 vs 조현병


 우선 '편집증(Paranoia)'이라는 용어 자체는 정신 질환의 이름이 아니고 증상을 뜻한다. 그래서 흔히 우리가 편집증 환자라고 함은 '편집성 성격 장애(paranoid personality disorder)' 환자를 의미한다. 그러면 이 편집성 성격 장애는 무엇일까?


 가장 간단히 말하면, '의심병'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증 환자들은 타인을 끝없이 의심하고 믿지 않는다. 또한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의처증'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배우자를 근거 없이 불륜을 하였다고 망상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의처증(의부증)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배우자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속이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는 망상에서 끝나지 않고 배우자나 무고한 타인을 보복하거나 반격하려 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영화 속 보는 어떤가?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망상과 환각을 보여주지만 타인을 향한 적대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하기 힘들다. (보의 적대적 공격은 영화 후반부 어머니의 목을 조르는 것 정도)

 또한, 보는 타인을 의심하기는커녕 계속해서 착취당하고 이용당하는 모습만 드러난다. (특히, 토니와 친구에게 협박당해 마약을 하는 장면)


 그렇다면 보는 어떤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힌트는 영화 속에서 나온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영화는 보의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보의 망상과 환각을 과장하여 표현한다. (나는 영화 중반부부터 상상과 현실을 구분함을 포기하였다...) 보의 망상과 환각은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더욱 심해지는데, 이를 포함하여 두드러지는 보의 증상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망상 (보의 집에 무단 침입한 낯선 이들,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착각)          

            환각 (집 앞 살인마들, 죽은 아버지)          

            불안 (영화 극 초반 가글을 먹고 위암을 걱정, 자신의 집에 누군가 침입할까 걱정)          

            혼란스러운 언어와 행동 (횡설수설하거나 중요한 일들을 잊고 몇 시간이고 가만히 서있는 장면)          


 이러한 보의 증상을 모두 포함하는 정신질환이 있다. 바로 '조현병(schizophrenia)'이다. 조현병은 망상과 환각을 포함하여 기이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비극적인 정신장애이다. 즉, 보는 편집증 환자보다는 조현병 환자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Q. 보는 왜 환각과 망상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A.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어머니와의 관계가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영화에는 보와 어머니 모나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나 맨 마지막 재판 장면에서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모나는 어린 시절 해변 장면에서 나타나듯, 보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보가 정신과 의사에게 말하는 장면을 통해 모나는 보를 심하게 통제하고 억압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연출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모나의 회사인 'MW'는 보가 먹는 음식, 보가 사는 건물, 심지어는 해당 영화 시작 장면에도 로고가 등장하여 모나의 영향력이 영화 어디에든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로저와 일레인도 MW의 직원이었다.

 아마 감독은 보가 느끼는 모나의 심한 통제와 억압을 이러한 연출로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조현병의 원인을 부모와의 관계에서 찾는다. 쉽게 말해, 과도하게 지배적이고 통제하는 부모의 양육방식이 조현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전적, 인지적인 다른 원인도 많다)






답은 프로이드(Sigmund Freud)에게!


 

 영화 속 보의 심리는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드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서 계속 등장하는 성기가 왜 등장하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발달 과정 중 3세에서 5세를 '남근기'라고 칭한다. 이 남근기 때 건강한 발달을 하지 못하고 '고착(fix)'하게 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가 생긴다고 본다.


 영화 속 로저가 보에게 남근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는 장면, 아버지가 성적 문제로 사망했다는 설정, 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지하실에 등장하는 큰 성기 등, 남근을 언급하는 많은 장면들이 보가 이 남근기 때 고착하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또한, 보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가장 맨 첫 장면에서, 의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이건 이상한 생각이 아니에요. 누구나 그럴 수 있죠."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보면 이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프로이드는 인간이란 부모와 형제자매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우리 중 대부분이 가족 중 누군가를 죽이는 꿈을 꾼 적이 있을 것이다. 프로이드는 그러한 꿈들은 우리의 소망을 담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아버지를 죽이는 꿈은 어머니에 대한 과도한 사랑으로 아버지를 경쟁자로 보거나(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대표적인 예), 형제자매를 죽이는 꿈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경쟁의식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추가로 해당 영화에는 빛과 물이 관련된 연출이 많은데, 이것도 프로이드의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빛의 경우 어둠과 함께 상반된 장면을 연출하는데, 가령 지하실에서 손전등으로 빛을 비출 때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고, 빛이 꺼지자 거대한 성기가 나타난다. 또한, 밤에는 자신의 집에 낯선 이들이 무단 침입하지만, 낮이 되니 그들이 사라져 있다. 이는 낮은 의식, 밤은 무의식을 의미함으로써 프로이드의 무의식 이론을 상징한다.


 물은 보가 태어나는 장면에서부터 물에 잠긴 듯한 연출로 시작한다. 욕조에 물이 넘치고, 그레이스가 물을 마심을 강요하고, 보의 상상 속에서 홍수로 인해 가족과 헤어지고, 재판 후 물에 빠져 익사하는 장면으로 물의 상징적 의미가 표현된다. 여기서 물은 '균형'을 의미하는데, 보가 심리적으로 큰 동요가 생길 때마다 이 물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프로이드의 성격 구조에서 자아와 초자아, 원초아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마지막 재판 장면은 모나의 도덕적 가치가 내면화된 보의 '초자아'를 의미하거나, 그레이스의 집에서 토니의 어린아이스러운 방은 보의 방어기제 '퇴행'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영화의 제목도 Beau Is 가 Boys로 들리게끔 하여 소년들의 심리적 고착을 표현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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