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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a Kim Nov 24. 2023

손절

"어~ 나 걔 손절했어. 자꾸 자잘하게 돈 문제 일으키더니, 지 취업하고는 쌩까더라?"


흔히 듣는 말이다. '손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손절을 해보거나, 손절당하거나.

대체적으로 현대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가벼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넘어오며, 그 정도가 심화되었다고 본다. 나의 경우 93년생으로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를 학창시절을 거쳐 성장과정에서 모두 경험하였다고 볼 수 있는 세대인데, 요즘 친구들로 넘어갈 수록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느꼈다.


"언니 저 걔 손절했어요. 걔요? 걔두요. 아 걔? 걔는 애진작에 손절했죠!"


물론 나이가 들 수록 이해관계가 커지며, 보다 더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사람사이의 정보다는 악만 남는다는 느낌이 있다. 학창시절에는, 학교에서 매일 봐야 하는 사이라는 관계적 특성때문에 함부로 손절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에는 특히나 항상 부딫히며 어쩔 수 없이라도 봐야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대화', '화해'라는 방법을 배우며 자랐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관계가 굉장히 단편화되었고, 얕고 무게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절이 쉬워진 사회가 된 것 같다.


SNS 차단, 혹은 카톡 읽고 씹기, 등 한 가지의 버튼으로 우리의 관계가 '손절'된다.


이러한 현대인의 인간관계는, 조금만 맞지 않아도 금새 손절로 이어지기 마련이며, 화해, 맞춰감 등 일련의 풀어가는 과정 따위를 거치지 않고 쉽게 손절한다. 자존심이 센 현대인들의 기질 또한 있지만, 이는 인간관계 자체가 가벼워졌음을 더 크게 의미한다. 


얼굴을 보지 않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않고 이별하는 시대이다. 나 포함 조금 올드한 생각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손절방식이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세태가 점점 주류가 되고, '잠수이별' 또한 점점 흔한 사례로 들려오곤 한다.


맞춰감의 과정, 대화 시도 따위 없이, 버튼 하나에 끊기는 인간관계, 개개인 모두가 얕고 약은 인간관계의 홍수 속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기보호의 기제라고 본다. 허나 이것이 옳은 것일까? 앞으로 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앞으로의 세대는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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