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태괘 육오효 이미지
지날 달, 강남 지역 반찬가게를 대상으로 곤드레밥 납품 영업을 시작하면서, 심심풀이로 그 전망에 관해 묻는 괘를 뽑았습니다. 지천 泰 괘, 六五 효가 나왔습니다. 괘·효사 모두 좋은 내용이라 일을 추진하는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괘사는 ‘小往大來, 吉, 亨’,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길하고 형통하다. 효사는 ‘帝乙歸妹, 以祉, 元吉’, 제을이 누이동생을 시집보낸다. 복되고 크게 길하다.”였습니다.
실제 영업 첫째 날 첫 방문지였던 도곡동 한 반찬가게가 선뜻 납품을 받아줘 지금까지 매일 20개씩 납품하고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하루 200개를 납품하겠다는 1차 목표가 며칠 안에 금방 달성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후로는 영업 실적이 지지부진하여 힘이 빠지다가, 지난주에 큰 건 하나가 진행됐었습니다. 그 건은 결과적으로 납품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만약 그 건이 성사됐다면, 물량이 커서 당분간 영업 필요 없이 생산에만 전념해도 됐을 것입니다. 또한, 국내 최정상급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이라 우리 회사도 여러 가지 면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일이 틀어졌습니다.
이 일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식구들은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아내는 이와 관련된 꿈까지 꿨다고 합니다. 아래는 아내가 꿨다는 꿈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나와 딸 지우와 함께 셋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자기를 시집보내러 가는 길이라고 하더랍니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어느 집에 들어갔는데, 누추한 집이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나를 왜 이런 누추한 집으로 시집보내려 하느냐고 불평하며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건너편 문이 열리고 어떤 남자가 들어왔는데, 이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밥을 먹더랍니다. 밥을 다 먹고 비로소 아내 쪽을 쳐다봤는데 차림은 누추했지만, 눈빛은 형형하게 빛났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아내가 들려준 자신의 꿈 이야기입니다.
아내, 시집, 누추한 사람 등의 이미지가 태괘 육오효 효사의 이미지와 많이 겹치는 듯합니다. 태괘 육오는 음유한 왕을 상징합니다. 효사는 음유한 왕이 자기 여동생을 强明하지만 지위가 낮은 사람(태괘 구이)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을 상징하는데, 꿈의 누추한 이미지(누추한 집, 남자의 옷차림 등)와 괘사의 지위가 낮은 현신이라는 이미지가 부합합니다. 또한 집에 들어오자마자 밥을 먹더라는 장면도 잘 해석은 안 되지만 뭔가 의미심장합니다.
아내와 꿈 이야기를 나눈 시점은 기대하던 납품 협의가 무산된 뒤의 일입니다. 아내는 그 꿈을 꾸고 나서 내가 앞서 말했던 태괘 육오효의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뭔가가 우리를 향해 조금씩 오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이며 언제 올 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스타트업들이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인 압박, 희망 징후, 구체적인 사건 사고 등에 대한 사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현실에서 이 일과 관련된 진전이 있으면 다시 포스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