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오래오래 계속돼서 수도권의 명소가 되기를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저희 부부는 매주 오던 이 시장(바로마켓)에 그만 오려고 합니다.
작년 4월에 처음 왔으니 꼭 1년 2개월 만이네요.
자수성가한 제 사촌 누나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면 못 할 일이 없다더라.”라고 하던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네요.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장사가 딱히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시장에서 주로 손님을 응대하는 제 아내도 힘들어하고,
저도 이 시장에서 마땅한 역할이 없으니
우리 부부가 이 시장에 계속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니 길지 않은 시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시장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워크숍에서 발표하던 일,
직거래시장 관련 정책자료들을 모아서 공부하던 일,
자치회장 선거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일들,
조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던 일,
신임 자치회의 무능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일 등
이제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 시장을 떠납니다.
시장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좀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런 기회가 무산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역할은 남아있는 사람들이 잘해주기를 바랍니다.
시장을 떠나면서 그동안 이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던 것,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누구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시장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점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판매 품목을 제한하는 문제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이 시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판매 품목 제한이 농가들의 창의성을
억압하여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이 시장의 물건 가격을 높여서
고객들을 떠나게 하고, 자치회가 농가 위에 군림하는 주요 수단이며,
시장의 기득권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주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시장의 가장 큰 적폐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기본적으로 판매 품목을 제한하면, 시장에서의 경쟁이 감소하기 때문에 판매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독점 혹은 과점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지요. 지금 우리 바로마켓 물건 가격이 다른 시장보다 높은 이유가 바로 판매 품목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농가들이 판매 품목을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판매한다면, 시장 내 경쟁 수준이 높아질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물건 가격이 하락할 것입니다. 가격을 높여라 내려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쟁이 증가하면 가격은 내려가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시장을 파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자주 갑니다. 바로마켓보다 물건값이 훨씬 싸기 때문이죠. 최소 30% 이상 싼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은 바로마켓보다 반값이나 그 이상 싼 예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로마켓에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건값을 비싸게 받으면서 자잘한 행사 진행한다고 손님이 모이겠습니까? 타 시장과의 가격 비교가 어렵고 기동력 떨어지는 고객들만 남고 경쟁력 있는 고객들을 이미 바로마켓을 떠났거나 떠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농가들은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끝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더러는 이 와중에서도 자기 잇속 차리려고 잔머리 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요.
어떤 사람은 당신이 입점 신청서상에 판매할 품목을 적지 않았느냐,라고 말합니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입점 신청서상에 판매 품목을 적으라고 한 것은 꼭 거기에 적은 것만 팔라는 취지라기보다는 시장 내에 특정 품목군만 편중되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신청 절차상에 어디에도 신청서 상에 기재된 품목만 취급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없고, 신청서 상의 표현도 “주요 품목을 5개 이내만 기재하고, 추가할 품목이 있는 경우 기타 품목에 5개 이내만 기재”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문맥상으로 볼 때, 신청서의 전체적인 취지는 품목군을 넘나들지 말라는 것이지, 품목군 내의 개별 품목까지 제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시점에 잔머리 쓰기 좋아하는 사람이 농가들이 신청서 상에 판매할 품목을 적었다는 것을 근거로, 판매 품목을 제한하자고 제안했겠죠. 크건 작건 어떤 조직에서든 규제를 만들면 힘이 생기니까요. 일단 규제가 만들어지면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친소 관계에 따라 어떤 사람은 눈감아 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혹하게 적용하는 등으로 나름 권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지요. 그래서 장사하는 데 행여 도움이 될까 봐 자치회 임원이나 조장이라도 하려고 기 쓰는 사람들이 생겨났을 테고.
신임 자치회도 이런 측면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자치회 임원들과 그동안 나눴던 2~3 차례 대화들이 모두 판매 품목과 관련된 것이었으니까요.(그것 이외에는 다른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신임 지도부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무엇보다 전임 자치회에 비해 불통 정도가 심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농가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단톡방 하나도 만들지 않고, 자치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으며, 년 중 농가들이 딱 한 번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워크숍도 하지 않습니까. 소위 ‘입틀막’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협동조합이니 규약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날치기도 이런 날치기가 없습니다. 소위 왜 그런 사업을 추진하려는지 설명이나 설득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어떻게 해서든 관련 규정만 통과시키면 된다는 태도 아닙니까. 젊은 사람이 정도를 걸어야지 그런 못된 것은 어디에서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자치회 지도부 초기에 임원진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 지도부의 권위적인 태도와 폭력성을 경험했지요. 하지만 그때는 출범 초기라 비판을 자제하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지도부의 무능과 불공정이 하나씩 드러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무능’과 ‘불공정’은 제가 현행 지도부의 성과와 특성을 반영하여 선정한 키워드입니다.
아무튼 이 품목 제한 제도는 대폭 완화되어야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품목군을 넘나드는 것 정도만 규제하고(이것도 기계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임) 품목군 내에서의 품목 추가 등은 농가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제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농가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다양한 물건들을 시장에 가져오고 시장이 다채로워질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두 번째 사항도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이 시장은 정부가 운영하는 시장입니다. 그러니 전국의 농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초기 참여 농가를 비롯해 10년 이상 오래된 농가(이하 터줏대감)들이 많이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매년 입점 심사 철만 돌아오면 터줏대감을 퇴출한다는 말이 스멀스멀 퍼집니다. 그러다가 정부와 농가 간의 줄다리기 끝에 흐지부지되죠. 매년 반복되는 일입니다.
이 문제는 비단 터줏대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터줏대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이 시장의 모든 정책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매년 거치는 입점 심사 시에 농가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사실 이 터줏대감들 문제 때문에 증폭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신규 입점자들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입점 심사 과정에서 불안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또한 터줏대감들이 알게 모르게 자치회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한 측면도 있고요. (이 문제는 말하자면 길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언급합니다.)
제가 시장을 떠나면서 이 문제를 굳이 거론하는 이유는, 이제 이 문제를 쓰레기통 뚜껑 덮어놓듯이 할 것이 아니라, 공개된 논의 테이블에 올려서 스스로 안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관계 당국 등에서 어떤 조치를 하기 전에 스스로 안을 만들어 관계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 1~2년 특판 형식으로 참여하고 다시 입점하는 등의 대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던데요. 이 문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에 터줏대감들이 모여서 스스로 안을 만드는 작업을 당장 시작해야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상이 시장을 떠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입니다. 부디 이 시장이 오래오래 지속되어 수도권의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2025. 7. 11.
웰빙팜 임 송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