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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포빡쌤 May 18. 2024

기본기

꾸준히 하는 것, 잘 안되네요.

오랜만에 아침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등산 처음에는 이어폰으로 무엇인가 들으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거창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눈 오는 겨울에 발을 삐끗해서 한 번 휘청한 후에는, 겸손한 마음으로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걸을 때, 코로 숨쉬기, 가슴 살짝 펴기, 배꼽과 엉덩이에 살짝 힘주기. 전문가들이 말하는 걷기 기본기입니다. 


기본기. 이 단어 들을 때 늘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이 첫 책 제목뿐만 아니라 책 커버 디자인이며 그의 옷과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그냥 빼고 빼고 또 빼는 기본기의 정석 같습니다. 


기본기에 충실한다는 것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많은 트로피며 상패 같은 것 하나 없는 손흥민 집같이. 좋은 인테리어의 예.


최근에 나온 그의 두 번째 책 제목,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솔직히 책 내용은 궁금하지 않습니다. 책 제목만으로도 한 권 다 읽은 느낌입니다. 너무 좋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최고의 책 제목입니다. 버린다니..


아들의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7년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18살 이전에는 슛 연습도 절대 안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근육에 무리가 가면 안 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축구 선수가 슛 연습을 안 하다니요.

축구 기본기의 비밀은 슛이 아니라 공 컨트롤에 있다고 합니다. 패스 드리블 공 컨트롤 등 공을 다룰 줄 아는 것이 기본기.


손흥민은 이 기본기로 인해, 완벽히 양발잡이가 될 수 있었고 몸의 밸런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축구에서는 위를 보고 삶에서는 아래를 보라.

아이들 일에 실패란 없다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 

그의 이 말들을 보니 기본기에 대한 그의 철학과 소신의 배경을 알 수 있습니다.


링컨도 기본기를 말했습니다. 나무를 벨 시간이 여섯 시간이 주어진다면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겠다.



지루하고 재미도 없는 기본기, 계속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손웅정, 좋은 아빠인 것은 너무 알겠는데, 손흥민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할까? 좋은 아빠와 좋은 남편, 둘 다인가? 아니면 하나를 위해 또 다른 하나는 희생된 것인가? 이 사람만큼 어머니도 행복한가? 

의미 없는 개인 가정사 궁금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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