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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선 Jun 20. 2024

걸으며 알아가는 도시 포르투

여전히 비는 오다 그치기를  이어갔다.

포르투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한국인 가이드에게 오전 투어를 신청했다. 

숙소를 나온 우리는 걸어서 포르투 시내를 관통하여 

사자상이 있는 분수대에서 그녀를 만났다.

작고 아담한 키에  웃을 때마다

눈매가 초승달을 닮았다.


포르투 대학교 앞을 출발한 우리는

연나 샘을 졸졸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엔 롤링이 헤리포터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랠루서점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눈을 부릅 뜬 조각상이 세워져 있는 법원,

이전에 감옥이었으나 현재는 사진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건물을 지난다.

정감 있는 도시 브랜딩을 위해 시장이 기획하고

아티스트를 고용하여 만들었다는 포르투 글자가 세워져 있는 

시청 앞에는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어 있었다.


까르모 성당과 성당 사이의 공간 분리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좁은 가정집이 있고

성당 벽면 전체는 부귀영화를 뜻하는 푸른빛의 

아름다운 아쥴레주로 치장이 돼 있었다.

지금은 우기라 리노베이션 때문에 거즈가 덮여 있지만

거즈 뒤로 비치는 아쥴레주는 아름답고 화려하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바로크 양식 건축물

클레리구스 성당 근처에  100년이 넘은 '까사 오리엔탈'이 있다.

화려한 외관의 건물 전체가

정어리를 포함하여 30가지 이상의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통조림에 담아 판매하는 곳이다.



가이드 연나샘과 드디어 마지막 투어 장소인 상 벤투역에 도착했다.

'포르투갈은 블루다' 조용준 작가의 책에서는

포르투갈의 출발은 포르투와 상 벤투역으로 시작한다고 표현하였다.

포르투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을 묘사한 상 벤투역의 아줄레주는

2만 장의 타일이 조합되어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는 작업이

11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헤어짐이 애틋하고 만남의 기쁨이 더 큰, 상 벤투역에서

푸른 빛의 아줄레주는 그들의 헤어짐과 만남의 배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기차를 타러 나가는 방향 오른쪽 벽면  씨익~ 웃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시선이 머문다.

웃음의 의미를 생각하며 한참을 아줄레주에 빠져 있는데 요란한 빗소리가 생각을 깨운다.

우리의 공식적인 투어는 여기까지이다.

하지만 연나샘의 포르투갈 남편이 데리러 오는 중이라 해서

이른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빗속을 뚫고 마토지뉴스해변 인근 오래된 맛집을 향해 출발했다.



차갑게 내리던 비는 

구름과 해를 번갈아 보여주더니 간간이 여린 비로 흩뿌려진다.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찾고 줄을 선다는 식당은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가득했다.

네네님의 예약 덕분에 무리 없이 자리 잡고 앉았다.


연나샘의 포르투 남편이 장인 장모의 말씀에 '네네' 대답하다

'네네'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는 말에 

우리도 '포서방' '네네님'이라  부르며 

음식이 나올 동안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드디어 속이 깊은 냄비  한가득 얼큰해 보이는 아귀밥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저걸 어찌 다 먹을까 싶었는데 

김칫국에 해물과 쌀을 넣어 끓여 낸 듯한 익숙한 맛은

시원하고 식욕을 돋우는 감칠맛에 극도의 포만감으로

두 볼이 붉게 물들었다. 



하루 종일 걸어도 질리지 않는 풍경 속에서

도루 강변으로 이어진 미로 같은 길을 거닐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푸른빛의 아쥴레주

건물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도루강을 가로지르는 동루이스 다리가 눈길을 끈다.

석양 무렵 저 다리 위에서 도루 강 풍경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며

로맨틱한 감상에 살짝 젖어 본다.


소소하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색으로

주인공이 되는 포르투

아름다운 해변과 건강한 음식

우리와 결을 같이하는 마음씨의 사람들

두 발로 자박자박 걸으며 

포르투와 사랑에 빠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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