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Desk to Dream #6
당신은 분명 첫 직원을 채용할 때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된다. 사업은 원래 그런 불확실성의 연속이니까.
나는 직장을 다니며 1년 간 어떻게 내 회사를 만들지 고민하였고, 회사를 만든 후에도 2년 간 직장을 다니며 사업을 병행했다. 그리고 내가 사표를 쓰고 나와 사업에 올인하는 시점에서 최초로 직원을 채용하게 되었다.
창업자 2명을 제외한 첫 직원이니만큼 의미가 컸고 좋은 사람을 뽑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그 직원을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내보내야 했다. 내 인생 최초의 채용과 최초의 해고가 불과 두 달 사이에 모두 일어난 셈이다. 충격적이었다.
당신이 만약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면 우선 축하할 일이다. 직장을 다니며(혹은 퇴사하고) 힘들게 자신의 사업모델을 검증하였을 것이고, 시장에 내놓고 반응도 보면서 매출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기틀을 좀 더 잡고 확장을 모색하기 위한 최초의 채용이 임박한 것이리라.
자 그럼 새로운 직원이 들어와서 나의 일을 대신해 주고 매출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좀 더 효율적인 일들을 해나갈 것이고 내 사업도 이제 날개를 하나 더 달겠지. 그리고 나는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해서 조직의 형태를 갖추겠구나. 그럼 조직구성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들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채용사이트에 구인공고를 올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원자는 거의 없을 것이고 몇 개 들어온 이력서를 봐도 그 사람이 공부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했었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즉, 나의 야심만만한 생각과 다르게 지원자는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할 확률이 90% 이상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 회사를 만든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포부를 갖고 있냐를 떠나서 구직자들은 아무도 당신의 사업과 회사를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구인공고를 죽 훑어보다가 처음 보게 되었을 것이고, 생각 없이 누른 여러 회사의 이력서 제출 버튼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들은 당신이 뭘 하고자 하는지도 잘 모른다.
나는 첫 직원을 채용할 때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그렇게 다양한 학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 모르는 교육기관들이었다. 경력도 마찬가지다. 처음 보는 회사의 이름들과 경력들을 보고 판단할 기준 자체를 잡기가 어려웠다. 한 명 한 명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면접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 않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초반에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지원자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지 감이 없다. 그래서 한 시간이 넘게 면접을 봐도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나는 힘들게 채용한 직원을 두 달 만에 내보내야 했으며, 전날 술을 먹고 피곤했다며 이틀 만에 무단 결근한 사례를 목격했고, 일도 배우기 전에 3일 만에 퇴사하겠다는 사람을 경험했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무엇보다 첫 직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전화로 고객응대를 할 사람이 필요했고 유관경력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면접을 봤다. 그나마 지원자도 몇 없었지만 그중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첫 채용이니만큼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로 간단한 질문들을 먼저 확인하고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후에는 혹시 놓친 게 있진 않을까 싶어 함께 식사를 하며 최종 면접도 별도로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지원자는 해당 포지션에서 일하기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경력도 10년 이상의 베테랑이었던 데다가 시종일관 웃으며 텐션을 유지하는 긍정적인 사람이라 평가했다. 그러니 이런 에너지는 고객을 대할 때도 좋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채용의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첫 직원을 채용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큰 혼란에 빠졌다. 우리가 기존에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배웠던 기준들이 모두 송두리째 흔들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는데, 전 직장 업무를 도와줘야 한다면서 우리 회사에서 전 직장 일을 한다던지, 문장구조와 맞춤법이 안 맞는 블로그 글을 쓴다던지, 우리가 정한 상품 할인률 등 판매정책을 고객이 원한다고 자꾸 임의로 바꾼다던지 하는 것들이었다. 실로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처음엔 나와 공동창업자는 첫 채용이니만큼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긍정적이고 쾌활한 사람인데 우리가 스스로 사람을 쓰는 게 서툴러서 그렇다고 말이다. 하지만 외근 후에 복귀 명령을 어기고 현지에서 퇴근하는 걸 보고 결론을 내렸다. '아 우리가 사람을 잘못 뽑았구나.'
결국 우리는 두 달이 채 안 되어 그 사람에게 우리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1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이야기했지만 사실상의 해고 통보와 다름없었다(그런데 여기서도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또 일어나서 문서로 다시 또박또박 통보해야 했다).
그 사람을 내보낸 건 맞는 결정이었음에도 나는 마음이 시종일관 무거웠다. 그래도 다른 직장에서 잘 일하고 있던 사람을 데려온 건데 이렇게 다시 내쳐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채용해서 월급을 준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다. 그야말로 당신이 그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다. 만약 그 사람에게 가정이 있고 외벌이라면 고용주인 당신은 이제 한 사람이 아닌 한 가정을 먹여 살리는 입장이 된다.
누군가를 만나면 한 사람의 인생이 온다는 말은 이성을 만날 때뿐만 아니라 채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고용을 많이 하면 심지어 지자체에서 상도 준다(우리는 강남구 일자리 창출기업으로 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이런 걸로 상도 준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는 채용을 하게 되는 순간 4대 보험과 납세의 의무를 넘어서 일종의 사회적 책임이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첫 채용에서 회사와 직원 모두를 위해 부디 실패 확률을 줄이기 바란다.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의 내용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겠지만 몇 가지 팁이 있다.
우선 첫 직원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잡아라. 당신이 어느 업종에서 어떤 일을 했건 첫 채용에서 매우 뛰어난 직원을 뽑을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러니 업무범위를 작게 설정하거나 난이도를 낮게 잡아서 줘야 한다. 당신이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와 같은 수준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창업한 회사는 아무도 모른다(적어도 지금은).
사람 보는 눈을 키워라. 이 말은 면접 볼 때 핵심질문(Key Questions)을 잘 던져야 한다는 뜻이다. 포지션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공통된 핵심질문은 요구되는 업무와 유사한 경험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그냥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했으며 왜 그랬고 그 결과가 어땠냐는 식으로 물어보는 것이 상대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업무 역량을 떠나서 이 시기의 첫 직원은 창업가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 방향으로 일을 할 수만 있어도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과 의사소통이 정확하게 되는가이다.
사람을 내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물론 처음부터 성공적으로 같이 계속 일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 하지만 첫 사업을 시작한 당신은 지금 모든 면에서 서투르다. 잘못 채용한 직원과 끙끙거리며 일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소통해서 서로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을 가는 게 모두에게 좋다.
내가 처음 채용했던 그 직원도 우리 회사를 나가서 본인한테 더 잘 맞는 회사를 찾았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칭찬도 못 듣고 스스로도 힘들었을 텐데, 잘 맞는 곳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후에 나도 우리 회사도 성장을 거듭하며 채용의 성공 확률은 계속 높아졌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후에도 100% 채용에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확률이 높아질 뿐이다.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만큼 사업에서 사람은 중하고도 어려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