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보편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음식은 단연 이탈리아 음식이다. 길거리에서 사 먹을 수 있는 피자에서부터 신선한 재료와 풍미를 가득 담은 고급 음식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나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여행에 나선다. 밀라노의 거리를 걷다 보면 한국식 라면이나 분식을 파는 가게도 보이고 빙수를 파는 한국식 디저트 가게도 보인다. 음식에 진심인 이탈리아에서 한식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현장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김민석 셰프는 현지 요리학교 알마(ALMA) 졸업 후, 밀라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내 미슐랭 두 개의 스타를 보유한 레스토랑 세타(Seta)에서 육류담당 셰프로써 4년여 근무했다.
유튜브에서는 <김밀란>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국내팬들에게 쉽고 전통적인 이탈리아 음식 조리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20만 구독자가 사랑하는 유튜버다. <김밀란 파스타>, <김밀란 리소토>라는 제목의 두 권의 요리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밀라노 소재 한식당 수석셰프로 근무했고, 현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홍보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밀라노 한국인 셰프다.
요즘 주목받는 ‘한식의 세계화’, 특히 ‘이탈리아에서의 한식문화’에 대해 필자는 김민석 셰프님과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가정간편식으로 밀라노 현지에서 진행된 요리시연 행사 @농림축산식품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자 : 안녕하세요 김민석 셰프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셰프 : 안녕하세요. 2014년부터 이탈리아 현지에서 요리하는 김민석입니다. 밀라노에 있다 보니 유튜브나 발간한 책에서는 ‘김밀란’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기자 : 이탈리아 현지에서 보는 ‘한식’ 어떤가요?
김 셰프 : 십 년 넘게 이탈리아에서 생활해 왔지만, 요즘처럼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떡볶이의 생소한 식감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현지인이 많았다면, 요즘은 K팝과 K문화의 성공에 힘입어 K푸드에 대한 심리적인 호감과 다른 맛에 대한 포용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기자 : 저는 얼마 전 밀라노 한 평범한 레스토랑에 방문했습니다. 식전 빵에 발사믹 식초를 넣은 올리브오일을 따로 주지 않기에 물으니, 식초의 신맛이 주 메뉴의 맛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며 권하지 않더군요. 현지인들이 음식에 관해서는 까다롭고 자기 긍지가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이곳에 한식은 어떻게 소개되고 있나요?
김 셰프 : 현재 밀라노에는 한식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K팝이나 영화에서 본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고 싶어 합니다. 전통적으로 잘 팔리는 한국식 바비큐, 비빔밥에서부터 떡볶이, 김밥과 같은 분식류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대도시 뉴욕이나 런던과 비교하면 밀라노는 아직 길거리 음식에서 고급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한식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기자: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셰프 : 현재 밀라노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식당은 아쉽게도 50% 이상이 중국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식의 전통보다는 수익이나 유행에 맞춰 판매합니다. 한식이라고 불리지만 원래 한식과는 거리가 먼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잘 팔리는 유행상품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김밥 같은 분식이나 한국식 바비큐, 비빔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다양한 한식을 맛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자 : 셰프님께서는 이탈리아 음식을 전공하시고,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유명한 레스토랑 근무경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최근 한식을 알리는데 적극적이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셰프 : 유럽 현지에 한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다양한 음식을 통해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현지 입맛에 다가가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한국인으로서, 한식은 제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현지 사람들의 기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현지에 다양한 한식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기자 : 셰프님은 밀라노 현지에서 2023년 한식문화 홍보 캠페인 <Hanbit :That’s Soban>, 올해 24년 5월 에는 <한식 전통주 체험 및 홍보 행사>를 진행하셨습니다. 며칠 전 9월 27일 <K Food Milan> 행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반인도 요리시연 모습을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 관한 설명과 함께 참여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김셰프 : 작년 2023년 <한빛:소반>의 경우, 이탈리아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지 병아리콩과 앤젤헤어 파스타를 활용하여 변형한 콩국수 그리고 쇠고기, 떡, 파를 이용한 불고기양념 산적’으로 우리의 한상 차림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인 해입니다.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밀라노 총영사관 주관으로 진행된 <한식, 전통주 체험 및 홍보 행사>는 ‘한국 전통주를 페어링 한 한식 코스 요리’를 선보였습니다. 롬바르디아주 부지사를 비롯 현지 스타 셰프와 음식 평론가 등 50여 명의 귀빈을 모시고 전통적인 한식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며칠 전 9월 27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관한 <K Food Milan> 행사가 있었습니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가정간편식(HMR) - 삼계탕, 김치, 간편 밥, 냉동 만두, 인스턴트 라면 등- 을 이용해 이탈리아 현지인들이 쉽고 맛있게 한식을 즐기는 방법을 직접 요리로 보여주며 소개했습니다. 오전에는 이탈리아 퍼스널 셰프 연맹 FIPPC 대상으로 줌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기자 : 앞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김 셰프 : 유럽 현지에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한식의 다양한 맛과 고유함을 살린 메뉴들을 유럽인들에게 자주 알려야 합니다. 다양한 채널의 투자와 홍보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바탕되는 기획일 때 전달 효과가 좋습니다. 저는 한식을 전공한 분들이 현지로 나와 활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행사에서 보셨듯이 한식을 제대로 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 - 한국 식품사 - 현지 한식 전문가들의 협력 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탈리아에서 다양하고 맛있는 한식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밀라노에서 보는 한식 그리고 세계화> 제목의 기사로 소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