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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Jul 06. 2024

포기 선언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공부를 했다. 공부가 힘든 게 아니라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마냥 너무 공허하고 불안하고 괴로웠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책을 붙들고 있는 내가 우스워서, 이 자그마한 책임감을 붙잡고 있는 내가 짜증나서, 너무나 나를 해치고 싶었다. 그래도 자해하는 것보다는 공부가 낫지.

상담 선생님에게 장난으로 모든 치료를 그만두고 잠적해버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건 꽤 진심이었다. 정신치료고 외래고 상담이고 전부 다 그만두고 사라지고 싶다. 정답을 찾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나아지지 않는 스스로를 보는 것에 지쳤다.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충동을 버티며 울기만 하는 것도 지쳤다. 치료에 대한 책임감은 이제 좀 사라져도 될 것 같다. 최선을 다했는데 나아지지 않는 걸 붙들고 있을 이유는 없잖아. 그러니까, 나는 실패작이다. 내 치료자들도 나를 나아지게 하는 것에 실패했다.

이미 끝난 삶을 종잇장만큼 얇은 애정으로 부여잡고 있는 느낌이다. 그냥 내가 놓아버리면 되는데. 그러면 되는데. 잠들기 전 내일은 제발 눈을 뜨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고, 아침에 눈을 뜨면 끔찍한 기분이 든다. 기계처럼 일하고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난다. 자동적인 반응을 한다. 웃는다. 괜찮다고 한다. 그리고 또 밤이 찾아온다. 제발 이 고통을 끝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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