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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J Jul 19. 2024

내가 그렇게 예쁩니까?

30대가 되어도 진행 중인 나다의 외모 연대기 

내가 그렇게 예쁩니까?

- 나다의 외모 연대기  




1. 유아기

나다는 어린 시절 얼굴을 크게 다쳤다.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부터 성형수술을 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조금 이상하게 생겼다고 느꼈다. 유치원 때는 사슴반 얼짱 친구를 무척 부러워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졌다. “수술하면 예뻐질 거야. 나도 저 친구처럼 될 수 있어. 이건 내 얼굴이 아니야.”     



2. 청소년기

아니었다. 수술은 실패했고 아이들의 놀림은 시작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남학생들이 나다에게 ‘예쁘다고 말하기’ 내기를 했다. 그 놀림이 무서워 여자중학교로 진학했다. 그러지 않을 것 같았던 여학생들은 학년이 바뀔 때마다 나다에게 물었다. “네 얼굴이 좀 이상해. 왜 그런 거야?”. 나다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 질문을 들어왔기에 능숙하게 대답했다. 물론 대답해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학원 가는 길에 마주친 남학생들이었다. 그들은 “폭탄 지나간다”라고 외치곤 웃으며 저 멀리 뛰어갔다. 나다는 얼마 뒤 그 학원을 그만두었고 그 길을 다시 걷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고등학교 때는 사정이 좀 나았다. 물론, 나다는 그들의 눈에서 자신의 외모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읽었다.     



3. 대학생 

나다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때까지 수술은 계속되었다. 나다는 진짜, 좀, 제발,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싶었다. 뭐, 결국 안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첫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남자친구는 나다가 일하던 피씨방의 남자손님이었다. 걔는 나다에게 번호를 물어보더니 사귀자고 했다. 오래가지 못했다. 두 번째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세 번째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나다는 그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나에게 예쁘지도 정상적이지도 않은 외모를 상쇄시킬 만한 뭔가가 있는 걸까? 어쨌든 좋았다. ‘예쁘다’는 말은 나다가 갈망하던 ‘평범하다’와 동의어였으니까. 평범 비슷한 것까지 갔구나. 그럼 되었다.      


3-1. 대학생

라고 생각했지만, 한 식당에서 나다의 외모를 보곤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 여자, 얼굴 좀 수술한 것 같지? 진짜 이상하게 생겼네”     



4. 직장인 

나다는 돈을 벌어야 했다. 수술이고 뭐고 일단 먹고 살아야 했다. 엄마가 바라는 것은 나다의 취업이었다. 그녀는 딸을 지원해줄 수 없는 형편이 못 되었다. 나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전공을 살려 빠르게 취직했다. 한참 뒤떨어진 외모에 비해 능력은 무난했던 것 같다. 금세 자리를 잡았고 나다에겐 많은 일이 맡겨졌다. 돈 버는 재미, 칭찬받는 재미에 빠져 밤을 꼬박 새며 일만 했다. 그렇게 모은 돈은 고스란히 나다의 얼굴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나다는 이제, 아주 조금만 더 돈을 들이면 평범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전 재산을 털어 성형외과를 찾아갔다.  병원장은 마음 고생 많았겠다며 이제, 인생 마지막 수술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실장은 한술 더 떠 수술 전/후 사진을 제공해주면 수술비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4-1. 병원에서는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나다가 사진을 주지 않았음에도     


4-2. 나다는 다시 돈을 벌어야 했다. 거울보다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더더 늘었다. 

문제는 나다 대신, 나다의 얼굴을 세심히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 “나다야, 너는 다른 데는 예쁜데 거기가 좀..”, “병원가서 한 번 알아보지! 수술은 해봤어?”      

... 했다 했어 씨발! 내 얼굴에 몇천만 원이 들어갔는지, 내가 전신마취를 몇 번 했는지, 너네가 알아?  - 라고 말 할 수 없었다. 나다는 그냥 어색하게 좀 웃었다. 그들의 마지막 말은 어쨌든 ‘나다는 예쁘다’였다.      


4-3.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나다에게 고백하는 사람이 생겼다.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술자리에 가면 종종 번호를 물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혼란하다 혼란해. 이상하다는 거야 예쁘다는 거야.      



5. 30대 

나다는 다시 병원을 알아봤다.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았는데 원장님이 보자마자 너무 안타까워했다. 천 만원을 들여 수술을 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진 못할 거라고 했다. 지난 날의 수술이 좀 잘못되었던 것 같다는 말을 어려운 말로 전달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다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해서 잘 알아보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괜찮지가 않았다. 이 원장님을 조금만 더 빨리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억을 들여서라도 평범해지고 싶었다. 매일 흉터를 가리기 위해 하는 화장도 싫었고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공포를 느끼고 싶지 않았다. 내 인생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너 왜 얼굴이 왜 그래?”라는 말과 “예쁘다”는 말을 동시에 듣고 싶지 않았다.      


5-1. 30대 ++++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 이제는 외모보다 직업이 먼저 보이는 나이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첫 만남들의 시선은 잔인하다. 호기심과 의아함, 순수한 궁금증, 물어보고 싶은 마음, 묻지 않겠다는 의지. 나다는 그것이 다행이면서도 슬프다. 나다는 여전히 “예쁘다”는 말에 안심하고 우울해한다.      



6. 나다는 절대 ‘예쁘다’는 말을 가질 수 없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척 할 때 가장 비참해진다. 무슨 짓을 해도 나다가 가질 수 없는 말, 그림의 떡 같은 환상인 것.       



7. 40대 

이날이 와도 달라지지 않겠지. 그게 내가 40대를 상상하지 않는 이유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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