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서 연봉이 얼마에요?
“그래서 자기 연봉이 얼마야?”
내가 처음 준케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결혼을 앞둔 사이에 서로의 연봉을 묻는 건 나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8년차 직장인인 나는 우리는 매년 초 인사평가가 끝나면 연봉이 조정되고, 연말정산을 하며 내가 얼마를 벌고, 세금으로 얼마를 내고, 실수령액이 얼마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하지만 준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음… 글쎄, 많을 땐 꽤 벌고, 적을 땐 좀 적고…?”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건 무슨 대답인가. 대략적인 연봉을 묻는 질문이었는데, 이렇게 애매하게 답을 하다니. 나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1년에 대략 얼마 정도 번다는 거야?”
그제야 준케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대충 계산을 하더니 말했다.
“한… 그래도 6-7천 정도는 벌지 않을까?”
나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정말 저 금액이 맞는 걸까?’
사실 준케는 평소에도 돈 이야기가 나오면 꽤 자신 있게 얘기하던 사람이었다. 가끔 친구들이랑 식사하다가도 “어, 나 저번에 한 달에 천 넘게 벌었었는데?”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다들 “와, 프리랜서가 더 낫네?” 하면서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되곤 했다.
그런데 막상 1년 기준으로 물으니 대답이 흐려졌다.
프리랜서들은 보통 가장 좋았던 달을 기억한다. 돈 얘기가 나오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장 자신 있었던 시기의 소득을 떠올린다. 직장인도 물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매달 지속되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 프리랜서들은 등락이 심하다보니 가장 많이 번 달과 적게번 달을 주로 기억하는구나.’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월급을 매달 일정하게 받는 게 아니라, 일이 많을 때는 많고, 없을 때는 없는 게 프리랜서의 삶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짜 연봉’을 알 수 없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었다. 내겐 숫자로 명확하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남편의 실질적인 소득을 파악하지 못한 채 가정을 꾸릴 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제안했다.
“최근 3년 동안의 월별 수입을 정리해보자. 근데 그냥 대충이 아니라, 손에 남는 돈 기준으로.”
여기서 말하는 ‘손에 남는 돈’이란 단순한 매출이 아니었다.
매출 - 지출 - 세금 = 순수 현금
이 계산법을 듣고 준케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럼! 그래야 진짜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 수 있지.”
K직장인인 나는 바로 엑셀 시트를 만들었다. 한 줄에는 매출, 한 줄에는 고정 지출(레슨장 사용료, 장비 유지비, 교통비), 그리고 한 줄에는 예상 세금을 계산했다. 이 모든 걸 빼고 나서야 ‘실제 손에 남는 돈’이 나왔다.
며칠 동안 데이터를 정리한 뒤, 우리는 드디어 3년 치 데이터를 보게 되었다.
준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와… 나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본 적이 없는데.”
그가 처음 깨달은 것들.
• 내가 매달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 몰랐다.
• 직장인들처럼 세금과 보험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남는 돈이 얼마인지 처음 알았다.
• 가장 많이 번 달과 적게 번 달의 차이가 몇 배나 되는지도 이제야 깨달았다.
• 월 평균 수입이 얼마인지도 처음 알았다.
강사 인생 7년 만에 처음으로, 준케는 자신의 ‘연봉’을 스스로 계산해볼 수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절반은 성공한 거야.”
이제 본격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