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꽃 그리기(2)

연꽃의 한살이에 얽힌 시간을 보다

by 구자훈

노트북에 연꽃 사진을 올려놓고

사진 크기의 두 배로 스케치북에 사각 테두리를 그린다.


일전에 내 사실화를 본 지인들은

“어떻게 이런걸 그릴 수 있느냐”며 그림 잘 그린다고 한다.


“그림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결과이다”는 게 내 한결같은 대답이다.


그림은 작가의 마음에 비치는 대상물의 가치가 외형으로 나타나는 창작물이지만

내 그림은 그런 창의성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제 ‘엔지니어링’의 시간이다.


사진 속의 주요 지점들을 콤파스로 측정하고

사각형 테두리 내에 점을 찍어 표시한다.

줄기 위치, 연꽃 중심 지점, 꽃의 크기, 꽃잎의 방향, 연잎의 위치와 크기 등을

가장 사실적인 묘사가 될 수 있도록

가급적 많은 포인트를 측정하여 스케치북에 옮긴다.


그 점들을 따라 선을 연결하고 꽃잎을 스케치하고 잎을 그리고 줄기를 표시한다.

사진과 닮지 않은 어색함이 보일 때마다

연필로 그린 스케치를 지우고 콤파스로 측정하여 다시 그린다.


저녁에 그린 것을 아침에 고치고, 저녁에 다시 수정한다.


KakaoTalk_20251117_192524089_02.jpg

수없이 수정한 스케치가 어느날,


마침내 사진과 유사해진 날이 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꽃 그리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