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살기 위해 나왔어.
너를 키우면서 네가 뭔가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다소 무서워하는 걸 항상 느껴. 하지만 이건 지오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인간이 다 그런 것 같아. 사실 아빠도 새로운 시도나 변화가 무섭고 좀 귀찮을 때도 많아.
그런데 말이야. 그럼에도 우리는 꼭 참고 새로운 변화를 계속 시도해야만 해.
예전에 지오가 4~5살 때쯤 시골 할머니집에 정말 자주 갔었어. 비포장길에서도 씽씽이 타고 정말 씽씽 달렸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지오가 엄마 배 속에 있던 시절 이야기를 했어.
그곳에 더 오래오래 있었으면 어땠을까.
지오는 죽었을 거야.
엄마도 위험했을 거고 그래서 살기 위해 나왔어.
그렇게 아빠도 만나고 우리 모두 성장했어.
모든 게 다 똑같아. 얼마 전 태권도에서 받아온 토마토가 화분이 작아서 더 자라지 못하고 죽으려 하는데 할머니 집 밭으로 옮겨 심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이제 곧 따먹어도 되겠더라고.
반드시 기억해야 해.
우리가 살다 보면 성장하게 되고 성장하면서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바라지 않음에도 자꾸 뭔가가 바뀌게 될 거야. 익숙하지 않아 어색할 테고 그만큼 불편할 거야. 아빠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정말 많은 것이 계속 바뀌었어.
사는 곳이 변했고 하는 일도 점점 더 다양하게 변화했어.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바뀌고 가치관도 계속 변하게 되었어. 더 사소하게는 웹하드 대신 구글드라이브를 사용하게 되었고 점점 새로운 디바이스와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하는 환경에 억지로 적응해야 했어. (너도 알겠지만 아빠는 진짜 스마트하지 않거든)
이렇게 모든 건 변해. 하지만 그 모든 변화를 절대로 두려워하지 마. 좀 귀찮은 건 사실이지만 참아.
오히려 네가 살면서 아무 일도 없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걸 두려워해야 해.
아무런 변화 없이 양옆에 편히 기댈 수 있는 벽과 고민이 필요 없이 익숙한 하나의 길이 눈앞에 있다면 거긴 아주아주 위험한 골짜기일 확률이 대단히 높아.
지오가 성장할 때마다 뭔가 자꾸 바뀌게 될 거야. 그때마다 용기를 내고 과감히 너의 자세를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지금의 지오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인간 본성을 거스르며 욕심과 두려움을 이겨내
시간의 힘을 믿고 하루에 하루만큼 반드시 앞으로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