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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선 Aug 10. 2024

또 다시 포르투, Foz에서 동네주민이 되다

사랑에 흠뻑 빠졌던 매력적인 도시 리스본을 출발하는 날이다.

우린 다시 포르투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꾸렸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Foz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다. 

강과 바다가 만나 격랑의 파도를 불러일으키는 곳, 포즈의 매력을 제대로 보고 싶다. 

집채만 한 파도가 일렁이는 대서양을 바라보며 내 속에 꽉 차게 들어앉은 고민과 상심,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하고 싶었다.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지 알 수 없지만 대서양 바다를 다시 보고픈 마음은 같으리라 짐작한다.

여행이 주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이 필요했다.


숙소를 일찍 빠져나와 근처 카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늘어난 짐이 몸을 휘청이게 하지만 선물로 채워진 가방 무게만큼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빵 맛집인가 커피와 찰떡이다.



버스로 3시간 반을 이동하여 도착한 포르투 신시가지 포즈(Foz do Douro) 지구,

택시 기사님의 능숙한 운전으로 좁은 골목길을 곡예하듯 달려 숙소 앞에 도착했다.

간판 없는 동네 미용실에서 아주머니들의 즐거운 수다가 열린 작은 문밖으로 새어 나온다.

푸른 아줄레주로 벽면을 꾸민 소박한 동네 가게 주인 할머니와 시선이 마주친다.

"올라( Ola)~"

집 주인에게 키를 건네받았으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유럽식 열쇠 돌리는 방법 때문에 가이아 숙소에서도 애를 먹었는데 아직도 적응 중이다.

문고리를 살짝 당겨 잡고 왼쪽 두 번, 오른쪽 한번? 아니면 느낌으로?

애쓴 친구들의 수고로 덜커덩 문이 열렸다.


가을과 겨울 사이를 지나는 포르투의 낮아진 기온으로

라디에이터의 온기로는 추위를 막을 수 없어 옷을 껴입고 자야 했다. 

이럴 땐 부지런히 움직이는게 최고다.

대충 겉옷을 걸치고 동네 탐색을 나선다.

숙소를 나서면 마주하는 풍경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알록달록 집들 사이로 드러나는 로맨틱 도루강, 

잔잔한 물결 위에  띄어 놓은 작은 배들이 무심하게 둥둥 떠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입맛을 돋운 후

산뜻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타파스 식당에 들어가 여유를 부리며 저널 북을 펼쳤다.

야외 테라스에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뭔가 좋은 일이 있나 보다. 얼굴 가득 싱글벙글 웃음이 가득하다.



숙소에서 큰길로 나오면 바로 트램 종점이 가깝다.

포즈 두 도우루에서 맥도날드 맞은편 성 프란시스쿠 성당 인판테정류장까지 오가는 1번 트램을 탔건만

포즈 바다를 즐기고 오는 손님들로 이미 꽉 차 우리는 좁은 통로에 서서 갈 수밖에 없다.

경적을 울리고  철컹철컹 소리를 내며 노선을 따라 트램이 달리기 시작했다.

목조로 장식한 내부의 모습이 예스럽다.

활짝 열어놓은 와인색의 창문 사이로 도우루 강바람이 기분 좋게 살랑인다.

화기애애한 여행객들 틈에서 신나는 놀이 기구를 탄 듯 우리도 트램과 함께 흔들린다. 


도루강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시내를 관통하는 18번 트램 노선을 따라 걷다 보면 포르투 중심가에 닿는다. 

익숙한 장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자상 분수대가 보이고 여전히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랠루서점 앞이다.

포르투 시청 앞 여행자의 포토존이 돼주던  '포르투' 글자는 철수됐다.

다시 찾은 상 벤투기차역의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역사를 알고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산타카나리나 쇼핑거리에 들어서니 여행객들의 북적임과 버스킹이 한창이다.

노랫가락에 맞춰 몸도 마음도 둠칫둠칫,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

오빠에게 선물할 구두를 찾아 신발가게를 기웃거리고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에그타르트와 찰떡궁합인 에스프레소로 여유를 부리며 

두 번의 포르투 여행으로 더욱 친숙해진 도시를 자연스럽게 어슬렁 거린다.

어느새 골목마다 우리의 추억이 스며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게 많다는 친구

부디 이번 여행길이 친구의 가슴에서 풋풋하게 남아

마음의 주름살 깊은 곳까지 좋은 기억으로 스며들길 바래 본다.

숙소로 가는 길목  아라비다 다리(Ponte da Arrabida) 근처 강가 둔덕에 걸쳐 앉았다.

맞은편 가이아 지구가 화려한 조명으로 밤을 밝히기 시작했고

도루강 반짝이는 물결 위를 수놓은 밤 풍경이 정겹다.

간간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지나는 18번 낡은 트램의 노란 불빛을 조명 삼아

우린 배고픔도 잊은 채 포르투 밤거리를 걸어간다.


매일매일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의식처럼 갖는다.

여행지에서의 소감을 정리하고

여행지의 풍경을 저널 북에 담는 이 사소한 행복이 오늘따라 더욱 소중하다.

피를 나눈 사람들만 가족이 아니다.

내 말에 가슴 깊이 공감해 주고

나와 함께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고 여행길에 동행해 준 친구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의 온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같은 하루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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