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살 시도가 언제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언제 그런 마음이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한다. 2021년 가을, 퇴근하는 길에 달리는 버스에 충동적으로 뛰어들려 했다.
‘지금 당장 내가 죽어버리면 좋겠어’
무언가 단단히 고장난 것 같았다. 그 이후 나는 정신과 치료와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진단명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그리고 불면증.
3년동안 치료를 받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자살 시도와 자해가 있었다. 마음이 힘들 때에는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정량보다 많이 삼켰고, 잠으로 도피했다. 죽을 날을 미리 정해두고 유서를 쓰고, 실제로 마포대교에 가서 한참을 앉아있던 적도 있다.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문을 열고 떨어지려 한 적도 여러번이다. 나는 끊임없이 나를 죽이고 싶었다. 내가 힘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나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것 뿐이었다.
자살 직전 나를 잡아준 것은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삶에 대한 미련, 그리고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이런 가치들을 저울질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3년을 만난 상담 선생님은 상담 초기부터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위험한 순간에는 반드시 연락을 하라고, 이건 상담을 지속하기 위한 약속이라고. 처음 선생님에게 연락했던 날을 기억한다. 그 날도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잠긴 문을 보고 서러워서 울고 있었다. 감정 조절이 불가능했고, 내 머릿속에는 죽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고, 나는 집으로 안전히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나는 응급실을 드나들기도 했고, 입원 권유 또한 여러 번 받았으며, 다니던 정신과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할 ‘삶’이 나에게는 너무나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꾸준한 심리 치료의 결과, 나는 내 감정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방법을 배웠다. 좀 더 스스로에게 관대해졌다. 치료자들을 통해 내 감정을 수용받는 경험을 했다.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나를 해치기보다는, 그 감정을 이해하고 분석해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까, 이 글은 자살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쓰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알지만,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가 다시 찾아오겠지만, 나는 더이상 피하지 않고 그 고통을 온전히 마주할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낼 것이다. 나의 힘으로.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인생은 무대이고 우리는 배우라고.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각자가 정하는 것이다. 나는 암전이 찾아올 때까지 무대 위를 활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