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 이냐! ''폭군' 이냐! 그건 당신의 선택 아닐까요?
그 순간!
누군가 통 안에 든 나무젓가락을 뽑자마자, 그제야 순식간에 통은 텅 비어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누가 먼저 뽑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뽑은 나무젓가락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숨죽이며 살핀다.
정적이 흐르던 그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친다.
주변에서는 탄식과 함성이 동시에 울려 퍼진다. 아니 함성보다는 아부가 더 어울릴 듯싶다.
상철 : "아! 난 또 아니네. 왜 난 한 번도 왕이 못되지?"
옥순 : "오~ 역시 우리 관돌님은 왕이 될 상인가 보네요!"
영숙 : "멋져요! 왕이 대게 잘 생겨 보여요!"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낯간지러울 만큼의 아부성 발언을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에헴!"
왕이 된 관돌이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그 순간 모든 참여자들의 눈과 귀는 왕의 입모양에 집중하게 된다.
상철 : '이번엔 누굴까?'
옥순 : '어떤 미션이지? 나 또 걸리면 안 되는데...'
영숙 : '아... 내가 왕이면 그냥 편한 미션 시킬 건데... 절대 힘들게 안 할 건데...'
참여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 드디어 왕의 입모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 떨어졌다.
"1번은 진지한 표정으로 2번에게 고백을 하고, 2번은 지그시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여 주어라!"
"4번은 팔 굽혀 펴기를 50개 하고, 5번은 끝날 때까지 미친 듯이 춤을 추어라!"
누가 봐도 전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설마 이걸 실행한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아예 하지 않을 행동이다.
그런데 지금은 해야 된다. 아니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왕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이 게임의 룰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왕'이 적혀있는 것을 뽑기 위해 이 순간에는 혈안이 되어 있다.
정말 단순한 게임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건 개인의 실력이나 능력치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
정말 그 순간의 운빨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재수가 없으면, 매번 벌칙을 당하기도, 운이 좋으면 매번 누군가에게 지시를 할 수 있는 왕이 될 수 있다.
분명 처음 의도는 술자리의 재미를 위한, 친목 도모를 위한 게임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이 존재한다.
왕이 된 누군가가 다른 참여자들에게 자칫 수위가 높은 벌칙을 내린다거나, 같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벌칙
수행을 할 경우에는 분위기가 의도치 않게 나빠질 수 있다.
왕 게임... 게임 이름처럼 '왕'은 말 그대로 권력자를 의미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권력은 늘 존재한다.
삼국, 고려, 조선시대에도 왕과 신하라는 계급이 나누어져 있었고, 현대사회에서도 국민이 왕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을 최고권력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회의원, 장관, 참모총장 등등 수많은 권력들이 우리 사회에는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은 꼭 사회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이 최소 2명 이상 모여있는 곳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상대적인 권력자가 되기도 한다.
참 웃긴 일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권력의 맛을 알고 있는 듯하다.
'권력... 과연 어떤 맛일까?'
아마 다수의 사람들은 하루 중 최소 8시간 이상을 직장이라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어느 유명 가수의 노랫말 중 직장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이 떠오른다.
"직장이란 전쟁터!"
개인적인 생각으론 '직장에 대해 이 만큼 더 어울리는 표현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직장이란 곳...
항상 보이지 않는 총성이 울려 퍼지고, 총알을 맞았는지, 피했는지 그 순간엔 인지하지도 못한다.
또한, 믿었던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주적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달콤한 속삭임을 100% 믿는 순간, 의도치 않게 그의 올가미에 걸려들었을 수도 있다.
젠틀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듯 하지만, 그 속은 아마존보다 더 치열한 야생 of the 야생 같은 곳!
이곳이 바로 직장이다.
당연히 여기서도 권력 즉, 계급은 존재한다.
아니, 계급이라기보다는 직급이 존재하는 게 더 현실적인 표현일 것 같다.
직급은 숫자로 표현되기도 한다.
6급-5급-4급-3급-2급-1급(현 필자의 직장 기준)
입사 때, 6급으로 시작해서 1급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인원은 극소수다. 그만큼 치열하다.
변수도 많다. 같은 해에 입사를 했어도, 20대에 입사한 동기, 40대 늦은 나이에 입사한 동기,
노력, 성별, 업무능력, 성격, 성향, 친화력, 인맥 등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두루 갖춘 자만이 소수정예의
인원에게만 주어진 그 권력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권력은 위에서 말한 왕처럼 뽑기로 차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분명 수년간 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성과가 수반되어야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노력도 일정 부분에 다다르면 또 한 번, 그 한계에 맞닥뜨리게 된다.
물론 노력과 시간이 지나면, 그 한계 또한 깨트릴 수도 있겠지만 말처럼 쉽진 않다.
운칠기삼이라고 했던가?
그 이상의 자리 즉, 점점 좁아지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웃픈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오징어게임이 아닌 왕 게임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것도 술이 취한 상태가 아닌, 또릿또릿 한 맨 정신으로 말이다.
