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종 Aug 30. 2023

다태호? 다태메? 다태까!

나의 첫 중동_카타르에서 지낸다는 것(3)

날강두 사태 이전, 축구팬들에게 가장 즐거운 논쟁은 메호대전이었다. 누가 더 훌륭한 선수인지를 따지는 것부터, 다음 생에 태어나면 호날두로 태어날 것인가, 메시로 태어날 것인가 등등 여러 논쟁거리가 있었다. 월드컵을 기점으로 모든 분야에서 메시의 완승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지만, 한때는 다태메보다 다태호를 외치는 호동생들이 참 많았다. 카타르를 아는 이들은 아마 이렇게 외칠 것 같다. “다태까! 다음 생에 태어나면 까따리로 태어날래요!”

카타르에 거주하는 인구는 270만 명을 조금 넘는다. 그리고 그중 실제 카타르 국적을 지닌 ‘진짜 카타르인’, 현지 발음으로 ‘까따리’는 전체 인구의 11% 정도인 32만 명에 불과하다. 까따리는 한마디로 선택받은 계급이다. 까따리는 성인이 될 때, 나라에서 축하금을 쥐어준다. 해외로 유학을 가게 되면, 학비는 물론이고 항공편까지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국가 인재를 양성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까따리는 태어날 때부터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심지어 일을 안 해도 살아갈 수 있다. 

외국인이 카타르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보통 다른 나라들의 경우, 이런저런 서류를 구비해서 신청을 한 뒤, 그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한다. 후술하겠지만, 카타르에는 세금이 없다. 그러면 아무나 와서 사업을 하고, 버는 족족 돈을 모을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카타르에서 사업을 하려면 ‘까따리’를 찾아가야 한다. 지인을 통해서든, 어떻게든 까따리와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까따리의 스폰, 즉 보증을 받아야 한다. 까따리의 후견 없이 카타르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 즉, 카타르에서 사업을 할 때는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후견인인 까따리에게 일정 금액을 세금처럼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일정 비율 이상의 까따리들은 특별한 직업이 없더라도,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소득을 챙기고 살아갈 수 있다. 

이런 까따리로 살아가려면, 다시 태어나는 방법 말고 하나가 있다. 바로 까따리와 결혼하는 것이다. 보통 까따리는 까따리끼리 결혼하는데, 카타르에서 까따리와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을 주면 결혼이 가능해진다. 일례로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개최국의 자존심을 위해 여러 귀화선수로 팀을 꾸려가던 카타르가 2019 아시안컵 우승 이후, 귀화선수들에게 주었던 선물이 바로 까따리와의 결혼 자격이었다. 딱 그 정도로 축구를 잘하면 가능하다.

작가의 이전글 쓰레기를 줍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