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이야기 Aug 23. 2023

6화 당황스러운 대강 이야기 2: 수업이 거지 같아요

따끔한 교훈이 성장의 동력이 되다.

당황스러운 대강 이야기 2
수업이 거지 같아요.

또 기억에 남는 대강은 내가 기존에 일하던 센터가 한 달 정도 리모델링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마침 주 1회 한 달 동안만 단기 대강을 구하는 일이 있어서 대강 수업을 맡게 되었다. 이 헬스장은 무대도 있고 GX 수업을 기본 30명 정도 듣는 대형 헬스장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 실수가 있었다. 대강 수업을 갈 때는 그때 유행하는 곡 리스트로 만들기보다는 ‘어디서 갑자기 해도 이변이 없는 리스트’를 가져가야 한다. 신곡을 가져가면 기존의 선생님들이 그 곡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교당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웜업을 하고 첫 곡을 플레이하는 순간 약간 ‘망했다’란 느낌이 들었다. ‘아 이 곡 아는 곡인데..’ 하는 회원들의 눈빛 그와 동시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선생님을 쳐다보지 않고 이내 자기들 멋에 취해 춰버리는 최악의 순간이었다. 분위기에 휘말리고 당황한 나는 그날 수업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렸다.


그날 수업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에 들어갔다.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내가 줌바 옷을 안 입고 있으면 줌바 강사인지 일반 회원인지 못 알아보시는 경우가 많다. 옷을 갈아입어서 나인지 못 알아보셨는지 회원님들께서 자기들끼리 나의 대강 수업에 대한 평가를 멈추지 않고 이어나가셨다. ‘이전 선생님보다 파워풀하지 못하다.’ 인정. 그럴 수 있다. 나는 원래 파워풀보다는 재미에 더 초점을 두는 편이니까. 하필이면 그날은 헬스장 수도 문제로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어떤 회원님께서 ‘온수가 안 나온다고? 하 C 수업도 거지 같았는데 물까지 왜 그래’라고 말씀하셨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뭐라 대응할 것도 없었다. 나를 알아본 다른 회원님들께서 오히려 당황해하면서 ‘선생님 뒤에 계셔 쉿 조용히’ 제스처를 해당 회원님께 날렸다. 내 얼굴을 보고 본인도 당황한 듯했지만 오히려 당당해하시면서 ‘뭐 흥 어쩌라고’ 하고 이내 샤워실로 사라지셨다. 생각해 보면 회원님의 말씀이 맞다. 본인이 느끼기에 거지 같아서 거지 같다고 말했는데 내가 듣고 있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한 분의 회원님이긴 했지만 강력했던 피드백에 충격을 받는 나는 일주일 동안 리스트를 싹 바꾸고 내 기존 수업보다 더 열심히 대강 수업을 준비했다. 그다음 주에 당당하게 수업을 했고 회원님들의 반응이 엄청 좋았다. 수업이 끝나고 몇몇 회원님께서 오셔서 사실은 목요일 선생님이 마음에 드는 선생님이 없어서 계속 바뀌셨다고, 내가 이 요일을 맡아서 수업을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셨다. 사실 나는 마음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저는 원래 일하는 센터가 있어요. 지금 리모델링 중이라 잠깐 대강 한 거예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는 여유롭게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에는 내 수업을 거지 같다고 말하는 회원님이 미웠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 보면 참 감사했다. 줌바 강사로 일하면서 운 좋게 새내기 시절에도 혹평을 들어본 적이 없던 나였다. 내가 잘해서 그랬을까? 아니다. 내가 만났던 회원님들이 예민하지 않고, 관대하셔서 그랬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다시는 그런 피드백을 듣지 않기 위해 더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끔한 교훈이 나를 더 성장하게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5화 당황스러운 대강 이야기 1: 기존쎄 회원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