또한, 중요한 사항은 이 때는 결코 본인이 왕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1도 가져서는 안 된다.
이 마음을 먹는 순간, 그는 이미 저 멀리 구석에서 팔 굽혀 펴기만 하거나 미친 듯 춤만 추고 끝나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이미 선택된 권력자들은 그들의 속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즉, 관심법을 통달한 사람들이기에... 결코 우습게 봐선 안될 자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순간 절대 왕이 적혀있는 젓가락을 뽑으면 안 된다. 아니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일말의 희망이라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
권력을 쥐고 있는 왕이 진정으로 나를 끌어줄 수 있는 성군 상인지,
이 순간의 재미를 위해 한 번 이용하고 팽시켜 버릴 폭군 상인지에 대한 파악 또한 중요한 요소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큰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나만의 촉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적인 신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배신하지 않는다, 충성을 다 할 수 있다, 죽으라면 그런 시늉도 감수할 수 있다.'
'설마 이 정도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큰 조직 내에서의 권력자가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이 정도까지도 감내해야만 겨우 잡을 수 있는 것이 권력이다.
이렇게 개고생을 해서 기필코 권력을 잡아야만, 나 또한 똑같이 그 권력을 휘둘러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래야 외쳐볼 수 있다.
"이제 내가 왕이로소이다!"라고 말이다.
항상 반복적인 것 같다.
권력이란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내용으로 비유를 했는데,
이제까지 경험해 본 바, 다수의 권력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초심을 잃어버리는 듯해 보였다.
물론, 전부라고는 얘기할 수 없다. 그리고 나만의 경험이 전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또한, 힘들게 권력을 쟁취한 그분들의 태도와 생활을 욕하거나 탓할 생각도 없다.
그만큼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자신만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왔기에 인간의 심리적인 특성상
보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분명 작용할 수 있을 테니깐.
'라떼는 말이야...' 이런 본전...
참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초심을 지켜나간다는 건.
분명 '왕 게임'도 술자리에서의 친목도모를 위한 의도로 시작을 했지만, 과하게 되면 안 하느니만 못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재미와 웃음을 준다는 의도로 점점 과한 벌칙을 시킨다고는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무엇이든지 과하게 행동하면 아니한 만 못할 수 있다'라고 했다.
즉, 친목 도모를 위한 도구였지만, 오히려 그것을 무참히 파괴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직장에서도 처음 입사 당시의 포부가 중간 관리자에서 관리자로 점점 직급이 올라갈수록 변질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나 역시도 다를 바 없긴 하지만...
처음에는 '회사에 몸 바쳐 열심히 하자!'라고 다짐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회사가 나한테 해준 게 뭐지?',
나보다 늦게 입사한 사람을 보면, '왜 이 정도 일을 빨리 처리 못하지?' 라며,
'올챙이 적 시절'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난 개구리'인 것 마냥 다그치기 시작한다.
새내기 땐, 그저 선배의 따뜻한 말 한마디면 속상하거나, 힘든 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눈 녹는 것 마냥 스르르 하며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기에, 나 또한
'정말 후배들 들어오면 다그치지 말고 잘해줘야지! 알고 있는 건 뭐든지 따뜻하게 잘 가르쳐 줘야지!'
라는 초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권력을 아직 쥐어보지도 못한 현 상태에서도 이미 초심은 잃어버린 듯하다.
아직 왕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인데도 말이다.
분명 현실의 이곳에서 내가 왕이 될 가능성은 제로다.
하지만, 또 다른 조직에서는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초심...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너무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위치에 있건 간에...
그렇다면 '왕 게임'이 직장인들에게 주고자 하는 교훈은 무엇일까?
왕이 되면 잠깐이나마 권력의 맛을 보게 된다. 소수의 인원이지만 참여자들의 행동을 쥐락펴락 해 볼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지고, 마음껏 휘둘러 볼 수 있는 경험도 해보게 된다.
달달하고, 꿀 맛일 수 있을 것이다. 언제 또 이런 권력을 쉽게 잡아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다음 판에서 곧바로 뒤집어질 수도 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왕이었지만, 이제는 벌칙 수행자가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시켰던 부끄러운 벌칙을 이번 판에는 본인이 그보다 몇 배는 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벌칙을 곧장
수행해야 될지도 모른다. 하기 싫어도 당연히 응해야 되는 상황이기에 발뺌을 할 수도 없다.
성군의 마음으로 수위 조절만 잘했더라도, 이런 치욕스러운 벌칙을 내리는 폭군 또한 만나지 않았을텐데...
어쩌면, 왕 게임이 직장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숨겨진 진심은
아마도...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아닐까?
'뿌린 대로 거둔다. 즉, 선한 행동은 선한 결과를, 악한 행동은 악한 결과를 가져온다'라는 말처럼 분명
'총성 없는 전쟁터' 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을 낮추고, 타인애 대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언젠가는 분명 자신 또한, 성군이 될 수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그런 숨겨진 의도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