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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a Kim Nov 07. 2023

나의 판타지에게_응답하라 2008_ prologue.

나도 그냥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어 잊었던 나의 꿈들과 추억을 가득 싣고

퇴근하고싶다. 피곤하다. 조금만 쉬고싶다...

흔해빠진 30대 직장인의 삶이다. 바지런한 성격 탓에 친구도 많이 만나고 취미활동도 즐기고 살지만, 뭔가 텅 빈 느낌이 드는 것만 같은 것은, 아무래도 내가 꿈꾸던 환상과 동화같은 미래는 없었다는 것을 아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겠지.




2023년 11월 4일.

"그래도 그때 진짜 재밌지 않았냐?", "야, 내일 일요일 실화? 현실로 돌아가기 너무 싫다." 

주기적으로 모이는 우리 네 명의 베스트 프렌드라 부를 수 있는 이 친구들, 벌써 18년지기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 넷의 정기적 모임으로 이번에는 바닷가 펜션을 잡아 놀러왔다. 누군가에게는 우습고 유치한 추억일 수 있지만, 우리는 정말로 환상과 동화 속 세계에서 만났다.

근데, 우리 넷이 이 멤버로 친해질 줄 알았던가?




"아씨오 펜시브"




2006년 가을,

나는 한창 인기 아이돌 동방신기를 덕질하는 소녀팬이자, 나의 환상의 세계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는 그 시절 당시를 강타한 가장 핫했던 소설 해리포터를 주기적으로 읽는, 꿈 많은 여중생이었다. 멋지고 화려한 아이돌 가수를 보며 그들의 삶을 동경했고,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마법세계 속의 나 자신을 상상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해리포터 소설, 영화를 열렬히 사랑하던 나에게 흥미진진한 제안을 해왔다.

"다음 해리포터 공식 팬카페가 있던데, 거기 가입해서 글 쓰면 마법의 배정모자로 너의 호그와트 기숙사를 배정받을 수 있다? 재밌지 않아?"

항상 현실보다는 환상, 현재보다는 미래의 반짝거리는 언젠가를 꿈꿨던 나에게는, 역시나 당장 달려갈 만한 제안이었다.




"김초단 님, 슬리데린으로 배정받았습니다."




생각보다 호그와트 카페라는 곳은 복잡했다. 단순히 마법의 배정모자를 경험해보고싶어서 들어왔던 내게 여러 가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짜여진 해당 카페를 구경하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워 보였다. 호기심에 한 번 둘러본 것 만으로도 연회장에서의 교류와 각종 소모임, 각 기숙사에서의 기숙사 점수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실제로 해당 카페의 교수진으로 뽑힌 임원들이 하는 강의와, 그 강의에 적극 참여하는 호그와트의 학생들이 있었다. 보통의 학생들과 같이 일상적으로는 싸이월드와 버디버디로의 소통, 종종 올라오는 유애루비(동방신기 팬카페)의 자료들, 그리고 친구들과 만나서 캔모아에서 떠는 수다와 스티커사진 등... 이와 같은 것들에 주력하던 삶에, 새로운 세계가 하나 추가되게 될까.



이거, 재미있어 보이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나는 학생 청소년 일반인 한 명으로서의 삶을 떠나, 제2, 제3의 자아를 갖고 살아가게 될 지.




그렇게 가짜 마법세계에서의 내 삶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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