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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소나무 Aug 13. 2024

태도에는 평가가 담겨있다

자치회에 묻습니다, “당신들은 우리 농가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과천 경마장에서 매주 화, 수에 열리는 직거래 장터, ‘바로마켓’ 참가자 워크숍이 지난주 목요일 마사회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나는 “시장 발전 방안에 관한 토론회” 발표자로 참여했는데, 거기서 시장 자치회와 운영기관 관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당신들은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 농가들을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까?”

“욕심만 가득한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름 상황을 판단할 줄 아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14년 전에도 같은 취지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귀농학교 관계자들이 입학생들이 타고 온 자동차 키를 학교 행정실에 맡기라고 했을 때였다.

이미 졸업한 학생 하나가 술 먹고 운전하다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는 자동차 키를 내가 관리하겠다고 버텼고, 결국 학교 관계자와 입학생 전원이 참석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나는 거기서 학교 관계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합니까? 자신의 자동차 관리도 할 수 없을 만큼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자동차 관리 정도는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결국, 1시간 정도 토론 후, 찬반 투표에 부쳐졌는데, 한 표 차이로 자동차를 학생 스스로 관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만약, 토론 전에 투표했다면, 학교 측 요구대로 자동차 키를 학교에 맡기기로 했을 것이고, 나는 미련 없이 그 학교를 떠났을 것이다.      


나는 학교 측 요구에서 나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학교 측 생각을 느꼈고, 나를 그런 식으로 보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괜히 사소한 일로 학교 측과 분란만 일으킨다는 불만의 눈빛들이 토론회가 진행될수록 점차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과천 직거래장터(바로마켓)에는 올 4월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만 물건을 팔다가 시장에 나오니 좋은 점이 참 많다. 소비자 반응을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고, 동료 농가들과의 협업 기회도 많다. 시장의 건강한 에너지를 느끼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즐겁다.     


우리는 제철 채소(고구마, 당근, 양파, 마늘 등)로 만든 디저트 빵을 팔고 있는데, 시장에서 손님들이 만들어 달라는 것을 만들다 보니 3개월 동안 새로운 제품을 여섯 가지나 개발했다.


“빵이 너무 달아. 나는 당뇨가 있어서 설탕 들어간 것은 못 먹어.”     

그래서 설탕을 뺀 무가당 빵을 만들었다. 지금은 설탕 들어간 빵과 무가당 빵이 거의 같은 비율로 팔린다. 

     

“맛있기는 설탕 들어간 게 더 맛있다. 그래도 건강 생각해서 설탕 안 들어간 것으로 사야지.” 

그러면서 달지 않은 무가당 빵을 사는 손님을 보면, 세상에는 의외로 모범생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협업 기회도 많다. 바로 옆 부스가 충남 홍성에서 채소 농사하는 ‘주연네 농장’이다. 우리 부부와 나이도 비슷하고 서울에서 살다가 귀농한 경우라 경험도 비슷하고 해서 친하게 지낸다.    

  

이 부부는 항상 장이 끝날 때면 팔다가 남은 채소를 종류별로 한 묶음씩 공짜로 준다. 비트가 들어간 마늘빵도 그 이들이 준 비트로 개발했다. 양계장 하는 농가로부터는 달걀을 싼 가격에 공급받고 있고, 의성의 마늘 농가로부터는 마늘을 공급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강화도 시장에 점포를 가지고 있다는 농가가 우리 빵을 가지고 가서 팔고 싶다는 뜻을 비치기에 생각 중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장에는 밝은 에너지가 충만하다.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재화가 넘쳐나서 그럴까? 아니면, 자신이 만든 물건이 현금화되는 곳이라 그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밝은 에너지 출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농가들 사이에는, ‘동병상련’이랄까, 일종의 동업자 의식이 짙다. 누가 뭘 물어보거나 도움을 청하면, 다 들 적극적으로 돕는다.     


그런데 세상일은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이런 건강한 시장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들도 있다. 완장 차고 돌아다니며,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 매대가 규정보다 앞으로 튀어나왔다거나 명찰을 차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때로는 팔고 있는 물건을 뒤적거리며, 신고된 품목 외인 것이 있다거나, 표시 사항이 없거나 잘못됐다고 시비 걸기도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은 시장 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도 명령하듯이 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마치 예전에 중고등학교 다닐 때, 팔뚝에 완장 차고 돌아다니던 규율부 모습이 연상된다. 요즘 세상에 그런 지적질에 고분고분 따를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니 심심찮게 파열음이 난다.     

 

최근에는 ‘바로마켓’의 물건가격이 비싸다고 주변에 소문났다면서, 농가들에 물건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문제로 요즘 시장이 소란스러운데, 그 와중에 워크숍이 열렸고, 이 사태를 보면서 느꼈던 느낌을 주제 발표 때 얘기한 것이다.      


만약 지도부가 농가들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들로 생각했다면, 지난주에 했던 것처럼 일방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내려라, 그렇지 않으면 벌점을 부여하고, 내년 입점 심사 때 반영하겠다는 식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까.     


“시장에 손님들이 줄고 있다. 아마 주변에 우리 시장 물건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소문난 모양이다. 심각한 일 아닌가. 이런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해 달라.” 농가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시장 자치회와 농가 간의 마찰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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