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싶은 일이면 다 했으며
만수판 벌이며 신명 나게 놀아도
백천이 동도해라 하시부서귀라던
그 비가비의 말이 사실인가 봅구만요
하던 거 다 실컷 하고
이제 좋을 거 다 맛보니
이 생이 이제 질린 탓에
귓밥만 만질만질 거리고 있답디다.
이제 머리도 하얗게 다 새어버리고
명줄이 끊어질락 말락 사람을 이리 골리니
시레비자식이어도 튼튼하다면 다 부럽더이다
항상 좋으시오? 좋으시오? 해대니
나를 미친 할멍구라 여기며 다 떠나더이다
이리 조상 이름을 욕되이 했으나
이 계집이 무식하여 조상에게 무안쑤시하지도 않소
이제 잃을 것도 없지만은
뻗장나무처럼 살지 아니할 테니
다시 그때처럼
그 세월처럼 돌아가게 하여 달라며
천지신명께 기도할 뿐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