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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Nov 11. 2024

극적인 이륙

Chapter 2. Against All Odds

"대표님, 저희 기금은 보증을 승인하였습니다. 3년간 50억 한도 내에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 


신용보증기금 최종 심사위원 발표 이후 3시간 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분명히 똑똑히 들었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신용보증기금의 ICON 보증프로그램은 해마다 수백 개 회사가 경합을 벌이고 그중에 대여섯 개 회사만이 선정된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건 맞지만 될 거라는 자신은 솔직히 크지 않았던 터였다.  


그런데 기금이 보증을 서는 50억 원의 크레딧라인이 승인된 것이다.


때는 2주간의 운영자금이 간신히 남아 있을 때였다. 비행기에 비유하면 우리는 그간 훌륭한 비행을 해왔지만 현금이라는 연료고갈로 추락 중이었고, 나는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어느 부서를 또 어느 사업을 떼어버려야 추락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지면에 떨어지기 직전에 공중급유를 받았다. 너무나도 아슬아슬했지만 성공했고 연료는 앞으로 3년간의 운영자금을 책임져줄 정도로 충분했다. 그리고 3년 동안 이미 검증된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을 충분히 만들어내면 상환까지 가능한 일이었다. 



한 달 전, 주저앉고 싶은 마음에 정신을 반쯤 놓았을 때도, 툴툴 털어버리고 일어나서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다시 일어났을 때도, 이런 드라마는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 비행기는 충돌 직전에서 다시 한번 힘차게 이륙했다.




- 이하 최종심사 발표내용 중 발췌 -


"저희는 유휴공간을 수익화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자동화 기술로 이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생태계를 선도하여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물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동화 기술로 해외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소득 대비 주택가격(Price to Income)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집 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이는 곧 과도한 가계부채의 부담을 가져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1973년에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은 50년이 지난 2023년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가 사는 집은 18평, 25평, 32평, 원룸, 투룸, 쓰리룸으로 획일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50년 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 반려동물, 취미의 다양화,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들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건설 논리로 정형화된 주택에서 살아가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전 세계에서 이사가 잦기로 손꼽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이사를 한다고 해도 어차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제한적이고 이것은 많은 비용을 수반합니다.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집 안을 재구성할 수만 있다면 이사를 가지 않아도, 큰 집에 살지 않아도 쾌적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집에서 빼버릴 수 있는 게 뭐 없을까? 침실이나 주방, 화장실을 빼낼 순 없지만 물건을 보관하는 베란다, 다용도실, 옷장, 서랍장 같은 것들을 밖으로 빼내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액세스가 가능하거나 가져다줄 수만 있다면? 이런 주거 외장 하드가 있다면 이사를 가지 않아도 쾌적하지 않을까?' 


그렇게 저희는 주거 공간을 재구조화했습니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냅니다. 집은 의식주만 필수적으로 해결하던 것에서 지금은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취미도 영위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공간을 더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당장 큰집으로 이사 갈게 아니라면 엑스트라의 공간을 나의 것으로 붙여서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 공간들은 어디 있을까요? 우리 주변에 유휴공간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건물의 지하층, 오래된 공실, 비어 있는 상가들, 자투리 공간들이 그 대상이 됩니다. 거리에 나가면 상가에는 공실이 넘쳐나고 인구 감소와 함께 매년 두 자릿수의 이상의 공실률을 유지합니다. 즉 저희는 부동산의 쓰임을 바꿔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고, 도시 전체의 효율성도 높이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모든 시설은 24시간 자동화 운영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한정된 공간에 IT기술이 고도로 집적화된 ICT 시설로서 소위 무인점포들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시스템 복잡도는 대략 1,000배 이상이죠. 200개에 달하는 시설을 3명의 관리인력이 운영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례가 없습니다. 이제 저희는 일본을 시작으로 종주국인 미국으로 저희의 기술을 역으로 수출할 것입니다. 



그간 국내 1위의 운영역량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검증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전에 와 있습니다. 상가, 오피스, 아파트, 관공서를 막론하고 유휴공간은 무궁무진하며, 향후에는 도심물류에 있어 많은 거점을 보유한 물류 인프라로서도 기능할 것입니다. 


저희는 이 모든 밸류체인을 완성한 Undisputed No.1입니다. 저희는 회사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나라에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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